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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51 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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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랑 Oct 13. 2019

고양이 기를까, 말까

선택의 기로


살며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들. Yes or No 51:49 혹은 49:51을 앞둔 나를 기록하기로 한다.






고양이
기를 것인가, 말 것인가.




20년 동안 강아지 언니로 살았다. 두 마리와 함께 자랐고 차례로 떠나보내는 시간이 곧 내 삶이었다.그러나 또다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족들도 비슷했다.


안다. 숟가락 하나 더 놓는 마음으로 내가 품어주면 인류애적으로든 그 생명체의 행복과 안위 측면에서든 더 좋을 거다. 만약 우연히 내 처마로 불쑥 작은 생명체가 찾아온다면 기꺼이 품어줄 요량이었다.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지인의 지인네 집에 생후 10일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인과 지지인은 더 이상 가족을 늘이기 어려워 분양을 결정했고 내게 제안이 왔다. 지인은 경력 10년의 사육사. 내가 결심하면 그가 건강을 체크하고 사료 섭취가 가능 시점에 아이를 건네 주겠다고 했다.

심사숙고하기로 했고 아깽이의 사진을 건네 받았다.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이미 내 머릿속은 여러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이름을 짓고 있다. 그리곤 상상했다. 내가 책을 펼치는 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 고양이 녀석을. 심지어 집안 이리저리 돌아보며 캣타워는 처음인데 어디에 둬야 할지 생각했다.


아니 아니 아니야.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 생명에게 세상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책임감의 무게를 안다. 사랑을 주고 또 주어도 생명의 자유를 구속한 원초적 미안함을 느껴보았다. 그리고 끝내 가느다란 들숨날숨마저 고요해진 이별을 겪었다. 내 고민은 유난스러움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나씩 짚어본다.






유일한 보호자가 된다는 무게감

나는 1인 가구다. 강아지를 키울 때와 다르다. 앞으로 20년, 이제 부모님도 오빠도 없이 오롯이 내가 유일한 보호자로 존재해야 한다. 장단기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아이가 아플 때나 미용이 필요할 때마다 내 모든 스케줄에 고려되어야 한다. 가족과 함께 살 땐, 나 말고 누가 해주겠지 은근슬쩍 미루기도 했던 목욕, 대소변 교육하고 치우기, 약 먹이기 등등 모든 일들이 매일매일 오롯이 나의 몫이 된다.



딸린 식구가 생기는 현실감

13살이 넘어가면 잔병치레 없던 건강한 아이들도 정기적으로 병원 갈 일이 생기고 그때마다 예상 못한 비용도 들어가게 된다. 지금까진 모두 부모님 슬하에 2명과 2마리의 자식들이었으니 얼마인지 몰랐던 병원비, 사료, 예방접종 등등이 모두 내 소관이다  내 옷, 내 구두, 내 여행, 앞으로 있을 내 차도 같은 주머니를 바라본다.



아담한 내 집, 괜찮을까

내가 혼자 살기엔 큰 불편함은 없는 8평의 내 집. 고양이가 답답해하진 않을지 염려된다. 그 아이에겐 세상 전부일 공간이 작아 갑갑하진 않을까.

그리고 고양이 화장실에서 비롯된 특유의 냄새가 있다던데 내 집에 퍼져 곤란하지 않을지 염려된다.



고양이는 처음이라

생후 10일 된 고양이는 처음이다. 아니 고양이 자체가 처음이다. 생후 10일 강아지를 키울 땐 조건이 빵빵했다. 강아지의 생모, 나의 생모, 엄마가 2명이나 함께 했다. 나는 예뻐만 해주면 되는 이모이자 언니 역할만 수행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 전방위적으로 배워야 한다. 회사일, 집안일, 운동, 배우는 일, 글 쓰는 일 등등 나를 쪼개어하는 일에 고양이를 추가할 수 있을까.



수많은 고민을 이기는 한 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기운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도 초등학생인 나와 엄마는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그런데 키우며 그 걱정들은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안 날 만큼 괜찮았다. 아마 막상 키우기 시작하면 오늘의 걱정들을 기억 못 하게 될지 모른다. 이토록 열심히 이성을 풀가동해 이것들을 고민이 있어도 모든 것을 넘어서는 한 가지 마음은 그저 "좋다"는 거다.






아니! 종족번식의 욕구를 내뿜은 저녀석의 애미, 애비는 다 어디 가고 애꿎은 인간인 내가 이리 고민하는가. 그들의 자식 사진을 확대했다 작게 했다 내 마음은 쿵쾅쿵쾅 난리가 났다. 과연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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