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플랜 B를 선호하지만 근검절약을 부모님에게서나 나라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나는 플랜 A가 더 편하고 익숙하다.
오늘은 플랜 A의 날.
비록 10만 원짜리 비행기표가 80만 원이 되었어도 플랜 B를 가동하면 되는 거지만 나는 우선 플랜 A를 택했다.
Why not?
온종일 13시간을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HOP 항공 비행기 3편을 기다렸다.
오버부킹을 했으나 그래도 끝까지 나타나지 않은 승객자리가 매 비행기마다 드물지만 2~3개씩 나와 오전 9시에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스탭 혹은 나 같은 스탭가족 8명 중 3명만, 오후 12시 비행기에는 기다리던 나포함 3명 중 2명만, 마지막 8시 40분 비행기는 나포함 기다리던 4명 중 3명만 데리고 떠났다.
두 번이나 나만 남겨두고 떠난 것이다. 살짝 차별인가도 했으나 탑승기준이 자사(근무경력순-), 외항사( (근무경력순)... 세분되어 있었는데
에어프랑스직원이 두바이항공직원보다 우선순위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도해 본 자력해결 플랜 A가 실패로 끝나며 플랜 B를 가동했다.
온종일을 공항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며
비행기 타는데 실패하고 밤 집에 오려니 한심했다.
처음엔 공항에서 호텔 찾아가는 게 너무 무섭고 공항에서 밤샐까 했다. 그러나 잡아놓은 호텔도 있는데 공항에서 밤새는 건 너무 못난 생각이라 멘털을 가다듬고 호텔을 향해 출발하기로 결심했다.
다시 플랜 A를 가동하기로.
이때가 밤 9시.
인천공항도 1 터미널, 2 터미널 있듯이 샤를드골공항도 터미널 1,2가 있었는데 인천공항은 1 터미널 들어가면 대충 걸어 다니는 거리인데 반해 여긴 1A와 1B와 1C가 하도 넓고 멀어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그래서 정말 복잡하게 여겨졌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구글 지도보고 ozeroute라는 직행버스가 있어 공항버스로 해석하고 정류장에서 기다렸는데 실패했었다.
결국 택시를 불러 탔다. 밤에도 구글지도에는 계속 ozeroute버스 표시가 최단거리라고 떴는데 누구에게 물어보든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이를 어쩌나??? 정신을 가다듬고 그 버스의 정체를 찾아보니 웬걸 15~60유로까지 합석택시를 신청하는 개인사업자였다. 크게 헷갈린 셈이다.
어쨌거나 물어물어 공항셔틀-지하철-버스-호텔까지 1킬로 걷기.... 그렇게 어찌어찌 잘 찾아왔다. 파리사람들은 나름 친절했다.
특히 전철과 버스를 자유자재로 탈 수 있는 나비고패스( 1주 무제한. 35유로)를 내가 둘째에게 우겨서 끊은 것이 큰 도움이 됐고 구글지도, 구글번역기, 적절하게 사람들에게 묻는 것까지 4세트가 파리에서 길 찾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솔직히 어젯밤 다시 택시를 타려고도 생각했으나 돈도 돈이지만 플랜 B 무조건 택시만 타면 계속 외국도시에서 길 찾기를 무서워라는 못난이가 될 것 같아 대중교통을 탈 용기 냈던 것이다. 잘한 결정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처음엔 1달여의 그냥 심플한 생활이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여행의 과정을 통해 하나씩 돌발상황이 생기고 내 바닥도 확인하며 바닥을 좀 더 담담히 쌓아가는 과정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