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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기 전에는 꼭 보자. 꼭.

by 여니

얼마 전, 대선 투표 발표가 나던 날이었다.
그날, 아들에게 톡을 했다. 투표는 했는지 묻고, 군대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정작 마음속에선 누굴 선호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선택했는지 솔직히 궁금했지만, 그건 묻는 게 아니란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그저, 이 아이가 한 사람의 성숙한 시민으로서, 스스로의 뜻대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는지만 알고 싶었다.



아들은 투표는 했다고 했다. 그리고 해군 수송병(운전)으로 입대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1차는 합격했고, 2차 면접까지 마친 상태라고. 최종 합격 발표는 6월 20일이고, 만약 합격하게 되면 8월 18일에 입대하게 된다고 하니 괜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마저도. 군대에 간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던 일인데도 말이다. 늘 염두에 두고 있었고, 언젠가는 그날이 오리란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다가오니 마음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저 보고 싶다는 생각뿐. 어떤 날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다가도, 문득 아들의 입대 이야기를 떠올리면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 아려왔다. 정말 필요할 청소년기에 엄마의 상황이 무너져버려서. 그것을 이해시킬 재주가 없었지만 늘 조금씩 얘기하긴 했다. 해 준 게 너무 없어서
늘 미안하고 잘 자라주어서 고마울 뿐이고 하느님께 감사하다.



"가기 전에 꼭 보자. 꼭!"
꾹꾹 눌러왔던 마음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오르는 말이었다. 내가 그 말에 담았던 뜻은 단순히 얼굴 한번 보자는 것이 아니었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가진 것이 하나 없어도, 이 아이가 떠나기 전에는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7월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날 이후, 일상 속에서도 불현듯 만나게 될 날을 떠올리곤 한다. 하던 일을 멈추고, 상상한다. 아이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이 울보 엄마가 눈물부터 쏟지 않고 웃으며 볼 수 있을까. 사실, 얼굴만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아 걱정이다. 눈이, 마음이, 감정이 도무지 조절이 될 리가 없다.



매일, 매 순간, 조용히 기도하게 되었다.
꼭 붙게 해달라고. 세세한 과정이나 조건은 잘 모르지만, 이 아이가 원했던 길이기에 적어도 그 문 앞에서 좌절하는 일만은 없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입술과 몸을 움직이지 못할 때는 마음으로 화살기도를 하였다. 불쑥 떠오를 때마다 기도했다. 그 부대가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검색을 해보았다. 어떤 환경에서 지내게 되는지, 얕은 지식으로라도 알아두고 싶어서. 혹여 아이와 이야기할 때 무심히 흘릴 한마디라도 더 이해하고 싶었다.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엄마라, 이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도 말한다.

"하느님, 간절히 바랍니다.
못난 엄마가 이렇게 기도합니다.
이 아이가 바라는 길을 막지 말아 주시고, 가는 걸음마다 빛나게 해 주소서. 엄마는, 그저 멀리서 두 손 모아 기도할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 돌 사진으로 입었던 한복 두 개 중 하나를 유치원에서 한복 입고 오라기에 치수 재서 똑같이 만들어서 입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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