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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Nov 23. 2024

사우디 리야드 지하철 개통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2012년 지하철 6개 노선 176km 건설사업 입찰공를 냈고 다음 해에 건설업체를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설계부터 시공, 시운전까지 60개월을 예상했지요. 설계를 아무리 서둘러도 1년 안에 끝내는 게 불가능한데 그 엄청난 건설공사를 나머지 4년에 끝낸다는 건 어불성설이었거든요. 그러니 모두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선언 정도로 여겼습니다.


당초 2018년으로 계획했던 준공 시기가 계속 늦어졌습니다만, 제가 떠나오던 2021년 10월쯤에 여기저기서 시운전하는 모습이 보여서 곧 운행을 시작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운행이 계속 지연되어 확인해 보니 공사는 다 끝났다고 하더군요. 2023년 초에 3월부터 운행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그만이었습니다. 드디어 다음 주 수요일(11/27)에 리야드 지하철을 개통한다는 발표가 났습니다. 일단 전체 6개 노선 중 3개 노선을 먼저 개통하고 나머지 3개 노선은 12월 중순에 개통한답니다.


아래는 2019년 9월에 리야드 지하철에 관해 써놓았던 글입니다.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시라고 올려놓습니다.


♣♣♣


리야드는 나름 잘 사는 나라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직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버스도 없고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승용차가 없는 사람들에겐 택시가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다. 물론 기름값이 싸니 너나 할 것 없이 차를 가지고 다닌다. 휘발유 가격은 현재 리터당 400원이 조금 넘는데, 이것도 지난 몇 년 동안 가격이 세 배나 올라서 그런 것이니 그동안 대중교통의 수요가 그리 높지 않았던 이유일 수도 있겠다.


2012년 리야드 지하철 건설계획이 발표되었다. 6개 노선 176km를 한 번에 건설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연계수송을 위한 버스 노선도 지하철 준공에 맞춰 운영하겠다고 했다. 전 구간을 동시에 건설하자면 그로 인한 혼란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운데, 현 살만 국왕이 리야드 시장으로 있으면서 그걸 밀어붙였다. 수십 년 두고두고 혼란을 겪느니 한 번 고생하고 끝내는 게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왕정국가나 되니 그게 가능하지 않았겠나.


우리 회사도 지하철 설계 실적이 만만치 않으니 어디 한 자리 끼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열심히 쫓아다녔다. 얼마 후 발주공고가 났을 때 눈을 의심했다. 6개 노선 176km 전체를 한 건으로 발주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 건설을 계획, 설계, 사업관리, 노반건설(토목/건축), 궤도건설, 신호통신, 열차공급과 같이 단계로 나누고, 설계나 시공은 노선별, 공구별로 나누어 발주한다. 따라서 이 정도 규모라면 줄잡아 200~300건 정도가 될 것이고, 우리나라처럼 세분하지 않더라도 단계별, 노선별로 발주하면 적어도 수십 건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걸 한 건으로 발주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회사 체급으로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일이어서 그저 헛심만 쓰다 말았다.


워낙 큰 사업이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런저런 압력이 적지 않았던지 결국 1호선, 2-3호선, 4-6호선 이렇게 세 건으로 나누어 업체를 선정했다. 모든 단계와 공정이 묶여있으니 단일 업체가 아니라 설계, 시공, 열차공급 업체가 연합한 컨소시엄이 수행 주체가 되었다.


삼성건설은 이 중 4-6호선을 수행하는 FAST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FAST 컨소시엄에는 세계 굴지의 건설회사인 스페인의 FCC와 사우디 Freyssinet가 토목/건축 시공사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계약이 끝나고 난 후 시공 단계에서 삼성건설이 4호선을 시공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어 현재 삼성건설은 4호선의 토목/건축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30km에 이르는 지하철 노선 하나를 통째로 맡아 건설하는 일은 우리 해외건설 역사에 남을만한 기록이 아닐까 싶다.


작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되었고, 현재로서는 내년 말까지 끝나면 다행이겠다 싶다. 연계 수송을 위해 현재 버스 중앙차로와 정거장 건설이 한창이다. 서울 지하철과 연계수송 시스템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데, 그것이 사실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어도 하나둘 진행되어 가는 걸 보니 그 말이 사실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뭐 하나 제시간에 끝내는 걸 본 일이 없는지라 지하철을 타볼 수는 있을지, 지하철-버스 환승을 해볼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2024년 11월 27일 개통한다는 보도

https://saudigazette.com.sa/article/647286/SAUDI-ARABIA/Riyadh-Metro-to-begin-partial-operations-next-Wednesday-Report


2023년 3월 개통한다는 보도

https://www.saudigazette.com.sa/article/629017/SAUDI-ARABIA/Riyadhs-Public-transport-project-to-operate-in-March-mdash-Royal-Commission-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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