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행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by 오생



지금까지 했던 여행과는 새삼 다른 여행이라 제목을 새로운 여행이라고 해본다.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뉴욕의 공립도서관의 열람실이다. 내가 앉은 좌석의 맞은편 대각선 오른쪽에는 할아버지 한분이 여러 차례 신문을 바꿔가며 읽고 계시고, 왼쪽 대각선에는 아시아계인 듯한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그냥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자판을 두드려 본다.


뉴욕에 온 지 9일 차가 되었다. 8일 차인 어제까지는 함께한 친구가 있었고, 오늘부터 5일 뒤 남편이 오기 전까지는 온전히 나만의 여행이다. 어제 친구가 떠날 때만 해도 조금 두렵고 무서운 마음도 있었는데 막상 오늘 하루를 시작해 보니 그냥 어제까지의 뉴욕 그대로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누군가가 나를 위협할리도 없고 홈리스들이 덤벼들일도 없다. 그냥 나도 뉴욕의 여행자, 또는 그냥 잠시 뉴욕에 머무는 어떤 일부로 하루를 보내면 된다.


지난 8일 내내 열심히 걸어 다녔다. 친구와 여행을 준비하면서 먹는 음식이 고칼로리 일 테니 걸어서 소모하자는 계획으로 하루에 2만보씩 걷기로 하기도 했고, 꽤나 악명 높은 뉴욕의 지하철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롱아일랜드 시티로 숙소를 옮긴 뒤 맨해튼으로 나오는 지하철을 타보니 역시나, 일반적인 지하철일 뿐이다. 단지 조금 시끄럽고, 매우 다양한 인종을 볼 수 있다는 점만 빼면?


혼자 맞이한 뉴욕의 아침, 일어나 간단히 사과와 요거트를 챙겨 먹고 미리 신청해 둔 메트로폴리탄 도슨트 투어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지금 숙소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까지는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는데, 한 번만 타면 30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오전의 햇살이 그렇게 뜨거울 줄 모르고, 지하철에서 내려 환승하지 않고 걸어서 메트로폴리탄으로 향했다. 투어 시간에 늦을까 봐 꽤나 열심히 걸었더니 더워서 힘들었다. 오늘, 미술관 다음 계획으로 도서관에서 블로그도 쓰고 글도 써볼 생각으로 들고 나온 노트북이 나의 걸음에 무게를 더했다. 그래도, 그렇게 들고 걸은 덕분에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고생이라 기억하지는 말아야지.


나에게 온전히 새로운 여행, 새로운 곳인 뉴욕 그리고 미국. 베트남에 살면서 어떤 부분에서 참 부족하다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여기에서 충족되는 느낌이다. 어른이 된 후에 서울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 알 수 없지만, 내가 만약 서울에서 20대를 보냈다면 뉴욕이 어떻게 느껴졌을지도 궁금하다.






오늘의 남은 일정으로 샘플세일하는 곳을 한 군데 더 들리고, 코리안 타운까지 걸어가 H mart에서 비빔면을 산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트레이더조에서 물과 삼겹살 또는 불고기를 사서 들어갈 계획이다. 그전에 이곳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살 수 있는 기념품도 먼저 둘러보고 가야겠다. 이곳에 머문 시간이 한동안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있으면 좋겠다. 이런 들뜨고 뭐라도 하고 싶은 이 마음이 오래도록 나를 움직이게 하고, 또 새로운 여행으로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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