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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Aug 02. 2022

글로벌 다양성을 다루는 리더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세계 경제의 중심은 변하고 있다. 힘의 균형이 서에서 동으로 옮겨가면서, 두바이 같은 도시는 중동뿐만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인도 대륙의 국제적 비즈니스 허브가 된 지 오래다. 싱가포르와 제네바 같은 유사한 다른 허브 도시들도 ‘멀티 문화권(Multicultural Place)’의 다양성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동력을 형성한다.      


두바이만 보더라도 로컬 사람인 에미리트인은 기껏해야 10% 정도다. 다수가 되는 인도인들이 거의 50%를 차지하지만, 그 외 200여 개 이상의 나라와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전 세계적 문화와 다양한 인적 자원이 모여 있다.


멀티 문화권은 단일 문화권과 달라서 사회적인 룰이나 관습이 뚜렷하지 않다. 이것에 익숙하지 않은 리더는 보통 초기에 문화적 갈등으로 적잖은 시행착오를 경험한다. 예컨대 수직적 조직 문화를 가진 한국인이나 인도인, 에미리트인은 리더가 권위를 유지하고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에 수평적 구조를 가진 유럽인은 리더의 역할이 적절한 정보 공유와 프로세스 관리 중심으로 맞추어져 있다. 미국인은 개인주의 문화여서 업무와 성과 기준이 명확하게 개인을 중심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반면에 필리핀과 같이 그룹 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은 개인의 역할이 팀의 목적에 따라 유동적이다.      


그래서 다양한 멀티 문화권에서의 리더십 즉 글로벌 다양성 리더십은 보통의 리더십과는 다른 스타일로 상당한 인내와 유연성이 필요하다. 안으로는 직원들과 여러 이해관계자의 다양성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메타 수준의 인지 지도(Mental Map)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고난도의 리더십을 요한다. 게다가 밖으로는 복잡한 경제 환경이나 각종 규제를 고려하면서 다양성을 경쟁우위로 전환해야 하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얼마 전에 글로벌 다양성 리더십의 개발 과정을 이론과 사례로 제시한 글이 있어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The Sense-Making Loop”, Peter Byebierggaard and Beth Yoder, Talent Development, 2017). 글로벌 다양성 리더십은 보통 리더의 직접적인 체험 과정들로 얻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체험들’인데, 리더가 멀티 문화권과 같은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하는 지적, 사회문화적인 모든 중요한 사건을 말한다. 그것이 리더의 인내심이나 신념을 연속적으로 시험하고 도전하면서, 체화된 확대된 인식이나 변화된 생각들이 리더십 행위로 다시 나타나게 된다.     


아래 빙산 루프의 그림은 그 과정을 간단히 보여준다. 빙산은 리더가 속한 멀티 문화권으로, 표면은 문화의 보이는 부분 즉 행동과 같이 눈에 보이는 신호들을 말한다. 빙산의 물밑은 문화의 보이지 않은 부분으로 가치관이나 신념 등이 해당할 것이다. 빙산 루프의 시작은 리더가 이제까지 ‘정상적’이라고 생각해왔던 것과는 다른 경험을 하면서부터다. 그러면 루프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내부의 신념이나 기본적으로 생각했던 가정들(Basic Assumptions)과 갈등을 겪으면서 서서히 ‘정상적’이었던 생각에 변화가 생기고 또한 확대된다. 결국 그것은 지속 가능한 체화된 행동으로 나타난다.       

빙산 루프(The Iceberg Loop) (출처: Talent Development)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양성평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리더가 두바이 지사로 새로 부임했다. 그녀가 스카프로 머리를 감싼 에미리트 여성을 팀원으로 처음 만났을 때는 매우 불편했다. 왜냐하면 스칸디나비아의 문화에서는 머리를 스카프로 가리는 행동을 억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미팅에서 그녀는 그 에미리트 여성의 당찬 모습과 행동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또한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가 억압이 아닌 자연스러운 문화적 행위라는 것도 곧 알게 되었다. 이렇게 글로벌 다양성 리더십은 직접적인 체험과 인지 과정을 통하여, 우리가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조금씩 더 확대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두바이 수준의 멀티 비즈니스 문화권은 아니다. 다만 최근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다문화가 사회적인 주제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서울과 인천 같은 대도시는 이미 국제적 비즈니스 기반을 오래전부터 구축해 왔고, 점차 핵심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발전해가고 있다. 지방 도시들도 자치적으로 글로벌화를 수용하면서, 많은 국제도시와 결연을 하고 다양한 문화적, 경제적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곧 멀티 문화권 환경으로의 진화가 가속됨을 의미하고, 여기서 글로벌 다양성 리더십은 필수요소가 된다.  


멀티 문화권에서 글로벌 다양성을 다루는 리더는,  일반적인 다양성을 다루는 리더보다 확대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비록 리더마다 고유한 스타일과 적응력이 다르지만, 이것은 단순한 생각의 확대가 아니라 인내와 내적 갈등, 성찰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로벌이라는 넓은 스펙트럼에 담긴 엄청난 자원의 보고(寶庫)에서, 많은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멀티 문화의 세계는, 보다 가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들을 창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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