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Think Different'라는 모토와 함께 항상 새롭고 최고의 제품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 연설과 같이 불멸의 명언을 남긴 그는 훌륭한 기업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생애를 살펴보면 반전의 순간들이 있다. 애플을 창업한 그는 1985년 애플2와 개인용 컴퓨터 리사의 실패로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독단적인 행동을 계속하자 이사회로부터 쫓겨나게 된다. 이후 12년간 Apple 밖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게, 그는 자신의 인생 암흑기라고 표현하는 그 시기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경영자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스티브 잡스가 황야에서 배운 것' 참조)
마리사 메이어는 1975년 미국에서 환경공학자인 아버지와 미술교사인 어머니 사이어세 태어나, 어릴 때부터 수학, 과학, 어학, 발레, 수영, 피아노 등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고, 스탠퍼드 대학교에 입학하여 컴퓨터 공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으며 인공지능을 연구하였다. 이후 1999년 구글에 입사하여 초기 구글 검색 엔진 개발에 참여하고, 구글의 시작페이지 디자인 개발을 이끌었다. 이후 구글 애드워즈 개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게 된다. 메이어의 천재성으로 그녀는 38세의 나이로 미국 Fortune 500 기업의 최연소 CEO 기록을 세우며 야후로 스카우트된다. 이후 메이어는 야후에서 많은 변화들을 주도하였다. 재택근무를 불허하고, 성과평가의 하위 10%를 해고하고, 약 50여 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M&A 하였다. 하지만 이런 변화 활동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5년 후 메이어는 최악의 CEO라는 불명예를 받으며 회사에서 사임하게 되고, 야후는 헐값에 팔리게 된다. 구글의 엔지니어로 승승장구하던 천재 메이어는 야후의 구원투수로 등장하여 왜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었을까? (동아비즈니스리뷰, 정동일, 2018년 5월 참조)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역량
회사에서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관련 지식을 단기간에 습득하여 회사의 어려운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인재들이 있다. 이들은 그 뛰어난 능력으로 조직에 산재한 많은 이슈들을 잘 해결해 나가는 회사의 보배와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이 현장 일선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통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들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팀장과 같은 직책을 달면서 발생한다. 실무자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과 직책자로 부하직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공구세트 (skill set)를 필요로 한다. 실무자로 어려운 이슈를 직접 처리할 때는 분석력, 문제해결능력과 같은 개인 역량이 필요하지만, 직책자로 부하직원을 통해 어려운 이슈를 처리할 때는 Motivation, Empowerment, Coaching 등의 대인관계에 기반한 역량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대인관계에 기반을 둔 역량들은 지식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양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부하직원에게 잘해 주었다가 이용당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부하직원을 혹독하게 다루었다가 쓸쓸함을 느끼기도 하고, 철야 야근으로 쌍코피 터져가며 마감 기한을 지켜낸 희열감을 느껴가는 과정에서 자신 스스로 말을 가려서 하게 되고, 감정을 절제하고, 다른 사람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얻어가는 것이다. 수양을 통해 얻어지는 역량이라는 것은 시행착오와 풍파를 거쳐 가면서 마음고생, 자기반성 (Self-reflection), 후회, 용기들이 범벅되는 과정을 통해 발효되어 얻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시간(경험)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경험이 부족한 직책자가 우수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익어가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9년에 구글에 입사한 후, 2012년에 야후 CEO가 된 메이어 역시 너무 빨리 CEO가 되어 버린 것이 화근이 되어 최악의 CEO라는 불명예를 갖게 되었고,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황야에서 보낸 12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가다듬었기 때문에 지금은 마니아들로부터 존경받는 경영자로 남게 된 것이다.
깊은 사고와 입체적인 사고
어느 날 딸이 물었다. 아빠 해는 동쪽에서 뜨나요? 갑자기 받은 질문에 나는 바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그렇다고 하겠지만, 딸이 최근 과학 잡지에서 태양계와 천체의 움직임에 대해 읽고 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과학적으로 답변을 하자면, 해가 뜨는 것이 아니고 지구가 회전을 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아니다라고도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차분하게 왜 궁금하냐고 물어보자, 학교에서 그렇게 배운 것이 맞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해는 동쪽에서 뜨지라고 대답해 주었다. 세상에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답은 항상 변할 수 있다. 직장에서도 신입직원이나 후임 직원이 질문을 하였을 때, 그 대답은 질문자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답변해 주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데, 한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깊거나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깊은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 자체에 몰입을 하곤 한다. 이런 경우,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에 대한 대답은 천문학적 현상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매우 길어지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난해해질 것이다.
직장 생활에는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의 깊은 사고가 애플의 창업과 개인용 컴퓨터의 개발을 이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깊은 사고만 있다면 회사는 지속될 수 없고, 스티브 잡스도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회사에 매우 똑똑한 분이 계셨다. 당시 우리 회사는 기술적으로 큰 난관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라 A팀장의 전문성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A팀장은 특유의 비꼬는 말투와 차가운 행동으로 팀 내 구성원들이 이직을 하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려고 하고, 타 부서와 갈등이 커지고 있었다. 토사구팽이 명백한 상황이었다. 비록 지금은 기술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A팀장을 붙잡고 있지만, 기술 문제가 해결이 되면 A팀장이 일으키는 대인관계 문제로 그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모든 이들이 토사구팽의 상황을 알고 있는데, 정작 가장 똑똑한 A팀장만이 이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회사 생활에는 다른 상황 요소를 고려하여, 답변해 주고 행동하는 입체적인 사고가 반드시 같이 필요하다. 한 우물만 깊이 파는 지식과 사고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올바른 말이 가진 양면의 힘
똑똑한 사람들은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일선에서는 문제를 해결하지만, 그들의 날카로움이 조직 내부를 향할 때, 조직은 쉽게 난도질되기도 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맞는 경우가 많다. 거의 다 맞는 이야기다. 이런 올바른 말에는 그 자체로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말 앞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부정하거나 반박하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올바른 말이고, 좋은 말이고, 천금 같은 말이라 하여도, 올바른 말의 힘을 과하게 휘두르면 동료들이 다치게 되고, 부하직원의 원성이 들끓게 마련이다.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업무상 명백한 잘못이 있어, 이를 지적하고 시정하도록 조치하고, 더 나아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개적으로 일벌백계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잘못에 대해서는 당사자도 큰 마음고생이 있을 것이고, 필요한 조치는 조직에서 협의하여 적절하게 내리면 되는 것이다. 일벌백계를 통한 강한 질책과 피드백은 즉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것은 상대방이 적대적 침묵으로 가도록 만들고, 질책의 상처와 아픔 때문에 개선의 의지보다는 복수의 칼날을 다짐하게 될 뿐이다. 이렇게 싫어하는 대중이 하나, 둘씩 모이게 되면, 이들은 협심하게 되고 그 힘은 올바른 말의 힘을 압도하게 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올바른 말의 힘을 과하게 사용한 지도자, 충신들의 말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똑똑한 사람들은 자신의 힘에 원천을 올바른 말이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내려놓는 대범함, 배려, 겸손에 두어야 한다. 올바른 말의 힘을 너무 많이 하면, 그 스스로 힘을 잃어 잔소리가 되어간다. 대신, 올바른 말의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스스로 빛이 나고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할 것이다.
똑똑하다는 칭찬의 이면
회사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똑똑하다는 칭찬을 한다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 회사에서 똑똑하다는 칭찬은 그리 좋은 칭찬이 아니다. 어떤 단점 부분이 있을 때, 많이 떠오르는 칭찬 방법이다. 이 보다는 '믿고 맡길 수 있다'와 같은 더 넓은 범위의 칭찬이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에 대한 진짜 칭찬인 경우가 많다. 당신이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내가 혹시 남들에 대해 비꼼, 지적, 질책 등을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옛말에 '어려운 것은 나를 아는 것이요, 쉬운 것은 남에게 충고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고칠 것들은 너무 많다. 똑똑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고칠 것들이 너무 잘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지적하고 개선하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 속담에 '문제 되지 않으면 문제 삼지 않는다'가 나왔을 것이다. 입체적인 사고를 통해 가장 중요한 하나를 짚어내고, 거기에서 천리길을 가듯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입체적인 사고 측면에서 똑똑한 사람보다, 똑똑하다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더 똑똑한 사람들일 것이다.
얀테의 법칙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적 복지와 경제적 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나라로 많은 국가들의 선망을 받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성공적인 북유럽 문화를 형성하는 배경으로 얀테의 법칙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얀테의 법칙은 덴마크계 노르웨이인 작가인 악셀 산데모세(Aksel Sandemose)가 풍자소설 '도망자'(A Fugitive Crosses His Tracks, En flyktning krysser sitt spor, 1933)에서 묘사한 얀테의 법칙에서 유래했지만, 실제로는 유럽 사람들에게 더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온 관습법 내용을 소설에서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얀테의 법칙]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을 비웃지 마라
누군가 당신을 걱정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남들에게 뭐든 가르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이 불문율을 깨려는 자는 마을 공동체의 조화를 깨는 적으로 간주된다. 11번째 규칙인 '얀테의 형법'은 이 소설에서 추가되었다.
얀테의 법칙은 결국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개인주의와 사적인 성공보다는 공동체주의와 공익을 추구하라는 의미이고, 이것이 기반이 되어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 복지와 경제 성장을 일구어 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