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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Jul 06. 2022

과연 다양성이 팀을 똑똑하게
만들까요?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요즈음 자의든 타의든 다양성이 중요한 과제가 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우선 다양성의 근본적인 질문인 ‘과연 다양성이 정말로 비즈니스에 효과가 있을까?’를 시작으로, 그 내용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컨설팅 보고서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예를 들어 맥킨지는 366개의 공공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보고서를 냈는데, 다양한 인종이나 민족성으로 임원진을 구성한 회사가 일반기업에 비해 약 35% 더 나은 재무성과를 이루었고, 여성 임원들이 두드러진 기업은 약 15% 정도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고 제시했다. 한편 2,400여 개의 일반기업들을 조사한 또 다른 컨설팅 보고서에서도, 이사진에 여성이 한 사람이라도 속한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이, 남성 이사진만으로 구성된 기업들보다 더 높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연구 보고서들의 홍수 속에서, 주요 인력을 무작정 다양하게만 구성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리더로서 심사숙고할 사항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비즈니스 문제는 넓은 스펙트럼의 시각으로 봐야 할 사안들이어서 자칫 다양성으로 인하여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여러 갈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리더는 이러한 잠재적인 위험들을 족히 상쇄할 그 무엇이 있어야 다양성 전략의 가치를 인정하고 도입하게 된다.      


그래서 다양성의 가시적 효과를 살피기 위하여 다음의 실질적인 질문으로 접근한다. ‘과연 다양성의 팀이 더 똑똑하게 의사결정을 할까?’ 이 질문을 연구한 뉴로리더십(Neuroleadership)의 창안자인 데이비드 록(David Rock)과 동료 연구자인 헤이디 그란트(Heidi Grant) 컬럼비아대 교수가 최근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매우 흥미로운 글을 기고했다. 그들은 그 질문을 세분화하여 몇 가지 가설로 나누고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Why Diverse Teams Are Smarter”, Harvard Business Review, 2016).      


첫째 가설은 ‘다양성 팀은 사실관계를 더 잘 파악 한다’이다. 다음은 어느 사회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실험이다(A study published in th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명의 사람을 6명의 모의재판 배심원으로 구성하는데, 한 그룹은 6명 모두 백인 배심원과 다른 한 그룹은 4명의 백인과 2명의 흑인으로 배심원단을 구성하였다. 각 배심원단에게는 한 흑인 피고인이 백인 희생자에게 가한 범죄 현장 비디오를 보여주고 흑인 피고인의 유죄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결과는 백인과 흑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더 많은 사실을 찾아내고, 증거를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사실관계가 더 정확했다. 물론 사실에 대한 오류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설사 오류가 났더라도 이것을 인정하고 바로 정정하는 것도 더 빨랐다고 한다. 그 중요한 이유를 살펴보니 해당 배심원단의 백인 배심원들이 사실들을 좀 더 정확하게 기억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란다. 물론 이면에는 각 배심원의 인종에 대한 상황적인 의도가 숨어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이유든지 각 배심원은 더 많은 사실을 파악하고자 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고 본인의 발견을 정론화하는데 방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가설은 ‘다양성 팀은 사실들을 더 주의 깊게 분석한다’이다. 다양성 팀이 주어진 정보들을 더 잘 분석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한다는 예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A study published in th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Katherine Phillips of 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생 4명을 한 그룹으로 여러 그룹을 구성했는데 우선 3명은 같은 클럽의 멤버로 구성한 후, 다른 1명을 같은 클럽 친구로 구성한 그룹과 다른 1명을 전혀 모르는 친구로 구성한 그룹으로 나누었다. 각 그룹 멤버들에게 살인사건의 형사가 여러 살인 용의자들을 심문하는 내용들을 보여주고 누가 살인자인지를 추측해보라는 실험이었다. 실험에서 우선 기존 3명의 멤버가 먼저 내용을 논의하고 누가 가장 유력한 살인자인지를 결정하게 한 다음, 4번째 멤버를 논의에 다시 포함시켜 최종적인 결정을 하라고 요청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전혀 모르는 4번째 멤버가 속한 그룹이 4명의 같은 클럽 멤버 그룹보다 결과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졌지만, 더 정확히 살인자를 추측했다. 다양성 팀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주어진 정보를 더 주의 깊게 분석하는 경향이 있음을 실험에서 보여주고 있다.      


셋째 가설은 ‘다양성 팀은 더 혁신적이다’이다. 오늘날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혁신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많은 다양성 전문가들이 다양성과 혁신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한다. 스페인의 4,277개 기업을 표본으로 성별 다양성에 대한 실험이 있었다(A study published in Innovation: Management, Policy & Practice). 그리고 다양한 여성 인력들로 잘 구성된 기업들이 새로운 혁신 기술이나 제품을 더 많이 발표했다는 결과를 실증해 보였다. 한편 또 다른 연구에서는 문화적인 다양성이 혁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7,615개 기업의 리더들을 중심으로 실험했다(A study published in Economic Geography). 결과적으로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리더들로 구성된 기업들이 더 많은 혁신적인 제품들을 개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배경을 갖거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일하면 서로 공감하기도 쉽고, 진행도 빠르면서 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보 같은 의사결정일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안함 때문에 획일성을 방치하는 것은 더 큰 바보가 되는 길이다. 비록 불편하더라도 다양성 팀의 멤버들은 서로의 무의식적인 편견을 발견하고 일깨워준다. 또한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서 서로의 잘못된 가정이나 판단을 깨닫게 해준다. 당신과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하는 사람을 선택하라. 그러면 그가 언젠가 당신이 처할 커다란 위험을 막아줄 것이고, 당신이 모르는 많은 혁신적인 길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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