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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24. 2021

고운 할머니를 보내며

할머니 안녕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였는지 SNS에 잔뜩 올라온 게시물들을 보고 알았다. 내겐 그저 정신없는 하루, 할머니를 보낸 하루였는데 크리스마스가 왔다.


 화장을 하는 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죽음이 있었다. 화장을 진행하는 곳에 쉴 새 없이 고인들이 들어가고 그것을 지켜보는 유가족들도 계속 오고 갔다.


 할머니의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 들어오는 유가족들이 슬퍼할 때 괜스레 나도 몇 번이나 울컥했다. 화면 속 문이 다시 열리고 '수골 대기'로 바뀔 때까지 대기실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인천 공항에서 대기하느라 입관을 못 본 나는 계속 사진 속의 할머니만 봤다. 사진 속의 할머니는 참 고왔다. 나중에 절에 모시러 가서 스님께서도 할머니가 참 고우시다고 했다.


 1시간 40분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할머니를 유골함에 담고 진공처리를 한 유골함을 안고 다 함께 울었다.


 우리 사촌들은 다 할머니의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엄마나 이모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들 슬픔의 크기도 크다. 할머니를 보내면서 할머니가 해주시던 노란 호박전과 어릴 땐 맛없다고 안 먹던 추어탕이 생각났다.


 혼자 계시던 할머니 집에 전화를 걸어 할머니하고 부르면 내 이름을 불러주시던 목소리와 끊기 전 매번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말하시던 게 생각나서 슬펐다.


 할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신 후 할머니가 살던 집도 정리하면서 오래된 미싱도 정리했다고 한다. 아주아주 오래되고 척 봐도 골동품인 것 같은 미싱이었다. 할머니 유품으로 보관했으면 했는데, 부피가 커 버렸다고 한다. 사촌언니와 내가 그걸 왜 버렸냐며 한참을 엄마와 이모에게 잔소리를 했다.


 한동안 할머니가 많이 생각나겠지. 엄마가 엄마를 보낸 슬픔을 위로하려고 왔는데 오히려 내가 울면 엄마가 더 슬퍼할까 봐 조금만 울어야겠다.


 공교롭게도 서른한 개의 글을 쓰는 첫 글이 할머니 얘기했는데 너무 예상치 못한 때에 돌아가셔서 할머니를 보내는 글까지 쓰게 됐다. 21년 12월은 여러모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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