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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Sep 24. 2022

공존하는 4세대를 어찌해야 할까?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표지출처: www.withgg.kr/434


오늘의 기업 조직을 살펴보면 참으로 여러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전의 전통적인 기업들은 연공 서열에 따른 직급체계였기 때문에, 나이 많은 상사나 선배가 부하직원을 코칭하고 지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적어도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대부분 기업 조직에는 2개의 주류 세대 정도만 공존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정도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후배의 충성과 상사의 배려로 그럭저럭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베이비부머 세대로부터 밀레니얼 세대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4세대가 공존하면서 상황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비즈니스의 속도와 복잡성은 전례 없이 커지면서, 전처럼 사일로 형태의 단순한 업무가 아닌 수많은 난제와 도전이 주어진다. 즉 모든 세대의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나가야만 이러한 첨단 업무의 수행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세대의 문제를 그저 서로의 단순한 이해관계로 생각하고 조화를 잘 유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세대 간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갈등의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대 간의 문제를 얼마나 잘 극복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느냐가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우리의 현실과는 약간 다른 미국의 사례지만 인사 전문가인 수잔 밀리건(Susan Milligan)은 각 세대의 특징과 세대 간 이슈들, 그리고 기업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 글이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Wisdom of the Ages”, Susan Milligan, HR Magazine, 2014).


미국 경영 컨설팅 회사인 CBIZ Human Capital Service에 따르면 21세기 들어서면서 기업에는 적어도 4개의 세대가 공존해 왔다고 한다. 먼저 대부분 은퇴한 전통 세대(Traditionalists, 1922~45 출생)가 있었고 현재 은퇴를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공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Baby Boomers, 1946~64 출생), X 세대(Generation X, 1965~80 출생),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1981~2000 출생)이다.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 MZ 세대(Generation MZ, 1981~1996 출생)와 Z 세대(Generation Z, 1997년~2010 출생)로 분류되어 계속 이어진다. 본 글에서는 편의상 MZ 세대와 Z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로 통칭하기로 한다(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


각 세대는 학습이나 자기 계발 그리고 협력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 그리고 자라온 환경과 배경에 따라 그들만의 인생철학이 있고 독특한 업무수행 방식이 있다.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경험한 전통 세대는 처음에 선택한 직장에서 충성하는 길만이 금전적인 보상과 직업적인 성공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와 같은 업무를 선호했다. 한편 베이비부머는 회사 자체보다는 팀 단위의 충성도가 높다. 그들은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최고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그들 중에는 일 중독자가 많은 편이다. X 세대는 산업화로 인하여 일하는 부모님과 살면서 스스로 생활을 해결해야 하는 자립의 필연성을 경험한 세대다. 그 결과로 이전 세대보다도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매우 높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직장에서 대개 권위나 누구의 강요에 의한 업무를 싫어한다.

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857420&memberNo=3989686

밀레니얼 세대는 어떨까? 우선 부모의 생각이 다르다. 즉 기존 세대의 부모들은 보통 ‘우리 아이가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해(My child is the most important thing in my life)’라고 말한다. 하지만 밀레니얼의 부모는 ‘우리의 아이가 내 인생의 전부야(My child is the only thing in my life)’로 생각하여 모든 것을 바친다.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일도 하나의 놀이처럼(Edu-tainment) 생각한다. 일에는 배움과 돈이 공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때로는 일주일에 60시간 이상을 열심히 일하기도 하지만 스케줄은 자신이 관리한다. 이들은 스마트 기기와 같은 최신 디지털 기술에 능하면서 적응도 빠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온라인으로 그때그때 바로 배우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니 이전 세대의 교육방식, 즉 미리 시간표를 짜서 교실에 모아놓고 준비된 강사의 주입식 강의를 듣는 것을 몸서리친다. 밀레니얼 세대는 한 직장에서 일 년 정도 일하고 나면 싫증이 나서 곧바로 커리어 호핑(Career hopping), 즉 여러 다른 직장을 찾아 옮겨 다니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실행한다. 돈이나 환경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 중심의 삶을 찾아서 말이다. 


이렇듯 다른 세대의 다른 생각들이 공존하면서 조직은 많은 갈등을 낳는다. 공동체 의식과 개인주의가 충돌하고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임하는 태도, 방식의 차이에서도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전통 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커리어 호핑은 거의 죄악 수준이다. 그러면 조직 안에서 공존하는 세대의 다양성 문제를 어찌해야 할까? 어떻게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협력하게 할까? 은퇴를 앞둔 선배 세대의 귀중한 지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수해야 할까? 수잔은 그녀의 컨설팅 경험을 기반으로 몇 가지 좋은 팁을 제안한다. 


첫째로 멘토링과 역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다. 세대 간에 짝을 이루어 서로 멘토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2~30대의 직원은 5~60대의 짝에게 소셜 미디어나 중요한 디지털 기술을 가르쳐주고, 경험 많은 세대들은 그들이 가진 경험과 업무의 통찰력에 이르는 과정, 고객 관리의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 것이다. 


둘째로 점진적 은퇴(Phased retirement) 제도이다. 예컨대 은퇴하기 2년 전부터 은퇴 프로세스를 가지는 것이다. 즉 본인의 일을 줄이고 대신에 젊은 직원들에게 기술이나 지식을 전수하는 업무 등이 해당한다. 이것이야말로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유익한 윈-윈 솔루션이다. 


셋째로 커리어 경로(Career pathing) 제도이다. 회사는 미리 직원들에게 다양한 커리어 경로를 알려주고 스스로 선택하여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해당 커리어 경로에 적합한 멘토를 추천하여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직무 순환(Job rotation)이나 직무 섀도(Job Shadowing), 연합 프로젝트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효율을 기하는 전략을 만들 수 있다. 

출처: HR Magazine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현실은 우리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미국과 비교하면 역사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세대 간의 특성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예컨대 베이비부머 세대는 젊은 시절에 독재와 민주화를 동시에 겪은 ‘민주화 세대’이면서 일부 전통 세대의 특성을 같이 지니고 있다. 어쨌든 우리의 상황을 살펴보면, 기업 안에 잔재해있는 엄격한 계급문화가 때로는 세대 간의 일시적 갈등을 줄여주는 역할도 하지만, 젊은 세대의 중요한 다양성을 무시하는 비효율을 낳기도 한다. 그러니 멘토링과 역 멘토링 같은 제도가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 열린 마음과 여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연공 서열에 의한 전통적인 승진정책도 서서히 바뀌고는 있지만 경력 개발에는 여전히 방해물로 작용한다. 


그래서 기업의 리더는 먼저 소통을 통하여 세대의 특성을 잘 인지하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공존하는 세대 간의 문제를 면밀히 파악하고, 여러 선진 사례들을 벤치마킹하여 멀티세대의 실정에 맞는 제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각 세대의 다양성이 오히려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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