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인간의 잘 살려는 이기심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이 합리적으로 운영된다고 보았다. 이후 수요와 공급의 법칙, 기대효용이론 등 많은 이론과 사례들이 우리 사회의 경제현상을 설명하며 경제학의 발전을 이루어 냈다. 이런 주류 경제학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 효용 기대치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간의 행동들이 항상 합리적이 될 수는 없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임원들은 메일을 잘 쓸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다수 임원분들은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를 치기에 가급적 짧게 메일을 쓰려고 한다.
선수시절 유명했던 감독이 팀을 잘 이끌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실제 팀을 잘 이끄는 감독은 선수 시절에 유명하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다. 선수 시절의 무명, 부상, 시련이 감독으로서 선수를 이해하고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제국의 번성은 지속적인 전쟁에서의 승리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역사 속의 강력한 제국들은 전쟁에 져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국력이 약해져 내분으로 스스로 무너진 경우가 더 많다. 전쟁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국력의 소모를 의미한다.
이런 현실적인 차이는 인간 행동이 온전히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낳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설명하는 행동경제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의 원인을 감정적 영향으로 보았고, 이런 다양한 사례들을 이론화하여 여러 학자들이 노벨경제학상까지 받게 되었다.
2020년대에 들어서 한국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글로벌 회사들이 업적(실적) 평가와 역량(능력) 평가를 두 개의 축으로 하는 평가제도를 가지게 되었다. 이 평가제도는 기존에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단순 인사고과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이룬 성과와 역량에 따라 보상하기 위해 도입되었고, 이론적으로 완결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제도 운영이 간결하여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이 인사평가 시스템의 구성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직원들의 기여도와 가치에 따라 보상 재원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직원을 계속적으로 동기부여하여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이다. 하지만, 실제 회사의 직원 행동들이 항상 합리적이 될 수는 없다. 회사에서의 현실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평가를 위한 목표 수립이 체계적으로 설정되기보다는, 보통 예전에 사용했던 평가지표를 재활용하거나, 마감시간에 맞추어 급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평가자(직책자/팀장/임원)가 직원의 성과와 역량에 대한 수시 기록을 남겨서 사실에 근거하고 개선과 발전할 수 있는 피드백을 주어야 하나, 평가자가 너무 바쁘거나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가 단계에서 평가자는 최근효과, 후광효과, 관대화 효과 등 다양한 심리적 편향에 영향을 받게 된다.
임원들은 자신이 누구를 평가해야 하며, 그들의 성과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평가 시스템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평가는 제도 자체의 완결성보다는 실질적인 제도 운영이 중요하다. 그리고 직원의 성과와 역량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평가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된 평가자들의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한두 번의 평가자 교육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교육, 훈련, 모니터링을 통해 조금씩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 또한 성과에 대한 관리와 역량에 대한 개발은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서 연중 지속적으로 양방향 소통을 하면서 관리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팀장과 팀원 간에 서로 신뢰라는 잔고가 쌓일 때, 직원 육성을 위한 피드백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평가자(직책자)는 당장 보이는 숫자에 대한 챌린지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진정성 있는 인사평가제도의 운영에 대한 외침은 멀게만 느껴지게 된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회사에서 인사평가는 그저 연말 연례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올해의 보상을 나누기 위한 연말 인사고과로 진행되고,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대부분 '한 해 동안 수고했습니다' 또는 '조금 더 잘했으면 합니다'로 간단하게 마무리된다.
결론적으로 회사의 인사평가 시스템은 직원의 성과 향상과 역량 개발을 목표로 만들어졌지만, 이 시스템이 운영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팀장들의 평가 및 피드백을 위한 시간)이 갖추어지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인사평가 시스템은 연말 보상 배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행정절차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사평가 시스템에 큰 기대를 가지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 평가결과는 학생부가 아니다. 회사를 이직할 때, 평가결과는 결코 따라가지 않는다(평가결과는 직속 팀장과 인사팀을 제외하고는 비밀사항이라, 이직할 때 Referance check에서 절대 나타나지 못한다). 회사 내부에서도 과거의 평가 결과는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다. 인사평가는 보상 시즌이 지나면 쉽게 잊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