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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Nov 22. 2024

교방과 기녀

보보담 2024년 가을

LS네트웍스     


교방은 조선 시대에 기녀들의 예능과 재주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지방 관아의 기관이다. 한 마디로 예술학교이자 기획사였다. 이는 고려 시대에 궁중의 조직으로 시작한 이래 조선으로 이어졌다.     


교방에 입학한 어린 견습 관기(官妓)를 동기(童妓)라고 한다. 공연 예술에 재능을 보이는 8~9세 어린이를 뽑아 7~8년 수련시킨다. 동기에게 음악과 춤과 시서화를 가르치는 교사가 있고, 그 위에 교방의 사감인 행수기생이 있다. 행수기생 위에는 도상이라는 직책이 있어 교방의 행정을 총괄하고 그 꼭대기에 고을의 수령이 있다. 서울의 관기인 경기(京妓)는 50세가 되면 기적에서 풀려나 의무를 면제받았다. 관기는 술을 따르거나 음식 시중드는 일을 하지 않았다.     


동기는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부터 손질한다. 머리를 참빗질한 다음 정수리부터 앞가르마를 탄다. 콧날에서 반을 가르며 일직선 가르마를 타고 뒤로 땋아 댕기를 묶는다. 머리 손질을 끝내면 단속곳과 속치마를 기본 속옷으로 갖추어 입는다. 관기는 보이는 복식이 전부가 아니다. 치마 안에 단속곳, 속속곳, 다리속곳, 너른바지 등 속옷 치레부터 달랐다. 머리 손질과 속옷에서 시작하는 복식 갖추기가 교육의 시작이었다.    


가무는 일단 연주부터 배운다. 장구와 장구 장단은 기본 가운데 기본이다. 춤과 노래 학습이 뒤를 잇는다. 궁중 춤과 교방 춤의 중간에는 반드시 춤꾼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니 반드시 노래와 연주와 춤을 아울러야 한다. 연주 실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 하나만 익힌다. 오전에는 노래와 악기를, 오후에는 교방이 정해놓은 춤을 종목별로 익힌다. 한문, 한시, 서예, 그림도 익혀야 한다. 교방에는 과목별로 선임 관기나 음악 실력이 빼어난 양인 남성이 교사 역할을 했고, 그렇게 성취한 기량은 행수기생과 은퇴한 관기가 꼼꼼히 점검했다.     


각 교방에서 선발되어 서울로 올라간 관기를 선상기(選上妓)라고 한다. 이는 경국대전에서 법제화한 제도이고, 이에 뽑힌 관기는 그것을 명예로 여길 뿐 아니라 큰 상금을 받기도 했다. 관객을 사로잡은 선상기는 면천(免賤)되어 양인(良人)이 될 수도 있었다. 선상기는 1차 교육과 2차 집중교육을 받아야 행사에 나간다. 기예가 향상되지 않으면 선상기는 퇴출당하고 교사는 징계를 받는다. 선상기의 교육은 장악원의 소임이다. 선상기는 장악원으로 출근해 의녀에 준하는 급료를 받았다. 몇 년간 서울에서 기예를 갈고 닦은 선상기는 다시 지역의 교방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온 선상기는 교방의 춤과 음악 수준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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