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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Jun 10. 2024

지금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는 마음입니다.

까딱 잘못하면 깊은 수렁으로 빠질 듯 무섭기도 합니다. 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삽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긴장된 정신줄을 조금은 내려놓고 마냥 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절대 그럴 수가 없다 합니다.

이젠 그런 날들이 일상이 된 듯합니다.
벌써 수년 째라서 무감각해진 것인 지.
누구 말처럼 우울해져 가는 것인 지.

그런데 별로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언젠가 정말 언젠가는 제대로 된 평지에서 두 발로 똑바로 서 있고 싶을 뿐입니다

장맛비에 마음마저 젖지는 말아라.
고운 햇빛 받으며 웃을 예쁜 날 올 테니.라는 말을 떠 올려 봅니다.

가야 할 것은 가고 다시 와야 할 것은 오는 법이거늘 설마 오는 길을 잃지는 않은 것이겠지요. 너무 가혹하다... 느낄 때도 있습니다. 사람이니까요. 8년이라는 시간이 우리 결혼 생활인데 그 전부가 이런 생활의 전부입니다.

비가 오면 해도 나겠지. 비를 예상할 수 없는 새벽하늘에 우산 들고나가 듯이 지금은 그저 우산을 챙기는 것을 할 뿐입니다.

어제오늘이 일 년이 되고, 그 일 년이 팔 년이 되는 생각보다 길고 긴 터널의 끄트머리라 믿고 싶은 날. 하루살이의 힘겨움 앞에 흐린 날은 그냥 그런 하루가 되고. 아직도 살려달라는 애타는 아우성은 터널 안의 메아리만 되는 그런 어떤 날입니다.

힘들 때 우린 죽고 싶다.라고 푸념을 하곤 합니다. 진심만이 담긴 말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막상 죽음 앞에 서게 되면 두려움 앞에서 신에게 살려 달라 기도하기 마련이니까요. 고통스러운 현재의 나날들이 힘들고 힘들어도 죽음의 고통보단 나은 것이겠지요. 다시 말해 죽도록 힘든 인내와 시련의 시간들은 어찌 보면 신이 주는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는 일 일지도 모릅니다.

역설적으로 ‘죽을 것 같이 힘든 날들’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인지하는 증거가 되기도 하겠지요.


*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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