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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 Dec 24. 2022

나는 칼을 들 때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서

 사실 나도 안다. 당장 내가 현장에 종사하는 요리사는 아니지만, 요리라는 분야를 다루기 위해 먼저 선행돼야 하고 보여줘야 할 것은 기깔난 연설이나 잘 만든 콘텐츠가 아닌 '요리' 순수 그 자체이다. 요즘 말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결국 알맹이 없는 주장은 금방 들통나고 신뢰를 잃으며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럼 그 근본으로 돌아가 나는 왜 요리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칼을 들 때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내가 요리라는 분야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보완하며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 나가야 하는가? 


첫 번째는 자기만족이다. 나는 칼을 손에 쥘 때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맛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만의 색을 입힌 특색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럴듯한 디쉬 하나가 나오면 바라보는 것 자체로 뿌듯하다. 


두 번째는 상대방의 만족이다. 사실 나 혼자만 먹고 즐기기에는 아깝고 공유라는 게 사라지면 그 의미와 가치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나의 취향에만 맞추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취향에 맞춘다. 나의 작품에 그 사람에 어울리는 옷을 입힌다. 


세 번째는 경험의 공유이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자연스럽고 막힘없는 대화가 나온다. 그리고 인상 깊은 맛의 추억은 좋은 영감이 된다. 먹고 즐기고 나누고 근본의 근본. 

내가 요리라는 분야에 종사하는 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유명해지고 여유가 생기더라도 근본에 대한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근본을 놓는 순간, 요리를 말할 수 없다. 요리 크리에이터이자 사업가가 되더라도 내가 칼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비록 비중은 다를지언정 선행되어야 할 필수불가결한 가치를 절대 잊지 말자. 꾸준하자 배우자 공부하자. 그리고 어떠한 말에도 주눅 들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박식하고 인사이트가 넓은 사람이 되자. 


카메라와 노트북을 손에 쥐는 날이 많겠지만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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