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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체력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무기력과 불안 속에서 보낸 1월

by 차차

6개월간의 자율연수 휴직을 마치고 복직하여 한 학기를 보냈다.


12월부터 주말이 되면 몸이 막 깔아졌다. 교사의 신체리듬은 대개 학사일정에 맞추어 흘러가는데 학기말을 향해갈수록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이번엔 어수선한 시국까지 합세했다. 마음과 달리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침대에만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유튜브로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겨우 지켜본다.


몇 번의 무기력한 주말이 반복되다가 12월 31일 기다리던 방학을 맞이했다. 노트북과 생기부 작성에 참고할 자료들을 이고 지고 집으로 돌아오자 내 몸은 파업을 외쳤다. 한낮임에도 피곤이 밀려왔다.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났다.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날인데 오늘은 쉬고, 생기부 작업은 내일부터 하자!
1주일만 바짝 고생하고, 제대로 쉬는 거야!!




1월 1일이 되니 '새해 첫날이니까'라는 이유로 작업은 또다시 내일 일이 되었다. 막상 2일이 되어도 몸은 움직여지질 않았다. 불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 무기력한 와식생활이 계속 이어졌다.

중간에 스터디카페도 끊어보고, 몸을 일으키려고 애써보았지만 마치 고장이 난 것처럼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몸도 마음도 무너져 내리던 휴직 직전의 방학과 매우 흡사했다.


차라리 며칠 신나게 놀거나, 마음이라도 놓고 푹 쉬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치 렉이라도 걸린 것처럼 이걸 해결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 미칠 노릇이다.




생각해 보면, 2024년 한 해를 쉴 틈 없이 달려오긴 했다.

휴직기간에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아 교사성장모임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낭독활동도 미친 듯이 하고, 부상 전까진 춤도 열심히 추는 등 이래저래 꽉 찬 美친 스케줄을 보냈다. 복직한 후에는 주로 일과 낭독 위주로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학기 중에는 기본적으로 바쁘고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다.


비단 작년 한 해만의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힘을 주고 살았다.

그동안 뭐든 잘하고 싶었다. 일도, 낭독도, 노래도, 춤도, 악기도..

타고난 성격 탓도 있을 테고,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서 습관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열심히 사는 건 좋은데 나를 갉아먹는 게 문제다.

이젠 너무 애쓰지 않고 힘 좀 빼고 살고 싶다. 제발!!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생기부 작업은 결국 개학 후 찐 마감기한에 맞춰 겨우 마무리되었다.

마지막까지 정말 자괴감이 밀려왔지만, 방학 때 겪은 현상이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얘기를 들으니 아주 조금 위로가 되었다.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니 너무 좋다.

전혀 안 바쁜 건 아니지만, 큰 숙제를 끝내고 나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특별한 일이 가득하지 않아도, '아주 보통의 하루'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며 살고 싶다.

숙제처럼 말고 재밌게, 너무 애쓰지 않고 힘 좀 빼고, 결과가 아니라 과정 자체를 기면서!


그래서 난, 너무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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