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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Aug 02. 2023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와 DEI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요즈음 뉴스나 여러 미디어를 통해 ‘언행불일치(言 行不一致)’란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정치권에서 벌어 지는 사례들이 그렇다. 다가올 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자가 나름의 공약을 쏟아내고 반드시 지키겠노라고 큰소리치면서 유권자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이제 유권자들은 안다. 과연 그 공약들이 몇 개나 지켜질 것인가를. 


최근 서울의 모 대학에서 외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경영전략(International Business Strategy)을 강의한 적이 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국제경영에서 나타나는 여러 언행불일치 행태를 데이터로 알게 되었고, 강의 중에 관련 사실을 설명하면서 몇 번 흥분한 적도 있었다. 예를 들어, 부정부패(Curruption) 방지를 위한 OECD 뇌물방지협약(Anti Bribery Convention)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44개의 OECD 국가가 서명하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일부 북미나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반부패 강화를 위한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내용이다.1  이렇듯 OECD 나라들도 언행불일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마당에, 어찌 다른 개발도상국들로부터 반부패의 제도적 노력을 바라겠는가? 결국 국제 비즈니스를 위한 반부패 윤리는 해당 국가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비즈니스 주체가 알아서 잘 대응하는 것, 그 이상의 솔루션은 없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글로벌 기업 경영에 큰 화두가 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다. 그런 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이 주창하는 DEI가 언행불일치의 대표적인 행태가 되었다. 많은 비즈니스 리더가 DEI는 기업의 근간이자 혁신의 바로미터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것을 의미 있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그나마 비교적 최근에 발생했던 ‘미투(Me Too)’나 ‘Black Lives Matter’와 같은 차별에 대항하는 운동이 기업의 행동양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DEI의 좋은 의도가 과연 실제 행동으로 전개될 수 있는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여기 DEI의 실천을 주장하고 강조하는 최근에 발간된 3권의 책이 있다. 이 책들은 ‘기업 조직이 어떻게 DEI를 실현할 수 있을까?’의 질문에 나름의 답을 준다.2 


첫 번째 서적은 DEI 컨설턴트인 루치카 툴시얀 (Ruchika Tulshyan)의 『목적 있는 포용(Inclusion on Purpose)』이다. 그녀는 DEI의 ‘진정한 진보’는 공감만이 아니라 실행하려는 노력과 자세라는 것을 강조하 면서 다음의 6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모두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은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셋째, 좀 느리더 라도 피드백을 장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넷째, 우리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가진 방어적인 본능을 지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용기 있는 도전을 장려하고 실수로부터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화는 항상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직원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출처: www.amazon.com

그녀는 우리가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정책이나 가정들이 어떻게 의도하지 않은 해를 입힐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요구하는 여러 회식이나 미팅이 음주와 함께 진행된다. 이럴 때, 종교나 문화, 건강상의 이유로 음주하지 않은 직원을 암암리에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인하여 여러 무의식의 편견이 발생하고 잘못된 조직 문화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서적은 오랫동안 DEI 임원을 역임했던 데이지 오거 도밍게스(Daisy Auger-Dominguez)가 발간한 『포용 혁명(Inclusion Revolution)』이다. 그녀는 먼저 인력의 고용이나 유지, 성장에 대한 다양성 지표 를 수립하고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다양성 데이터에 근거한 인적 자원 활용을 말한다. 다음으로는 조직 문화에 관한 것으로, 공개적으로 갈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름으로 인한 갈등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고 이를 열띤 토론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로 해결해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는 다양성의 진전을 여정으로 보고 계속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다양성과 포용은 목표를 정할 수 있지만 최종 목적지가 없는 여정이라고 말하면서 다양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3 

먼저 다름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수용하고, 장려하는 끊임없는 여정이다.” 

즉. 이러한 다양성의 여정을 진행하면서 그 발전된 성과로 계속 선순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출처: www.amazon.co.uk

저자는 앞의 세 가지 실천 양식을 통해서 특히 중간 관리자가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정기 적인 청취 세션을 개최하고, 익명 핫라인을 설정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매일 ‘to-be’ 목록으로 만들어 실행할 것을 제안한다. 역시 DEI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는 관리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이 위험과 실수를 감수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내고 솔직해질 수 있도록, 여러분이 만들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서적은 소덱소(Sodexo)사에서 글로벌 CDO를 역임했던 로히니 아난드(Rohini Anand)가 발간한 『글로벌 DEI를 이끌면서(In Leading Global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이다. 그녀는 다국적 기업의 조직은 DEI 프로그램이 다양한 문화적, 정치적, 법적 맥락을 따라 해석되고 실행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종종 간과된다고 말한다. 

출처: www.amazon.co.uk

그녀가 소덱소에서 근무할 때 경험했던 인도 지사의 사례다. 인도 지역의 비즈니스가 확장되면서 여성 관리자가 크게 늘었고 그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해당 프로그램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달랐다. 여성 관리자들의 무관심 탓에 실패로 끝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유를 알기 위해 직면한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했고 그것이 바로 가사의 부담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의 시어머니나 남편 등 가까운 가족들에 의해, 집안일을 우선하라는 전통적인 풍토가 일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아난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행사를 고안했다. 소위 ‘인식의 날 (Recognition Day)’을 만들어 여성 관리자와 직원들의 가족을 초대하는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에서 가족들은 딸과 며느리, 아내, 그리고 엄마가 상을 받는 것을 보고 그들이 회사를 위해 얼마나 큰 공헌을 하는지 듣게 된다. 놀라운 것은 행사 이후에 가족들의 집안일 요구가 크게 줄었고, 일에 더욱 전념하도록 지원했다는 것이다.  


아난드는 이 접근 방식이 다른 나라에서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인도에서만은 제대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이 세상 어느 곳이나 소위 배타와 차별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부채질하는 태도와 시스템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기업에서 글로벌 CDO(Chief  Diversity Officer)나 DEI 담당자의 역할이 바로 이러한 권력의 유산을 발견해내고, 지역의 이해관계자나  문화 전문가와 긴밀히 협력하여, 불균형을 해결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여전히 불평등과 차별로 인해 희망을 잃거나 분노와 냉소에 빠지는 사람들을 뉴스에서 자주 본다. 그리고 말만 무성하게 DEI를 주창하는 기업들이, 한편으로는 획일적이고 편협한 행위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경우도 허다하게 보며 산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어느 곳이든 권력 구조와 상관없이 불평등을 발견하고 해결하는데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겉으로는 DEI를 내세우면서 언행불일치로 왜곡하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 사실 진정으로 DEI를 실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을 만들어 생산성과 성과로 이어가는 기업 사례도 종종 발표된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 DEI의 실천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고 직원 간에 서로 듣고, 이해하면서 함께 개선하려는 노력 또한 증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DEI는 가야 할 길도 멀고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은 것 같다.


참고문헌

1. www.coursera.org/learn/international-business-context

2. “DEI gets real”, Dagny Dukach, Jan-Feb, 2022, HBR

3. “다양성 시대”, 이종구, 2019, 서울경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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