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탕진남 Sep 15. 2023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면, 행복해질까?

나는 모의고사 9등급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생을 포기한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생을 잘 살고 싶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인생이라는 학교에서의 수많은 경험과 함께하고자 했다. 바리스타, 지게차, 불도저, 굴삭기, 요트, 트레일러, 동화구연 등 수많은 것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건, 모든 것에는 원리가 있다는 것이다. 원리만 이해하면 어려워보이는 어떤 것일지라도 쉽게 해낼 수 있고, 반대로 원리를 모른다면 아무리 쉬운 것으로도 고수가 될 수 없음을 배웠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평생을 애 써도 불행한 이유는 원리를 몰라서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원리만 안다면 굳이 애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나의 행복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영성, 불교, 성경, 다양한 분야의 도서,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서 탐구했다.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공통점과 다른 점을 찾고, 그 속에서 원리를 찾으려고 했다. 나름대로 원리에 가까운 것을 찾은 뒤에는 항상 그것을 인생의 신념을 삼아 실행했다. 그 과정을 글로 기록했고, 그속에서 피드백을 하며 점점 더 원리를 구체화 시켰다. 


그 시간은 3년 동안 반복되었으나, 나는 여전히 원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한 때는 인생의 원리를 찾겠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으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원리에 점점 가까워지며 성장하는 나 자신을 보며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행을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싶어서. 


여행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시점에서 내가 세운 원리는 '사람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평소에 좋아하는 문장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내가 놓치는 것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원하는 것을 할 생각에 처음에는 흥분과 열정이 가득찼다. 평소에는 없던 삶의 생기가 폭박적으로 생긴 느낌이라 기분도 좋았다. 그렇게 3달이 지나고, 여행을 와서도 그것이 반복되자 큰 괴로움을 만나게 되었다.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힘들어 죽겠는데도 나 자신을 한게로 끊임없이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원하던 오픈카 로드트립을 처음 시작했을 떄, 기쁘기도 했지만 마냥 편하게 웃지는 못했다.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은 집착이 되었고, 집착 덩어리가 된 나는 즐길 마음의 여유는 하나도 없이 무조건 잘해냐야한다는 생각 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하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자칫하면,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게 돼서, 아주 불행해진다.그 뿐일까? 원하는 것을 얻는 것만이 탈출구라고 믿게 되면서, 자신의 가혹하게 밀어붙인다. 동시에 원하는 것을 향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더라도, 절대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이 모습이 주변에서 보기에 굉장히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의 심리적 체력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나 또한 그러한 이유로는 원하는 것을 좇는 삶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대신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 집중했다. 그러자 원하는 것을 가기 위해서 중요한 과정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마음의 여유는 자연스럽게 샘 솟았고, 부담감 때문에 도망갔던 마음이 여유와 즐거움도 다시 돌아왔다. 이전에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 피곤해도 악착같이 돌아다녔다면, 이제는 새로운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힘을 빼니 적은 노력으로도 더 많은 경험을 음미하게 되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즉 원하는 것을 하겠다는 것은 그럴 듯해보이는 말이지만, 자칫하면 자신을 집착의 항아리로 변신시키는 큰 실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반대로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필요한 것'을 할 때는 사람은 행복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작가의 이전글 가르치지 말고, 사랑을 나누어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