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신기한 술과 누룩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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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국인들의 추억 중에서는 집에서 식은 밥으로 막걸리를 해 먹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식은 밥에 물을 넣고 누룩을 넣고 20~25도 전후의 적당한 온도, 밀봉, 그리고 수일이 지나면 달달한 막걸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원리로 밥은 술이 될 수 있었을까?
당분과 수분, 즉 주스 상태에서는 술은 쉽게 시작한다.
일단 밥이 아닌 과일로 만든 술은 의외로 간단하다. 포도, 사과, 딸기처럼 당이 많은 과일은 으깨기고 가볍게 뚜껑을 덮어두면 며칠 내로 술이 된다. 정확히는 알코올이 생긴다. 그 속의 당분을 (공기 중 등에 있는) 효모가 먹으며 알코올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탄산, 즉 CO2가 생기게 된다. 즉, 세상의 모든 술은 당분이 가득한 과일 주스와 같은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밥 속의 전분은 풀어야 하는 압축파일과 같다
하지만 밥은 다르다. 밥의 주성분은 전분이다. 전분은 포도당 수천 개가 길게 연결된 거대한 분자다. 당분이 각각 하나의 파일이라면 전분은 파일들이 뭉쳐진 압축파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풀면 당분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효모가 전분을 바로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압축을 풀어야 먹을 수 있다. 포도당이나 과당 같은 단당류, 이당류정도만 섭취하기 때문이다.
결국 밥(전분)은 효모에게 ‘보이지만 먹을 수 없는 음식’, 압축을 풀 수 없는 파일과 같다.
압축파일을 풀어주는 도우미가 누룩
그렇다면 누가 압축파일을 풀어줄까. 그 일을 해주는 것이 바로 누룩이다. 누룩 속의 당화효소로 전분을 잘개 쪼개서 효모로 하여금 먹기좋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누룩은 효모까지 품고 있어서 알코올 발효를 도와준다.
그래서 누룩은 밥의 전분을 당분으로 만드는 당화효소를 품고 있으며, 알코올 발효를 하는 효모까지 같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을 만드는 존재’와 ‘술을 만드는 존재’가 공존하는 복합 생태계가 누룩이다.
누룩 하나면 밥을 당분(수분 추가)으로 만들 수 있고, 알코올발효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마법 같은 일인가.
누룩은 왜 전분을 당분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러면 누룩은 어떻게 당화효소를 가지게 되었을까?
이 과정을 알아야 누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일단, 누룩이 가진 당화효소는 우리 몸에도 있다. 바로 타액에서 나오는 아밀레이스(아밀라아제)다.
밥을 오래씹으면 달아진다. 입속의 아밀레이스가 전분을 쪼깨서 당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전분(곡물)을 섭취하기 위해 당으로 쪼개주는 역할을 우리 몸에서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씹으며 타액을 분비하는 과정이 소화의 첫 번째 과정이라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만 그렇게 할까? 아니다. 흥미롭게도 곰팡이도 같은 형태로 전분을 섭쥐한다.
리조푸스(Rhizopus),아스퍼질러스(Aspergillus), 무코(Mucor)라는 곡물형 곰팡이(Cereal / Starch type)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곡물을 먹고사는 곰팡이다. 그러면 무엇을 분비해야 할까? 맞다. 바로 당화효소다. 우리 입 속에 있는 아밀레이스를 그들도 분비해야만 곡물을 당으로 바꾼 후, 섭취가 가능한 것이다.
결국 누룩이란 곰팡이들이 잘 사는 환경을 만들어 그들이 분비하는 당화효소를 모으는 물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 당화효소로 곡물(전분)을 곡물주스(당분)로 만드는 것이 곡주제조의 제1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당화효소를 분비할 곡물용 곰팡이가 잘 사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누룩의 첫 번째 단계이다.
그렇다면 누룩은 왜 효모를 품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왜 누룩에는 효모도 있는가? 효모는 공기 중에 존재하지만 계속 떠 있지는 않는다. 작은 입자라 잠시 부유하다가 결국 가라앉아 표면에 붙는다. 그래서 누룩의 재료나 사람의 손, 벽, 바닥 같은 곳에도 효모가 붙어 있다. 즉, 자연스럽게 효모가 부착되는 것이다.
여기에 누룩방은 따뜻하고 습하며 산소가 많아 효모가 자라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다.
처음엔 공기 중과 재료에서 들어온 효모가 착상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안에서 효모가 증식해
결국 누룩방 자체가 효모가 많은 공간이 된다.
누룩방은 단순한 숙성실이 아니라 효모와 곰팡이가 함께 살아가며 서로 균형을 이루는 ‘미생물의 서식처'가 된다
정리하자면 효모가 누룩에 부착하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작은 입자라서 어차피 가라앉는다. 다만 그 공간에 움직임이 적어야 한다.
둘째는 착지 요인이다. 누룩의 표면은 통밀 반죽이 거칠고 다공성이어서 미세한 틈이 많다. 효모 세포는 이런 틈새에 고정되기 쉽다.
셋째는 환경 요인이다. 누룩은 통풍이 잘되므로 산소가 풍부하다. 효모는 처음에는 산소를 이용해 세포 분열로 수를 늘린다. 이것을 호기성 성장이라 한다.
누룩방(누룩실)안에 이미 효모가 많다.
원래 곡물에도 일부 효모가 부착되어 있다.
효모가 이렇게 누룩 표면에 정착하고, 일정한 개체수를 이루면 누룩은 ‘곰팡이가 만들어 낸 효소+공기 중에 부착된 효모’의 복합체가 된다.
누룩에 붙는 효모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카로미세스 세르비시에(Saccharomyces cerevisiae)이다. 이는 와인, 맥주, 막걸리 등 거의 모든 발효주에 사용되는 기본 효모이다. 하지만 전통 누룩에는 이 외에도 많은 종류가 함께 존재한다.
사카로마이콥시스 피불리게라(Saccharomycopsis fibuligera)는 전분을 직접 분해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이 효모는 당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Candida(칸디다), Pichia(피키아), Kluyveromyces(클뤼베로마이세스), Debaryomyces(데바리오마이세스) 등의 효모는 향 형성에 기여한다.
이처럼 누룩은 단일 균이 아닌, 곡물형 곰팡이, 그들이 분비한 당화효소, 여러 효모가 공존하는 작은 사회이다. 각각의 효모는 알코올 내성, 향, 산, 발효 속도 등에서 다른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전통 막걸리는 지역마다 향과 맛이 조금씩 다르다.
같은 쌀과 물을 써도, 누룩에 사는 효모와 곰팡이의 종류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진다. 이 다양성이 바로 한국식 발효문화의 힘이다.
누룩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나?
그렇다면 당화효소와 효모를 품은 누룩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이 될까? 누룩은 보통 밀을 주재료로 만든다. 밀가루보다는 통밀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통밀에는 껍질(피층), 배아, 전분층이 모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 세 부분은 각각 누룩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통밀의 껍질은 통풍과 수분 조절을 돕는다.
통밀의 배아는 식물이 싹틀 때 필요한 효소를 이미 가지고 있어서 당화가 빠르게 일어나도록 돕는다.
통밀의 전분층은 곰팡이의 먹이가 된다.
곰팡이는 이 전분층에 뿌리를 내리고 당화효소를 분비해 전분을 분해한다.
즉, 통밀로 만들게 되면 이미 일부 당화효소를 가지고 시작한다. 출발점부터 다른 것이다.
밀가루 누룩이 까다로운 이유
그렇다면 밀가루는 누룩으로 만들기 쉬울까? 전체적으로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껍질과 배아가 제거되어 통기성이 떨어지고 곰팡이가 숨쉬기 어렵다. 또한 단단히 뭉쳐 공기층이 적기 때문에 곰팡이 균사가 잘 퍼지지 못한다.
현미는 좀 더 가능하다. 그래도 당화효소를 품은 배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미는 껍질과 배아가 남아 있어 단백질과 이미 당효효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껍질이 단단해 수분이 잘 흡수되지 않는다. 곰팡이가 안으로 파고들기 어렵다.
백미는 현미보다 더 어렵다. 쌀은 기본적으로 전분이 많은 곡물이다. 백미는 도정 과정에서 껍질과 배아가 제거되어 전분 함량이 73~75%까지 올라간다. 또 효소의 씨앗이 되는 단백질과 미네랄이 통밀에 비해 적어 누룩 재료로는 불리하다.
통밀은 껍질이 단단하기 때문에 거칠게 분쇄하여 누룩을 띄운다. 여기에 다공성이어서 곰팡이가 잘 자란다. 또한 글루텐 덕분에 반죽이 잘 뭉쳐 공기층을 형성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밀 누룩이 가장 많이 쓰였다.
즉, 통밀은 곰팡이가 자라기 위한 “가장 유리한 집”이다. 거칠고 통풍이 잘되고,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효소의 씨앗이 되는 배아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쌀 누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양조장(가양주 연구소)에서 나온 설화곡이라는 쌀누룩도 있으며, 이화주를 만드는 이화국도 쌀누룩이다. 어디까지나 통밀이 유리하다는 것이지, 쌀로 누룩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밀가루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누룽지로 누룩을 만들 수 있나?
누룽지도 어렵다. 누룽지는 밥을 눌러 바삭하게 만든 것으로, 표면의 수분이 증발하고 150도 안팎의 고온에 노출되면서 미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수분 부족이다. 곰팡이는 자라기 위해 일정한 수분이 필요한데, 누룩의 적정 수분이 25~35%인 반면 누룽지는 10% 이하로 매우 건조하다. 또한 열의 살균 효과로 대부분의 미생물이 이미 죽은 상태다.
여기에 갈변 반응으로 생긴 멜라노이딘이 항균 작용을 하고, 표면이 단단하고 매끄러워 곰팡이가 뿌리를 내릴 틈도 없다.
결국 누룩은 습하고 통풍이 되는 따뜻한 환경에서 곰팡이를 키우는 공간이지만, 누룽지는 곰팡이를 막는 환경이다. 물론 수분을 주고 곰팡이를 배양할 수는 있지만 효율이 나쁘다고 볼 수 있다.
나쁜 곰팡이가 누룩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
곡물형 곰팡이(누룩 곰팡이)들이 “공기 중에 가장 많은 곰팡이”는 아니다. 예를 들어, 공기 중에서는 클라도스포리움(Cladosporium), 페니실리움(Penicillium), 알터나리아(Alternaria)류가 더 흔하다. 이 들은 무엇보다 공기 중 포자량이 많고, 식물성 유기물(잎·과일·나무·벽면 등) 표면에 잘 붙는 환경형 곰팡이들이다. 즉 곡물형 곰팡이와 다른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열 등에도 곡물형 곰팡이와 달리 약하다.
결과적으로 누룩의 환경에서는 당화효소를 만들어내는 아스퍼질러스 오리제, 리조푸스 오리제, 무코 시르시넬로이데스와 같은 곡물형 곰팡이가 유리한 것이다.
이 곰팡이들은 누룩 속에서 먹고 살기 위해 당화 효소를 만들어 축적한다. 알파아밀레이스, 글루코 아밀레이스, 프로테아제, 리파아제 등 다양한 효소가 누룩 덩어리 안에 쌓인다. 누룩의 핵심은 바로 이 효소의 축적이다.
결과적으로 누룩의 환경에서는 당화효소를 만들어내는 아스퍼질러스 오리제, 리조푸스 오리제, 무코르 시르시넬로이데스와 같은 곡물형 곰팡이가 유리한 것이다.
이 곰팡이들은 누룩 속에서 먹고 살기 위해 당화 효소를 만들어 축적한다. 알파아밀레이스, 글루코 아밀레이스, 프로테아제, 리파아제 등 다양한 효소가 누룩 덩어리 안에 쌓인다. 누룩의 핵심은 바로 이 효소의 축적이다.
어떻게 보면 이들이 가장 살기 좋고, 다른 균은 억제되는 그런 환경을 일부러 만드는 것이 바로 누룩이라고 볼 수 있다.
누룩을 만들 때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기 중에서 달라붙는다. 하지만 관리를 잘 한 누룩 속에서는 곡물형 곰팡이가 많이 살아남는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누룩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낸 자연선택의 결과이다.
당화효소를 붐비하는 누룩 곰팡이 3종의 역할을 좀 더 소개하자면
아스퍼질러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는 전분을 분해하는 아밀레이스 효소를 풍부하게 만들어, 밥을 당으로 바꾸는 핵심 역할을 한다. 또 약하지만 단백질과 지방도 분해한다.
리조푸스 오리제(Rhizopus oryzae)는 전분뿐 아니라 단백질도 분해해 구수한 맛과 향을 만든다.
무코 시르시넬로이데스(Mucor circinelloides)는 지방을 분해해 고소한 향을 더한다.
*당화력이 가장 좋은 것은 아스퍼질러스 오리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산업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결국 누룩은 인간이 의도적으로 곡물형 곰팡이를 위해 만든 ‘선별된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이 안에서는 잡균이 자라기 힘들고, 곡물을 먹고사는 곰팡이들만 효소를 분비하며 살아남는다.
그래서 누룩은 기간, 온도, 습도, 통풍 등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만들기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 누룩이다.
곡물형 곰팡이가 확장되는 과정
누룩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발효 시작부터 약 15일, 숙성 누룩의 경우 30일 정도로 본다(주변 환경 및 기법에 따라 상황은 모두 상이하다). 이 기간에 누룩을 파쇄한 후 건조를 통한 법제를 진행한다. 그러면 당화효소와 효모는 남고 곰팡이는 대사 정지 상태로 들어간. 이로써 최대한 당화효소와 효모 위주로 남게 된다.
누룩에서의 법제는 맥주 및 위스키의 맥아 건조 과정과 유사하다. 새싹이 나온 상태에서 당화효소가 풍부한데, 그대로 놔두면 새싹이 전분을 다 먹어 치우기 때문에 건조를 통해 성장을 멈추게 한다. 그렇게 되면 새싹이 죽게 되고, 당화효소와 전분은 상당 부분 남는다.
곡물형 곰팡이가 퍼져나가는 기간은 상황에 따라 상이하지만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참고정도로만 인식해 주시기를 바란다)
1. 곰팡이의 씨앗이 내려앉는 – 포자 발아기 (Spore Germination, 약 1일)
통밀 등을 파쇄하여 수분을 넣고 형태을 만들어 따뜻하고 습한 곳에 두면, 공기 중에 떠다니던 곰팡이의 씨앗, 즉 포자가 곡물 표면에 내려앉는다. 이 포자는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며 팽창하고, 실처럼 가는 줄기인 균사를 내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곰팡이가 터를 잡는 단계이기 때문에 온도(30~45도)와 습도(90% 내외)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 초기에 만들 때 이미 다 곰팡이가 착상한 경우도 많다.
관리: 온도와 습도 유지, 건드리지 않고 정착 유도.
2. 곰팡이의 줄기·뿌리 등이 성장 – 균사 성장기 (Mycelial Growth, 약 2~7일)
균사가 곡물 속으로 뻗어 들어가면서 전분, 단백질, 지방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아밀레이스, 프로테아제, 리파아제 등의 효소가 만들어지고, 이 효소들이 밥을 당과 아미노산, 향 성분으로 바꾸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 시기의 누룩은 하얗고 부드러운 솜털처럼 보인다. 열이 쌓이면 곰팡이가 약해지므로 가볍게 뒤집어 공기를 섞어주고 열을 식혀야 한다. 습도는 일정하게 유지하되, 결로가 생기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관리: 발열 시 뒤집기, 37℃ (품온으로 42℃)이하 유지, 습도 일정하게
3. 곰팡이의 씨앗 뿌리기 (곰팡이 씨앗 생성기) – 포자낭 형성기 (Sporangium Formation, 약 7~10일)
균사 성장의 후반부에 생장 에너지를 생식 구조 형성에 사용한다. 균사 끝에서 포자낭(sporangium)이 만들어지고, 내부에서 포자가 성숙해 퍼지기 시작한다. 효소 생산은 서서히 멈추며, 내부 온도와 습도가 떨어진다.
관리: 회색빛 돌기 전 건조 시작, 뒤집지 않기
누룩 제조시 가능한 포자를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포자낭이 터지면 수많은 포자(spore)가 공기 중으로 흩날려 작업자에게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기관지에 자극을 유발한다.
포자낭이 터지지 않게 하려면 곰팡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를 서서히 낮춰야 한다. 균사 성장기에는 38~42℃, 습도 85~90%가 적정이며, 7일 이후부터는 온도를 30℃ 이하, 습도를 80%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4. 숙성 시기 (10~20일)
곰팡이의 활동이 멈추고, pH가 안정되며 잡균이 억제되고, 단맛과 산미, 구수한 향이 형성된다.
젖산균(Lactobacillus)과 효모(Yeast)는 발효초기 수분이 많은 상태에서 왕성하게 증식하여 pH을 낮추어 줌으로써 누룩 배양중 병원균이나 발실러스 등 잡균의 번식을 억제시킨다.
5. 건조 및 안정 시기 (20~30일)
숙성이 완성된 누룩을 거칠게 분쇄하여 25℃ 이하에서 10일정도 서서히 건조하거나 45~50℃에서 1~2일 건조시킨다.
서서히 건조시켜 수분을 10% 이하로 낮춘다. 효소는 안정화되고 곰팡이의 생육은 멈춘다. 완성된 누룩은 황갈색을 띠며, 장기 저장이 가능해진다.
관리: 45~50℃ 이하에서 천천히 건조, 완전 건조 후 보관.
결국 이 다섯 단계는 아스퍼질러스, 리조푸스, 무코 세 곰팡이 모두가 공통적으로 거치는 생리적 과정이다. 포자의 형태나 색깔, 효소의 비율은 다르지만, 곡물 위에서 자라며 효소를 만들고, 생식 구조를 형성한 뒤 다른 미생물과 공생하는 기본 메커니즘은 같다.
누룩의 핵심은 효소의 축적
누룩의 진짜 목적은 술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다. 누룩은 술을 빚기 위한 효소를 만드는 룸(Room)이다. 곡물형 곰팡이는 고체 상태에서 공기를 충분히 공급받으며 자란다. 이런 조건에서 곰팡이는 세포 밖으로 효소를 다량 방출한다. 효소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세포 안에 쌓아두면 자가분해로 파괴되지만, 밖으로 내보내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남는다.
누룩이 완성되면, 그 안에는 곡물용 곰팡이가 만들어 낸 수많은 당화효소가 축적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알파 아밀레이스(α-Amylase)는 전분 사슬을 잘라 긴 덱스트린이나 짧은 맥아당을 만든다
글루코 아밀레이스(Glucoamylase)는 덱스트린이나 맥아당을 포도당으로 쪼갠다.
프로테아제(Protease)는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다. 이는 맛과 향에 큰 영향을 준다.
리파아제(Lipase)는 지방을 분해해 향기 성분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누룩은 효소와 효모의 저장소이다. 술이 되려면 이제 이 효소와 효모가 함께 움직일 환경, 밥과 물이 함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을 통해 당화효소와 효모의 하모니로 밥의 전분은 당분이 되고, 그 당분은 술이 된다.
밥과 물, 그리고 누룩을 넣어 밑술을 만들다
밑술은 찐 쌀(고두밥), 물, 그리고 누룩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당화 효소가 퍼지면서 쌀전분이 당으로 바뀌고, 효모가 그 당을 이용해 알코올을 만든다. 그런데 이 두 과정이 동시에 일어난다. 정확하게는 전분이 당이 되고, 그 당이 알코올로 바뀐다. 이것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전분의 일부가 당이 되고, 그 당이 알코올이 되는 과정을 계속 병행한다. 그래서 이러한 방식을 병행복발효(並行複發酵)라고 부른다.
병행복발효는 놀라운 효율을 가진다. 곰팡이가 만든 당이 효모에 의해 바로 소비되므로, 잡균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또한 발효가 진행되면서 알코올이 점점 쌓여 부패를 억제한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반대적 개념은 단행복발효(單行複發酵)이다. 대표적인 것이 맥주다. 먼저 당화 단계를 마친 후, 효모를 넣어 발효를 시킨다. 이렇게 나눈 이유는 공장 생산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누룩에서 알코올이 잘 생기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누룩에서는 알코올이 잘 만들어 질까? 누룩에서는 알코올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룩 제조는 산소가 충분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효모는 산소가 있을 때 세포를 분열하며 성장한다. 이를 호기성 대사라 한다. 효모는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알코올을 만들 필요가 없다. 알코올은 혐기성 대사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누룩의 수분이 낮기 때문에 효모의 활동 자체가 제한적이다. 효모는 물속에서 더 활발히 움직인다. 누룩은 고체발효 상태이므로, 효모는 단지 번식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할 뿐이다. 누룩의 주인공은 곰팡이이며, 효모는 아직 조용히 기다리는 조연이다.
누룩이 술밑에 들어가 물과 섞이면, 환경은 완전히 바뀐다. 산소는 줄고, 수분은 풍부해진다. 효모는 혐기성 발효로 전환하며 알코올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순간이 바로 ‘술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누룩의 미생물 생태계
누룩은 작은 우주와 같다. 그 안에는 곰팡이, 효모, 젖산균이 층을 이루며 공존한다. 겉부분은 공기와 맞닿아 산소가 많아 곰팡이가 주로 자란다. 가운데 부분은 산소가 적고 습해 효모와 젖산균이 산다. 이 층의 구분은 인간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미생물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 생태계는 끊임없이 경쟁하고 협력한다. 곰팡이는 효소를 분비해 전분을 당으로 만들고, 효모는 그 당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다. 젖산균은 산을 만들어 다른 세균의 성장을 막는다. 이렇게 각자의 역할이 맞물리며 전체 균형을 유지한다.
누룩을 뒤집거나 건조시키는 과정도 중요하다. 공기를 순환시켜 곰팡이가 골고루 잘 파고들게 하고 효소를 균등하게 퍼뜨린다. 건조는 미생물의 활동을 멈추게 하여 저장성을 높인다. 완성된 누룩은 (잘 배양된 누룩은) 향긋한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단순한 향이 아니라, 수십 종의 휘발성 화합물이 섞인 미생물의 언어이다.
노르스럼하다는 것은 건조시기를 맞추지 못해 포자가 피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임 따라서 잘된 누룩이라고 보기는 어려움
누룩은 살아 있는 기술이었다
누룩은 살아 있는 기술이다. 그 안에는 생물학과 화학, 그리고 문화가 함께 들어 있다. 누룩은 효소를 만들어 쌓아두는 곰팡이의 기술이고, 효모와 젖산균이 협업하는 생태학의 결정체이며, 인간이 기다림으로써 완성하는 철학이다.
술을 빚는다는 것은, 자연을 이기는 일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다. 인간은 누룩을 통해 자연의 질서를 읽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일과 하지 말 일을 배운다. 누룩은 자연의 언어를 기술로 바꾼 것이다.
밥이 술이 된다는 일은 결국 인간이 자연과 맺은 오래된 대화의 결과이다. 누룩은 그 대화의 기록이며, 막걸리는 그 대화의 결실이다.
누룩을 만든다는 것은 단지 곰팡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의 질서를 관찰하고,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며, 기다림의 의미를 배우는 일이다.
그래서 누룩은 과학이면서 철학이고, 기술이면서 예술이다.
두 세계가 만나 술이 된다.
그 술 한 사발 속에는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온 오랜 지혜가 담겨 있다.
PS: 누룩을 빚는 것은 전문가에 따라서 방법이 많이 상이합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참고정도로만 인지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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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전통주 발효에서 효모의 역할과 향기 형성」, 한국양조학회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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