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는 프로젝트 Ep.3
어느덧 10년도 지난 일이다. 시간이 새삼 빠르다 빠르다 하면서 그 시절 기억은 바래지도 않아서 아직도 다채로운 색으로 남아있다.
스물둘, 다니던 학과에서는 졸업학점이 2점대 일 것 같아 전과를 했다. 이미 3학년이 되어 옮긴 학과는 전공수업의 난이도가 꽤 높았고, 뒤쳐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시기에 같이 학교를 다니던 남자친구도 군입대를 해서 혼자 학교 다니는 것이 영 외로웠다. 기존학과에서 같은 시기에 다른 학과로 전과한 친구도 2학기에는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간다기에 '너마저 떠나면 밥은 누구랑 먹나' 하는 생각에 더더욱 새로운 과에 적응을 못하고 심란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어학연수를 간다는 친구의 말에 내 마음에도 바람이 살랑 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지만 옷 사고, 놀고, 이것저것 하느라 모은 돈은 없었다. 어학연수를 가려면 부모님께 손을 빌려야 하는데 그게 미안해서 살짝 고민한 결과 그 당시 가성비 스파르타 어학연수로 유명했던 필리핀을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성향은 스파르타식은 맞지 않았다. 금액적으로 영국이나 미국을 갈 수는 없어 고민이 되던 찰나, 친구가 유학원에 갈 일이 있다고 했다. 뭐 정보나 알아볼까 하고 갔던 그 유학원의 브로셔에서 필리핀 바로 옆 페이지에 있던 몰타를 발견했다. 비용이 필리핀보다 조금 더 들긴 했지만 딱 내가 원하는 환경이었다. 6개월 정도 지낸다고 했을 때 드는 생활비, 학원비, 항공비 등등 계산해서 부모님께 지원을 요청했다.
휴학도 하고, 떠나는 날짜도 정하고, 남자친구와 이별도 하고,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퇴직금을 야무지게 챙겨 받기 위한 야간근무도 하며 준비해서 떠났던 몰타. 그때만 해도 파워 E였던 터라 영영 떠나는 것도 아니고, 고작 6개월인데 무슨 만남을 그리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떠나는 인천공항에 배웅 와줬던 박PD 오빠에게도 다시 한번 고마움의 인사를. 지금 생각해 보면 아르바이트할 때 알던 동생이 외국 나간다고 굳이 인천공항에 와달라고 한다고 내가 갈까..? 싶은데, 그땐 그 오빠도 아직 20대였으니 가능했던 걸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귀찮은 요청에도 와준 게 참 고마웠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때 몰타에 가는 경로는 직항이 없어서 두바이를 경유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이나, 런던, 파리를 경유하는 아시아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루프트한자 등 경유를 꼭 해야만 했다. 부모님, 친척, 친구들의 응원을 한껏 받으며 나는 두바이를 경유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을 타고 갔다. 두바이에서 5시간 정도 경유 했던 것 같은데, 열심히 찾아보니 무료 샤워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무언가를 가득 채워 무거웠던 기내용 캐리어를 끌고 가서 샤워도 하고 스타벅스에서 두유로 바꾼 라테도 한잔 사 먹었다. 한국에서 먹던 소이라테를 기대했었는데, 너무 걸쭉한 스타일의 두유여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개운하게 씻고, 커피도 한잔 사 들고 탑승 게이트 앞 쪽으로 가니 사람이 많아서 그냥 콘센트 근처 어디 바닥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그때부터 뭔가 아, 정말 혼자 외국에 가는구나 라는 게 실감이 났다. 두바이에서 탑승하면 사이프러스인가 한 군데를 더 들리는데, 그때는 비행기에 계속 타고 있어도 됐다. 최종 목적지인 몰타에 도착해서, 학원에서 마중 나온 차를 타고 6개월간 내가 지낼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5층까지 있는 건물이었고, 나는 Block 1, Flat 4 그러니까 4층에 있는 유닛에서 3인용 방에서 하나의 침대를 사용하게 되었다. 창가 침대에서, 나의 첫 자취이자 6개월간의 해외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