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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주 Jul 28. 2022

인프피이지만 공학박사 합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여기 와 있었다. 왜지?

나는 내가 평생 순정 이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남보다 늦은 20대 중반에 사춘기를 겪으며 깨달은 나의 본성은 표준적인 공대인의 그것과 달랐다. 그들나무를 때 나는 항상 숲만을 보았고, 그들이 이성이 기반해 판단할 때 나의 판단에는 감성이 항상 기여했으며, 계획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그들 사이에서 나는 즉흥적인 낭만의 세월을 즐겼다. 때문인지 하여간 학부 동기 또는 선후배들과 대화할 때마다 핀트가 어긋나는 느낌이 자주 있었다.




나중에 MBTI를 정식으로 검사할 일이 있었고 그때 나는 내가 INFP라는 MBTI라는 것을 알았다. 설명을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과몰입될 정도로 빠져들어갔다.


검색해서 찾아보니, 인프피(INFP의 별칭)라는 MBTI를 가진 사람들은 순수한 낭만파이며, 직업도 그런 방향이었다. 조금은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많이 벌기 쉽지 않은 직업들의 리스트가 나왔고 여기에는 주로 예술 계통 직업이 해당되었다. 어쩐지... 예술 계통 사람이 언제나 끌리더라니.


아니 잠깐, 나는 돈벌이를 최고로 생각하는 공대에 와있잖아? 아하, 그런 거였나. 나의 오랜 의문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아! 나는 나에게 있어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었구나



인프피에게는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자아실현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몇몇 사람들은 공감을 못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인프피끼리는 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공대에서도 자아실현은 물론 할 수 있지만, 최우선 과제는 결국 어떤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윤 추구를 최우선시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래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지 공대 교과서에는 최적화라는 단어가 참 많이 등장한다. 낭만파 인프피가 싫어할 만한 말만 가득하다. 효율, 수율, 최적화 등등... 아이고 골치 아파라. 이런 단어를 수업에서 들을 때마다 다 때려치우고 산책이나 나가고 싶어진 적이 많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인프피인들의 자책과 자조로 가득한 글을 보며 나는 가슴 아픈 적이 많았다. 내가 보기엔 다들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들인데, 자기 자신에게 너무 몰입되고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가 걸어온 길, 그리고 자기가 걸어갈 길마저 의심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나도 그랬다.


공학도의 길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 적이 너무도 많았고 사실은 지금도 고민은 항상 한다. 그런 내가 용케 때려치우지 않고 공학박사 과정을 하고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에 어찌어찌 있다. 물론 하루하루 쉽지 않다. 본성에 반하는 일을 할 때가 많으니까 말이다. 세상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일만 하지는 않으니까, 그걸 위안삼아 어찌어찌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두 번은 못하겠지만 한 번쯤은 해 볼만 하다, 그런 생각은 항상 든다. 그래서 지금 생활에 만족하냐고 물어보면 나름 만족한다고 답할 것 같다.


동지 인프피인들을 돕기 위해 어떤 방식이 좋을지 이 글을 쓰면서 고민이다. 잠정 내린 결론은 그들에게 '있어!'라며 말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내가 너랑 비슷한 성격인데, 내가 이러이러하게 어려웠던 상황에서 요러요러한 식으로 극복해 봤는데 어떻게든 해결되더라고'라는 구체적인 조언이 도움이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앞으로 써나갈 이 브런치 북도 구체적인 조언을 담고자 노력할 것이다. 초반부에는 인프피의 별난 구석들이 공학 연구에 단점이 부분과 이를 극복해 방법을 주로 쓰고자 한다. 중후반부에는 인프피의 별난 구석들이 연구에 장점이 부분(놀랍게도 많다! 기대하시길!)을 공유하여 인프피들이 어디 가서든 훌륭한 역할을 있음을 여러분들께 보여주고 싶다.


내가 요새 들어 느끼는 것은, 결국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별종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프피들은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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