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2012년 지하철 6개 노선 176km 건설사업 입찰공를 냈고 다음 해에 건설업체를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설계부터 시공, 시운전까지 60개월을 예상했지요. 설계를 아무리 서둘러도 1년 안에 끝내는 게 불가능한데 그 엄청난 건설공사를 나머지 4년에 끝낸다는 건 어불성설이었거든요. 그러니 모두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선언 정도로 여겼습니다.
당초 2018년으로 계획했던 준공 시기가 계속 늦어졌습니다만, 제가 떠나오던 2021년 10월쯤에 여기저기서 시운전하는 모습이 보여서 곧 운행을 시작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운행이 계속 지연되어 확인해 보니 공사는 다 끝났다고 하더군요. 2023년 초에 3월부터 운행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그만이었습니다. 드디어 다음 주 수요일(11/27)에 리야드 지하철을 개통한다는 발표가 났습니다. 일단 전체 6개 노선 중 3개 노선을 먼저 개통하고 나머지 3개 노선은 12월 중순에 개통한답니다.
아래는 2019년 9월에 리야드 지하철에 관해 써놓았던 글입니다.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시라고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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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는 나름 잘 사는 나라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직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버스도 없고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승용차가 없는 사람들에겐 택시가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다. 물론 기름값이 싸니 너나 할 것 없이 차를 가지고 다닌다. 휘발유 가격은 현재 리터당 400원이 조금 넘는데, 이것도 지난 몇 년 동안 가격이 세 배나 올라서 그런 것이니 그동안 대중교통의 수요가 그리 높지 않았던 이유일 수도 있겠다.
2012년 리야드 지하철 건설계획이 발표되었다. 6개 노선 176km를 한 번에 건설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연계수송을 위한 버스 노선도 지하철 준공에 맞춰 운영하겠다고 했다. 전 구간을 동시에 건설하자면 그로 인한 혼란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운데, 현 살만 국왕이 리야드 시장으로 있으면서 그걸 밀어붙였다. 수십 년 두고두고 혼란을 겪느니 한 번 고생하고 끝내는 게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왕정국가나 되니 그게 가능하지 않았겠나.
우리 회사도 지하철 설계 실적이 만만치 않으니 어디 한 자리 끼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열심히 쫓아다녔다. 얼마 후 발주공고가 났을 때 눈을 의심했다. 6개 노선 176km 전체를 한 건으로 발주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 건설을 계획, 설계, 사업관리, 노반건설(토목/건축), 궤도건설, 신호통신, 열차공급과 같이 단계로 나누고, 설계나 시공은 노선별, 공구별로 나누어 발주한다. 따라서 이 정도 규모라면 줄잡아 200~300건 정도가 될 것이고, 우리나라처럼 세분하지 않더라도 단계별, 노선별로 발주하면 적어도 수십 건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걸 한 건으로 발주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회사 체급으로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일이어서 그저 헛심만 쓰다 말았다.
워낙 큰 사업이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런저런 압력이 적지 않았던지 결국 1호선, 2-3호선, 4-6호선 이렇게 세 건으로 나누어 업체를 선정했다. 모든 단계와 공정이 묶여있으니 단일 업체가 아니라 설계, 시공, 열차공급 업체가 연합한 컨소시엄이 수행 주체가 되었다.
삼성건설은 이 중 4-6호선을 수행하는 FAST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FAST 컨소시엄에는 세계 굴지의 건설회사인 스페인의 FCC와 사우디 Freyssinet가 토목/건축 시공사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계약이 끝나고 난 후 시공 단계에서 삼성건설이 4호선을 시공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어 현재 삼성건설은 4호선의 토목/건축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30km에 이르는 지하철 노선 하나를 통째로 맡아 건설하는 일은 우리 해외건설 역사에 남을만한 기록이 아닐까 싶다.
작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되었고, 현재로서는 내년 말까지 끝나면 다행이겠다 싶다. 연계 수송을 위해 현재 버스 중앙차로와 정거장 건설이 한창이다. 서울 지하철과 연계수송 시스템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데, 그것이 사실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어도 하나둘 진행되어 가는 걸 보니 그 말이 사실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뭐 하나 제시간에 끝내는 걸 본 일이 없는지라 지하철을 타볼 수는 있을지, 지하철-버스 환승을 해볼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2024년 11월 27일 개통한다는 보도
2023년 3월 개통한다는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