실력은 계단처럼!
축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근데 사실 처음부터 어려웠다.)
일단 몸치, 박치 리듬감 제로인 나에겐 기본 스텝들이 너무 어렵다. 하체가 되면 상체가 안되고, 상체 신경 쓰면 하체가 뚝딱이가 된다. 뚝딱이가 된 나를 보면 너무 부끄럽고 웃기다.
두 번째, 멀티가 안 되는 편이라 늘 멘탈 붕괴. 패스해 주는 공도 잘 잡아야 하고, 다시 패스하려면 고개를 들고 누가 어디 있는지 봐야 한다. 그전에 스캔해서 누가 어디에 있는지 미리 파악도 해야 한다. 패스 후에는 바로 움직여야 하고… 에휴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된다.
세 번째, 단체 훈련받다가 버벅거려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주목하면 쥐구멍으로 숨고 싶다. (감독님이 더 디렉팅 해주시려 다가올 때 ‘오시지 말라고요!!!’라고 온몸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축구랑 극 I랑은 정말 안 맞는 스포츠네’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 실수할까 봐 두려워서 공만 오면 빨리 패스해버리고 싶어서 미쳐버릴 것 같다. 여유가 1도 없다. 폭탄 터지는 거 아니라고!!
다섯 번째,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팀원들이 ‘뒤돌아’ ‘드리블해서 앞으로 가’ 등 말로도 도움을 많이 주는데 들어도 참 잘 안된다. 답답해서 가슴치고 싶다.
여섯 번째, 무릎 허리 정강이 발목이 자꾸 아프다. 아프니까 자꾸 예민해진다. 또 크게 다칠까 봐 무섭기도 하다. 조심 또 조심!!!! 근데 다치기 싫은 이유 = 축구 못할까 봐.
그리고 기타 등등 엄청 많다. 어려운 이유를 나열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좀 핑계들(?)이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예전에는 어려우면 다 포기했는데 축구는 신기하게도 그냥 하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어려워도 해내고 싶다. 축포자는 진짜 되기 싫다.
아마추어가 어디까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계가 올 때까지는 끝까지 해보고 싶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니까. 져도 되고, 못해도 되고, 실수해도 되는데 끝까지 안 하는 건 스스로 용납 못할 것 같다.
드리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나온 대사처럼 성장은 계단처럼 오르는 게 맞나 보다. 일정 시간 같은 높이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요즘 축구 언니 친구 동생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저 말이 더 와닿았다.
이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면 리프팅 100개를 거뜬히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연습하던 축구 기술이 어느 날 불쑥 그냥 경기 중에 나오겠지. 그런 날이 오면 신나게 자랑해야지. ‘이랬는데, 요래 됐습니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