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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Jun 26. 2023

과연 다양성이 창의력을 발휘할까?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표지 그림 Jennifer Maravillas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이제까지 다양성의 문제는 대부분 인종이나 성 차별에 의한 갈등 해소 등 사회 윤리적이거나 제도적으로 다루어왔다. 그런데 최근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더 관심을 받는 주제가 있다. 그것은 ‘과연 다양한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이 더 창의적일까?’이다.      


이 질문에 여러 학자가 실증 연구와 사례를 통해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특히 엘리(Ely)와 토마스(Thomas) 박사가 연구한 결과가 인상적이다1. 그들은 다양성을 통합-학습의 관점(Integration-and-Learning Perspective)이라는 이론으로 얘기했는데, 그것은 조직 내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인력들을 가치 있는 자원으로 여기고, 서로 간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통하여 학습을 촉진한다는 관점이다. 그리하여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전략을 만들어 비즈니스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즉 통합-학습의 관점은 다양성이 기업의 주요 업무 프로세스와 연결되어 창의적 변화를 일으키고 지속적인 학습효과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꽤 있다. 다양성에 관련한 여러 문헌이나 연구 결과, 특히 기업 조직의 다양성과 창의적 성과의 관계에서 확실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2. 실제로 기업들은 창의력이나 혁신이 경쟁우위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공감은 하지만, 섣불리 다양성으로 무장된 조직으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다양성으로 인하여 생기는 충돌이나 의사결정의 어려움, 장시간 토론에 의한 시간 부족 등, 여러 갈등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하버드 경영 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다양성과 창의력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3. 다양성과 창의력이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떤 구체적인 요건 사항들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첫째, 창의력과 실행력은 다르다. 즉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과 실행하는 것을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 연구소에서 100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108개의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했는데, 다양한 배경이나 능력으로 구성된 팀을 핵심 연구나 아이디어 창출에 활용하면 확실히 성과가 좋았다. 반면에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단계에서 다양성의 팀은 내적인 갈등과 의사 결정 능력의 부족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실행조직은 주로 시간과의 싸움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단합 의식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둘째, 다양성의 리더십은 필수적이다. 필자는 여러 사례를 통해 다양성의 실현은 탑-다운(Top-down) 방식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다양성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전략적 리더십에 활용하면, 창의적인 조직은 물론, 수준 높은 기업 문화로 발전하면서 기업 가치가 확대될 것이다.     


셋째, 극단적 다양성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 연구에서도 극단적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팀은 확실히 조화가 어렵고 심한 갈등을 겪기가 쉽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그래서 적절할(Moderate) 정도의 다양성이 오히려 더 나은 창의력을 보여준다고 한다. 경영의 원리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익과 비례한다 하여 극단적인 패러다임으로 가는 것은 오히려 암흑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깊이 새겨보자.     


넷째, 깊은 수준(Deep level)의 다양성이 핵심이다. 보통 다양성을 논의할 때 주로 인종이나 성별, 나이 등과 같은 인구통계학적인 속성들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창의력에 깊이 관계된 다양성은 보이지 않는 심리학적인(Psychological) 속성이 강하고, 필자는 그것을 깊은 수준의 다양성인 가치적(Value) 다양성으로 정의한 바 있다. 즉 사람마다 지닌 고유한 개성이나 가치관 또는 능력 등이 가치적 다양성에 해당한다.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이 겉모습과 같이 정형화되고 탐색이 쉬운 반면에, 깊은 수준의 가치적 다양성은 사람 개개인이 지닌 가치나 능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창의력에는 핵심이 된다4. 결국 창의적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겉모습보다는 보유한 기술, 능력, 가치관, 배경 등이 다양한 인력들로 구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째, 지식 공유의 문화가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다양성의 팀을 구성한다해도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소용이 없다. 학술적으로 이것을 ‘다양성 환경(Diversity Climate)’이라고 정의하는데, 즉 ‘직원 개개인이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받고 팀에 통합되었다는 인식’을 말한다5.      


마지막으로, 다양성 교육의 중요성이다. 최근 기업에서 실시하는 다양성 교육은 다른 코칭이나 리더십과 같은 전형적인 교육과는 다르다고들 말한다. 특히 냉소적이거나 무뚝뚝한 직원에게도 설득력이 있고 좋은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아마 다양성의 주제가 아직까지는 신선하고 일상의 문제이면서, 주로 다양성의 긍정적 효과 등을 다루기 때문인 것 같다.      


결론적으로 기업이 다양성을 잘 활용하면 분명 높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전제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다. 특히 실행력보다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업무에 적절 수준의 다양성 팀을 구성하면 최적의 효율을 발휘할 것이다. 또한 탑-다운의 리더십으로 다양성 환경, 즉 지식 공유의 문화를 조직안에 잘 조성하면, 그것이 경쟁력이고 결국 다양성의 성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Cultural diversity at work: The effect of diversity perspectives on work group processes and outcomes”, Ely, R. J., & Thomas, D. A., 2001,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6, 229-273.

2. “When member homogeneity is needed in work teams: a meta-analysis”, Bowers, C. A., Pharmer, J. A., & Salas, E., 2000, Small Group Reseach, 31(3), 305-327.

3. “Does Diversity Actually Increase Creativity?”, Tomas Chamorro-Premuzic, 

, Harvard Business Review, 2017.07.

4. “다양성 전략, 이종구, 서울경제경영, 2016

5. "다양성 수준과 다양성 통합 전략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이종구(2013), 서울과학

    종합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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