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내준 오늘의 짤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킹 받는다’는 표현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2n 년 인터넷 짬바로 문맥상 ‘열 받는다는 뜻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겼었다. 언어의 자의성이란 원래 여러 가지 무작위 한 요인으로 인해 생겨나서, 운이 좋으면 살아남는 거니까. 사실 나도 ‘킹렇구나’나 ‘킹래’가 왠지 모르게 웃기긴 한데, 왜 안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 하루에도 몇 번씩 ‘킹 받는 잼민이(초등~고등학생 연령대의 아이를 이르는 신조어)’들에게 물어봐도 ‘아몰라욬ㅋㅋㅋㅋㅋ’라고 대답하며 할미 취급할게 뻔하다! 고오얀 것들!
시대를 관통해간 모든 유행어들도 그렇게 생겨나고 없어졌을 것이다. 내가 지금의 잼민이들 또래였을 때 유행했던 ‘헐, 오나전, OTL, 조낸, 즐’에 비하면 왠지 ‘킹’이니 ‘갓’이니 하는 요즘 유행어는 화가 많이 누그러진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킹렇구나’가 ‘적절한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 유행어를 잘못 적용한 예시’를 뜻하지만, 이게 또 ‘깡’처럼 밈이 되면 또 다른 유행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거의 일상용어처럼 쓰이는 갑(甲)도 처음에 한 야구팬이 신(神)을 잘못 표기한 덕분에 탄생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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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또래가 유행어를 접하는 시기는 이미 그 유행어는 유행의 정점을 지난 후라고 한다. 내가 입사했던 2013년, 나와 동기들은 신입사원 연수에서 유행이 3년은 더 지난 셔플댄스를 춰야 했다. 아마 흰머리 지긋한 모 임원의 ‘셔플? 그게 요새 유행이라며?’라는 한 마디에서 시작된 비극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젊은이들의 유행’을 검색해서 보고해야 하는 나이와 위치가 되고 보니, 당시 담당자와 결재자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나만 쏙 빼고 지나가는 것 같은 유행에 서운함을 느끼지 않기로 한다. 우리 모두 유행을 선도하는 나이와 세대였던 적이 있었으며, 어른들에게 ‘쯧쯧’ 소리를 들었던 세대가 아닌가. 조금만 옛날 얘기를 꺼내도 ‘라떼’가 되는 요즘이라지만, ‘요즘 젊은것들’로 대표되는 세대차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데카르트부터 한비자부터 한 번씩 언급한 영원불멸의 난제다. 차라리 ‘꼰대’, ‘라떼’와 같이 구체화된 유행어를 통해 자기 객관화와 경계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을까. 이제는 유행을 급하게 따라가기보다는, 멋진 기성세대가 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