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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모든 추위가 고요히 반짝이고 있다.

by 여니

어려움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지 않나 싶다. 그들은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본다. 말끝에 머뭇거림이 있을 때, 그 안의 무게를 짐작하고, 웃음 속에 스며든 미세한 떨림을 느낀다.



그들의 마음은 마치 오래 비에 젖은 흙 같다.
겉은 단단해 보여도, 조금만 발을 들이면 안쪽에서 부드럽게 물든 온기가 느껴진다. 그 온기는 타인을 향해 나아가며, 설명 대신 눈빛으로, 위로 대신 침묵으로 누군가의 상처 옆에 조용히 앉는다.



그들은 상대를, 어떤 식으로든 아픈 이를 바꾸려 들지 않는다. 다만, 세상 속에서 버티고 있는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덜 외롭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이 한때 그랬듯, 넘어져도 누군가의 시선이 따뜻하기를,
그 시선 하나로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아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유난히 다정하다.
그 다정함은 배운 것이 아니라 견뎌낸 것이다.
눈물의 맛을 아는 사람만이 물 한 모금의 온도를 기억하듯, 그는 누군가의 작은 고통에도 쉽게 마음이 젖는다. 그들의 마음은 말하자면, 겨울 끝자락에 남은 잔설 같은 것이다. 차가움 속에서도 아직 녹지 않은 따스함,



그 안에는 자신이 지나온 모든 추위가
고요히 반짝이고 있다


* 사진_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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