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요즘은 어지간한 규모의 기업 조직이라면 다양성과 포용의 문제는 중요한 실천 사항으로 여긴다. 일반적으로 다양성은 ‘다름의 모든 방식(All the ways we differ)'이라고 정의하고, 이는 곧 기업에서 사람마다 가진 고유한 능력을 극대화하는 조직의 실천 양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포용은 ‘다름을 가치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조직 환경(Workplace where differences are valued)'으로 정의한다(Ely, R. J., & Thomas, D. A., Harvard Business Review).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쏟아내는 말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제각각이다.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통찰을 주는 말들이 많아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Novid Parsi, HR Magazine).
존슨앤드존슨의 최고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인 완다 호프(Wanda Hope)는 오늘날 똑똑한 기업이 되려면 시장의 인구통계학 프로파일이 어떻게 변하는지 똑바로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어제의 조직이 그냥 미래의 조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성과 포용을 실천하는 것이 곧 미래 비즈니스로 가는 지름길입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통신회사인 AT&T는 직원의 42%가 유색인종이고 독보적인 다양성 정책으로 유명하다. 최고다양성 책임자인 씬씨아 마셜(Cynthia Marshall)은 AT&T의 다양성 정책을 언급하며 “우리는 직원들을 마치 우리의 고객 세그먼트와 똑같은 것처럼 구성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고객에게 진정으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체가 다양해져야 하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했다.
최근 매켄지나 PwC 등 여러 컨설팅 보고서에서 다양성이 기업의 성과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발표했다. PwC의 최고 다양성 책임자인 마이크 딜런(Mike Dillon)은 “기업이 다양한 인력을 개발하고 보유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고 미래의 성장 동력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많은 질문이 쏟아지고 다른 차원의 생각들이 모이기 때문이지요. 결과는 어떨까요? 당연히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솔루션이 탄생합니다”라고 말했다.
IBM의 CEO 루이스거스너(Lou Gerstner)는 1993년 취임했을 당시에 다양성이 IBM의 가치사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양성이란 다양하고 다문화적 시장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고객들로부터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지요”. 또한 그는 “조직 내에서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잘못된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차이를 장려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것은 곧 창조적 배움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을 통하여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바로 건설적 붕괴(Constructive Disruption)가 필요한 시점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양성 전문가인 하워드 로스(Howard J. Ross)는 다양성과 포용을 정의하기를 “다양성은 파티에 초대받은 것이고, 포용은 파티에서 어울리며 춤을 추는 것입니다”라면서 포용의 실천을 강조했다. 사실상 포용의 실천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무의식적으로 생긴 편견들과의 싸움이다. 그것은 자신이 오랫동안 겪어온 체험과 학습의 결과가, 내면에 무의식적으로 잠재해온 것이기에 깨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기업은 다양성 교육을 통하여 직원들의 무의식 편견(Unconscious Bias)을 깨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다양성 교육은 시작점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마치 운동하러 체육관에 온 것과 같지요. 실제 운동은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다양성의 팀을 만들면서 사람들의 생각하는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는 속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예컨대 어떤 팀원은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과정을 중시한다. 인지 다양성(Cognitive Diversity) 전문가인 데이비드 록(David Rock)은 “인지 다양성의 문제 즉 팀원 각각의 다양한 관점이 팀을 똑똑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무의식 편견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강조하면서 “무의식 편견은 그 자체가 무의식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 스스로가 결코 인지할 수 없지요. 단지 다른 팀원들에 의해서만 발견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포용에 관하여 그는 “리더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가, 포용을 강조하기 위해 소수그룹 직원들을 드러내려고 하는 경향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오히려 다수그룹이 민감하게 반응하여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요”라고 충고하면서 “그것보다는 간단한 실행 습관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컨대 직원들 간에 5미터 거리 내에서는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기 등이 그런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많은 전문가가 다양성과 포용은 비즈니스의 핵심 목표와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기업에서 인권이나 공평의 이슈로만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시장을 위한 비즈니스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전문가들의 말속에서 다양성과 포용은 목표를 정할 수 있지만 최종 목적지가 없는 여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정의한 다양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먼저 다름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수용하고, 장려하는 끊임없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