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by gulogulo

깜깜한 어둠 속에서

멀리 있는 등불만을 좇다 보면,

가는 길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넘어지고, 다치고,

끝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된다.


내 손에 든 등불에 의지해 걷는다면,

마음이 흔들리고,

몸이 흔들리고,

손이 흔들리는 대로

빛도 방향도 이리저리 바뀌기 마련이다.


정말로 길이 보이는 순간은,

내가 등불이 되었을 때다.


스스로 빛을 내기 전에는

먼 곳의 불빛을 좇거나,

등불을 든 누군가의 뒤를

잠시 따를 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이의 불은,

내 몸에 불을 붙이는 데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빛을 얻었다면,

이제는 나만의 길을,

내 발로 걸어야 한다.


남의 등불에 의지해 걷기만 하면,

그건 남의 길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스스로 등불이 되지도 못한 채

흔들리는 손에 등불만 쥐고

“길을 안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자들—

우린 그런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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