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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geun Aug 05. 2020

부동산만이 나를 나답게 하네

집, 집, 집


샤워 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집이나 방이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자유를 누릴 기회가 있다.



그리고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이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생각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내가 선택하는 대로 살고 싶은데 자꾸만 옆 사람은 사회가 원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누구야, 회사는 그렇게 다니는 게 아니여.” “누구는 참 순진해, 어떻게 사회를 살아나가려고~”




이런 소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있는 곳이 어디냐 하면, 나만의 집이나 방이다. 혼자  앞에서는 마음껏 춤추고, 밖에서는 스쳐 지나갈 생각을  깊게 바라보고 기록할  있다. 그렇기에 타인들에게 벗어나 자신의 모든 것을 홀로 내보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사람은, 자유로우며 나답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여하튼 자유는 중요하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도덕책에서 말하는 마음가짐도 아니요, 나만의 공간이다. 나만의 집!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부동산이야말로 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 집값이 뛰는 게 아닐까.



집은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으며,
나다울 수 있게 힘쓰며, 나를 드러내는 곳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는 편히 쉴 수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춤을 추며 잠시나마 아이돌이   있고, 에어팟 프로를   노래를 부르면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잠시나마 팝스타가  수도 있다. 후후. 회사가 끝나고 녹초가 되었다면 아무런 소리를 듣지 않은 채 침대에 옆으로 누워 유튜브를 볼 수 도 있다. 이 모든 건 옆에 누군가가 소음을 내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렸을 적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건 꽤나 스트레스다. 특히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는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진다. 퇴근길 지옥철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그 마음은, 습한 여름날 에어컨 나오지 않는 부대찌개 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그 마음과 흡사하다.



혼자만의 공간에서는 사유할 수 있다.


나만의 집에서는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인스턴트적인 생각을 붙잡고 늘어질 수 있다. 이를 일기장에 기록할 수도, 중얼거릴 수도 있다. 이상한 생각이면 뭐 어때. 아무도 없지 않나. 평소 브런치 글을 쓸 때는 무엇보다 혼자 있어야 한다. 사실 지인에게 보여주기 창피한 브런치 글인데, 누군가 옆에 있다면 과연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기숙사에 살 때 그날 느끼던 감성을 꼭 쥐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 일기를 작성하려 하자 룸메이트가 집에 들어와 그 감성을 깼던 기억들이 있다. 그 날 내가 그 감성을 더 이해하려고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던 게 아닐까. 조용히 스타벅스로 도망간 뒤에는 잠시나마 있었던 영감이 사라진 뒤였다.



혼자만 있는 공간에서는 나를 드러낼 수 있다.


기숙사 혹은 단체생활을 할 때 가장 부러운 점이었다. 이미 짜인 가구와 좁디좁은 공간에서 내 개성을 드러내기는 어려웠다. 똑같은 디자인들의 가구와 인테리어는 시공사에게는 무척이나 편리했겠으나, 나 자신을 잃게 했다. 친구가 우리 집에 온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 요즘 일에 관해서는 요즘 '투자에 대한 생각'을 읽고 , 쉬고 싶을 때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읽어."라고 말하며 내 책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친구의 책 취향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친구들과 하는 시답잖은 농담들은 언제나 즐겁지만, 때때로는 진지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라도 티브이에 띄워서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기숙사에서는 그러한 무드가 조성되기는 퍽이나 힘들었다.




결국 혼자 있다면, 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온전히 선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다시 또 말하지만 집, 집, 집이다.  이렇게 내 집! 내 공간! 을 외치는 건 어쩌면 지금 28년 동안 혼자만의 공간을 가진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절반을 기숙사에 있었고, 대학교 이후부터는 기숙사에 살았고 군대에서는 8인 1실을 썼다. 혼자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없었다. 그나마 남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사유할 수 있는 곳은 도서관이었는데, 어쩌면 전역 이후 정신을 차려서 도서관을 간 게 아니라, 남의 방해를 받기가 싫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드디어 나 혼자 전세를 얻었다.


좁디좁은 7.5평에서 퀸사이즈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이게 성공인 걸까? 일주일만 지나면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오겠지만 요즘 난 행복하다.




이 공간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내 취향을 맘껏 드러내면서 나 홀로 휴식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음악에 춤을 추고, 옷장을 꾸며보고 싶다. 집들이를 온 친구들과 와인 한 잔도 하고 싶다. 너무나도 작은 7.5평이지만,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줄 것만 같기에 마음은 한없이 넓어진다.






사람들과 연결되는 건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어렸을 적부터 공동체에 함몰되어 있었다. 나보다는 우리가 먼저인 삶이었다. 이를 깨닫고 진절머리가 난 걸까.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그전에 나 자신이 강해져야만 할 것 같게만 느껴졌다. 그래야만 어떠한 상황에서 온전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딱딱한 스펀지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휴식의 장소이자, 발전의 장소이자, 나만의 전시관인  방과 집이 필요하다. 동굴과도 이 같은 곳에서 나는 분명 더 나다워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더 돈을 벌어 좋은 동굴로 꼭 이사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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