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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안 Jun 24. 2023

책을 읽는 이유

얼마 전 한 번만 진행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읽을까 말까 망설이는 책이 선정도서이길래 무조건 들어갔다. 진행자가 한 질문 중에 어떤 때에 책을 읽느냐가 있었다. 소그룹으로 나뉘어서 각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았다. 신기하게도 이구동성 한 목소리가 나왔다. 자신한테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말이 일등으로 많이 나온 답변이었다. 

    

궁금함과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책을 찾고 뒤적거린다. 스물여섯 살에 아기 엄마가 되었다. 아기라고는 동생들이 어릴 때 본 것 외에는 기억에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아는 게 없어도 너무 없었다. 당연히 책에 의존했다. 그때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육아서적이 스포크 육아였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이를 엄하게 키우게끔 조력하는 육아 책이 대부분 이였다. 몇 권을 읽다 보니까 스포크 육아법에 마음이 끌렸다. 그때까지 주류였던, 아이를 따로 재우며 독립심을 키워야 한다는 것, 정해진 시간에 우유를 줘야 한다는 것과 상반된 스포크 박사의 의견에 다소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정서적인 친밀감을 키우는 것을 강조하는 스포크 육아법을 따랐다. 


어느새 나의 철학이 되어 세 아이를 다 그렇게 키웠다. 심성이 고운 아이들로 순탄하게 자라주었으니 그 책에 감사할 일이다. 모든 책에는 이렇듯 찾고자 하는 해결의 열쇠가 들어있다. 책을 붙들고 들여다보면 처음엔 작가의 세계였으나 어느새 내 안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내 세계가 만들어진다. 스포크 육아법을 읽고 육아에 도전하면서 그 책의 내용이 나의 철학과 가치관이 되어 아이들을 대한 것과 같다.    

 

평소 생활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데에도 독서가 큰 역할을 한다. 인간의 뇌에서 정서 처리를 맡고 있는 부분이 편도체라고 한다. 편도체가 흥분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생각이 어두워진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언어 정보'가 들어오면 편도체의 흥분이 억제되고 잇따르던 부정적인 감정도 누그러든다고 한다. 읽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기분도 나아지고 갈팡질팡하던 마음도 제자리를 찾는다. 이건 뇌신경 전문의의 말이다.     

 


아이들이 갓난아기일 때 명절 쇠러 시댁에 가면 아이들이 자주 보채고 운다. 잠자리를 바꾸고, 또 어르신들이 많은데 아이만 챙길 수가 없어 내가 일하러 왔다 갔다 하면 엄마와 떨어지니까 더 그렇게 된다. 그때마다 준비해 간 그림책을 언니, 누나들한테 주고 읽어주게 하면 울다가도 눈이 동그래지며 울음을 멈췄다. 그때는 모르고 그렇게 했는데 일리가 있다는 것엔 동감을 한다.     


신경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가 어른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연구했다.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기 위해 몇 가지 활동을 주고, 심장 박동 수와 근육긴장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똑같은 시간 같은 활동을 할 때, 독서는 68%, 음악감상 61%, 커피 마시기 54%, 산책 42%, 게임 21%의 스트레스 해소율이 측정되었다. 책 읽기가 단연 1위로 마음의 영양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렇듯 문제 해결과 정서적인 안정 등 책 읽기의 좋은 점은 많다. 현재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학부모님들에게 좋은 육아 책도 권하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고 또 읽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인 학교생활 1학년을 만나 아이들은 인생의 대변혁을 겪는 중이다. 엄마들이 동화책으로 아이들의 정서를 차분하게 조율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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