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교회력 마지막 주일로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었다. 교회력이 낯선 이들은 아직 11월인데 어떻게 벌써 마지막 주일인가 싶겠다. 교회력으로 올해는 다음 주부터 시작해 4주 동안 이어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과 성탄절만을 남기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는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에 우리 교회에 입교해 신앙생활을 하다 돌아가신 이들을 호명하는 전통이 있다. 그것이 루터교회의 전통인지 중앙루터교회만의 전통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제도 여느 해처럼 목사님께서 한분 한분 호명하셨다. 익숙한 이름이 하나둘 나오자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호명하셨을 텐데 그때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입교하고 겨우 한해 남짓 지난 때여서 사실 누가 누군지 잘 몰랐거든. 이제 교우들과도 어지간히 낯이 익었고, 그러다 보니 뵙지는 못했지만 호명되시는 분 중에 익숙한 이름도 있었다.
호명이 끝날 때쯤 문득 나도 저기에 들겠구나 싶었고,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마음이 뭉클했다. 말년에 좋은 교회 얻는 복을 누려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보내면서도 아직 내가 루터교인이라고 실감하지 못했는데, 내 이름도 저기 들 수 있으니 이젠 온전한 루터교인이 되었구나 싶어서였다. 그래서 예배 마치고 굳이 목사님 사무실에 들러서 내 이름도 불러주실 거냐고 확인하기까지 했다.
그것도 못미더워 옆에서 예배드리는 아우 집사에게 나중에 목사님이 내 이름 빠뜨리지나 않으시는지 잘 챙기라고 했다. 그랬더니 누가 먼저 갈지 어떻게 아냐고 한다. 그러면 아우 호명하는 건 내가 챙겨주마 하니 그건 또 싫은 모양이더라. 그럼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어차피 언젠가는 떠날 것인데, 나 가는 것도 싫고 저도 가기 싫다는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