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길을 걷는다.
멈추면 무너질 것 같아, 멈출 수 없다. 가끔은 내가 걷는 이 길이 정말 나의 길인지, 아니면 단지 버티는 법을 배워버린 나의 발걸음인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러나 걸음을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춰버릴 것만 같아 다시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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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 능선 어딘가, 안개가 걷히는 틈에 잠시라도 온전히 편히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좋겠다. 그곳에서 흙냄새 섞인 바람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 나를 지탱해 온 마음의 짐들을 조용히 내려놓고 싶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내려놓는 대신, 삶의 끈을 더 단단히 조여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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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피로와 내일의 불안을 함께 등에 메고, 묵직한 마음으로 하루를 견딘다. 빛바랜
운동화처럼, 나도 닳아간다. 세월에 밟히고, 돌부리에 부딪히며, 한 발 한 발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지만 단단해지는 건인지.. 아님, 무너지지 않기 위해 독해지기로 마음먹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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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떨어진 신발 밑창처럼 내 마음의 한 조각들도 조금씩 닳아가지만, 그마저도 삶의 흔적이라 믿고 다시 일어선다. 버티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라면, 나는 오늘도 충분히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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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들 사이로 내 숨소리가 섞인다. 무겁지만 진실한, 살아있다는 증거 같은 숨이다. 그 숨 하나로 또 하루를 붙잡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가 잠시 마음을 흔든다. 멀리서 번지는 햇빛 한 줄기에 숨고 싶을 때도 있지만 잠시 설렐 때도 있다. 그 빛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한다.
끝이 어딘지 몰라서 괜찮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내가 살아있다는 건, 아직 이 길 위에 있다는 뜻이니까.
오늘도 나는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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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삶의 무게가 내 어깨를 짓누를수록, 그 아래 숨은 내 작은 의지 하나가 빛난다. 그 빛이 희미해질 때마다 나는 다시 허리를 펴고, 끈을 조여 맨다. 그렇게 하루를 견디고, 또 하루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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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길이 끝나면, 나는 알게 될 것이다.
결국 이 길은 나를 부수기 위한 길이었는지, 나를 단단하게 빚어내기 위한 길이었는 지를.
그래서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끝을 모르지만, 그 끝 어딘가에서 내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다시, 천천히, 그러나 악착같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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