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는 녹색은 모두 돈입니다. 연 강수량이 50mm 정도인 곳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녹색이 존재할 수 없지요. 그래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급수관과 연결되어 있고 나무 밑동엔 수도꼭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잔디밭은 우리나라에서 온돌 난방 코일 깔듯 급수관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덮고 잔디를 심습니다.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에서는 몇 년 전부터 Green Riyadh라는 도시녹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삭막한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일 테지만, 저는 그게 지속성이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듭니다. 나무야 묘목을 들여와서 심으면 되지요. 그런데 그 많은 물을 어떻게 공급할 계획일까요?
사우디는 지하수와 해수를 담수화한 물을 반반 섞어 사용합니다. 사우디 지하수는 빗물로 보충되지 않는 화석 지하수(fossil groundwater)여서 꺼내 쓰면 꺼내 쓰는 만큼 줄어듭니다. 이제는 더 이상 꺼내 쓰면 안 될 정도까지 되었지요. 결국 해수를 담수화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거기엔 또다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담수화 과정에서 주변 해안의 염도를 증가시키는 환경오염도 상당하고 말이지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제 분야 일이 되다 보니 몰라도 될 것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