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연수 May 18. 2021

오늘도 배달음식 드셨나요?

- 어머니의 손맛이 건강에 좋은 진짜 이유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기억은 흐릿해도 오랫동안 입맛에 익숙해 어른이 되어서까지 즐겨 먹는 음식이 있지 않으세요. 아니면 유년시절 먹은 것들 중에 유독 기억나는 음식이 있을 수도 있지요. 연령대가 중장년 이상인 한국인에게는 아마도 짜장면이 이런 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창 시절 졸업식이나 입학식 날이면 온 가족이 동네나 학교 주변 중국 집으로 향해 두어 가지 '요리'와 더불어 짜장면을 시켜 놓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먹었던 특별음식 짜장면 말입니다.


개인마다 추억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음식이 종류야 다양하겠지만 일찍부터 입맛에 길들여지고 뇌에 박힌 음식들은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개개인 식성을 디자인할 만큼 영향력이 크지요.



어머니의 수저를 통해 처음 입으로 들어왔을 그 맛들은 개인의 평생 식성을 지배하는 미각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평생 한 사람의 식성을 지배하는 맛은 대부분 일찍부터 어머니의 손 맛에서 형성되었다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어찌 보면 평생토록 입맛의 뿌리를 만드는 식성은 그 이전 어머니의 뱃속에서 이미 탯줄을 통해 뇌가 관장하는 미뢰 세포 속에 저장된 채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임신했을 때 산모가 먹는 음식을 태교의 으뜸으로 치지 않았던지요. 이제는 의식층에서 떨어져 나간 태고의 음식처럼 여겨지는 맛 들도 있겠으나,  분명 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수저를 통해 입으로 들어왔을 테고 지금은 의식 아래 숨어있을 미각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도 생각나는 그리운 맛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부모의 바다같이 깊고 넓은 사랑을 비유하는 표현 중에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그 순간처럼 큰 기쁨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 어머니들의 자식을 향한 이런 사랑과는 모순되게도 자식은 스스로 수저질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 또한 삶의 이치라 슬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그가 훗날 부모가 되어 그 어머니의 손맛을 맛볼 수 없을 때 그 슬픔은 그리움으로 승화되겠지요.


요즘 엄마들은 인터넷 sns 등에 수시로 오르는 맛집들을 순례하며 맛 기행을 즐기고 있지만 우리 어머니, 또 그 어머니 어머니 세대만 해도 그분들은 당신이 알고 있는 음식은 고작 자기가 만든 레시피가 전부였습니다.  지금처럼 외식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그 옛날 어머니들은 어쩌다 외식을 해도 기껏해야 중국집 내지 냉면집 정도였을 것입니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 음식 취향이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입맛에 붙어있는 익숙한 맛들을 찾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낯선 음식들은 좀처럼 찾지 않을 것입니다.

풍요로움 면에서 요즘과는 비교도 안 되는 모든 것이 결핍된 시절 우리네 어머니들에게 외식은 다만 자식 입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벤트지 그것  말고는 그저 사치로만 여겨졌었을 겁니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외식을 하게 돼도 메뉴판에 적혀있는 가격부터 확인한 후 자식이나 남편이 어떤 음식을 먹자고 하면 묵묵히 따라먹던 어머니들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상상해 보세요. 지금 학교나 학원가 브런치 식당마다 가득한 엄마들의 취향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옛 어머니들의 이처럼 촌스러운 외식 취향이 새삼 그리운 까닭은 무엇일까요. 고리타분한 감정이라며 필자 자신도 나이를 먹었다는 뭐 그런 퉁박을 들어도 괜찮습니다. 서울 한복판 이른바 사대문 안으로 불리는 광화문 주변에서 태어나 초, 중, 고, 대학교, 이후 일터인 신문사, 그리고 지금까지 이 둘레를 못 벗어난 채 평생 서울내기로 못 박고 살고 있는 터라 어찌 보면 필자 역시 투박한 부뚜막 밥상의 정겨움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어릴 적 한 집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외할머니의 정성스러운 손맛을 먹고 자란 덕분에 그 깊은 손맛에서 우러난 건강한 맛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답니다. 이 또한 세월이 알려주는 지혜일까요. 요즘은 옛날 어머니들의 민낯 같은 소박한 자연밥상이 그냥 그립습니다. 오늘은 어머니와 혹은 자녀와 추억 만들기를 사랑의 손맛이 깃든 음식을 통해 교감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작가의 이전글 부모에게 자식은? 자식에게 부모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