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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신 Sep 24. 2020

여행에서 소외된 여행자들

수학여행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여행에서 소외된 여행자들
-수학여행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나는 전직 서울시 교육위원으로서 학부모, 시민의 입장으로서 서울교육청 시민감사관(비상근) 일을 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 청렴도는 거의 꼴찌이다. 잊을만하면 드러나는 학교 운동부 체벌, 00 여고 성적조작 사건, 일부 사학 비리 등등 1000여 개학교에서 바람 잘 날 없이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로 인해 하위등급이고 팔이 안으로 굽는 솜방망이 처벌 관행으로 인해 학부모들 불만을 사고 있다.
 
2020학년도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거의 모든 학교 일정이 마비된 상태이지만 감사를 마냥 미룰 수가 없었는지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에 이틀간 감사업무에 임하게 되었다. 감사란" 서울교육청 관내 1200여 개 학교와 500여 개의 유치원,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육청 산하 여러 관련기관들의 행정(인사와 예산과 회계, 정책사업)이 목적과 형식에 맞추어 교육적이고 청렴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독하는 일"이다. 나는 시민의 입장에서 감사 모든 과정을 관찰하고 학사 부문 지원업무를 한다. 이번 감사대상학교는 민원은 없었지만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소풍, 체험학습)과 관련해 특정감사로 지정된 학교로서 개교 70년 된 역사가 깊은 학교이다.




가을, 여행의 계절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마비된 학교는 학습도 행사도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이다. 생각하기 따라서 지지고 볶던  지난해 학교들의 일상이 그립기도 하지만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으므로 이제 다람쥐 쳇바퀴를 멈추고 우리의  교육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위치 짓고 개선할 여유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감사의 소회가 그랬다.


감사업무를 위해 학교에 도착하니 역사가 오래된 학교답게 운동장이 넓고 주변 경치가 수려해" 옛날 학교는 이렇게 넓고 좋았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학교 관계자들은 코로나로 등교, 온라인 수업, 개학을 반복하다가 2 학기 들어 처음으로 학생이 1/3 등교하는 첫날이라 적잖이 긴장한 상태였고 감사 준비로 더욱 분주한듯했다. 코로나 속 많은 어려움에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교사 교직원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은 중학교 현장학습에 대한 일반적인 소회를 기술하려고 한다. 오랜만에 감사에 임하려니 처음엔 얼떨떨하더니 이내 예전 감각이 돌아온다. 감사의 1단계는 학교의 교장, 교감 선 교감과 행정실장 뵙고 수인사를 나누는 일이다. 세련된 옷차림의 여교장님과 50을 갓 넘긴 교감님을 보니 최근 ‘교단의 여풍’이 실감된다.


 
감사장으로 꾸며진 방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자료와 함께 몇몇 차 종류와 감사 관련 자료가 색인표를 달고 가지런히 놓여있다. 자료 내용은 학교 내부행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교육행정 포탈 아이디와 비번이 적힌 메모지, 전교 교사들의 사무 분장 표와 행사 관련 서류(계획, 심의, 의견 수렴, 계약서)와 평가 설문지들이다. 다른 한쪽 벽에는 회계 관련 서류가 라벨지를 붙여서 일목요연하게 준비되어 있다. 오늘은 현장학습에 대한 특정 감사를 하는 것이라 서류가 적은 편이다. 종합 감사일 경우 한쪽면이 거의 서류철이라고 상상하면 된다. 다 수작업이다.
이번 감사 대상인 현장학습엔 3가지가 있다. 요즘은 용어가 바뀌었는데 혹시 생소한 분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1학년 현장 체험은 과거 ‘소풍’ 해당되고, 2학년 수련 활동은 ‘극기훈련 혹은 MT', 3학년 소규모 테마형 교육 여행이라는 건 '수학여행'에 해당된다.
 
나는 이 업무 중에 학사 부분을 담당했기 때문에 현장학습 행사 기획단계부터 학생과 학부모 심의, 가정통신문을 통한 의견 수렴, 학생들의 결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주 업무이다.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나온 분들께서는 회계 관리, 계약 관리를 주로 보며 서로 소통하며 결과보고서를 작성한다.
 


학교는 권위주의와 전쟁 중


요즘 학교들은 찰거머리처럼 붙어있는 기존 권위주의와 끝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참고로 요즘 지역교육청의 젊은 주무관과 팀장님들은 학교 측이 제공한 식음료 등 간식에 손하나 대질 않는다. 어떤 경우엔 본인 실내화까지 싸가지고 다니고, 점심식사도 먼 길을 걷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식대도 n빵이다. 교단의 여풍과 함께 젊은 세대들 문화의 변화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물론 학부모도 변했다. 대부분 '학부모가 아이 맡긴 죄인'으로 생각해 학교행정에 순응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소수 학부모들이 등장한 것이다. 대부분 경우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위원회나 회의 때 원안에 대해 질문도 생략하고 원안 통과 거수기 노릇을 하지만 요즘엔 학교를 뒤흔드는 학부모도 등장해 학교마다 고민이 깊다. 기존 관행에 어긋나 학교 관계자들이 힘겨워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엔 학부모과 학교 관계자들이 많이들 예민해져 있다. 과거 상명하달 시대를 살아온 교장은 학부모, 교사와의 관계를 힘들어한다. 교사는 학생과의 관계를 힘들어한다. 교사가 힘들다는 것은 학생들도 힘들다는 뜻이다. 강한 자에 강하고 약한 자에 약한 종적인 학교문화와 경쟁교육의 폐해는 한국 교육이 이룬 눈부신 경제성장의

이면이다.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어렵게 얘기할 것 없이 학교교육의 목적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발굴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남과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으로서 학생의 성장을 돕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한다면 학교 주인은 당연히 학생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여행, 설렘이 있어야 책임도 있다.”그런데 수십 년 세월이 흘러도 우리 때 현장학습 결정방식과 달라진 것이 없다. 어렸을 때 우린 서오릉, 동구릉, 태릉 등 왕릉으로 소풍을 갔는데 지금도 생각해보면 왜 그리로 갔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시작 단계부터 학생들 뜻은 무시되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략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수학여행의 주인공, 현장학습의 주인공, 소풍의 주인공은 누구여야 할까?

당연히 학생들이다.

만약 당신이 여행을 가는데 지금처럼 누군가 타인이 (교장님이, 교사님이) 관행대로 장소와 프로그램을 정한 후 몸만 가라고 지시하면 당신은 이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10대 학생들이  효도관광을 간다면?


'주어진 틀에서나마 내 뜻대로가' 여행의 필수이다. 나무늘보처럼 게으를 수 있는 자유가, 만물박사처럼 열심히 탐험할 자유가,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여유로울 수 있는 자유를 찾아, 각자 다른 이유로 우리는 여행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의 이름으로 10대 학생들에게 패키지 관광, 70대 효도관광을 시키며 뺑뱅이를 돌리고 있다. 그러나 대상은 조용한 70대 조부모가 아니라 혈기왕성한 10대 청소년들 아닌가? 자유여행 시 여행 계획을 세우는 설렘과 그에 따르는 책임은 모두 여행자 몫이다. 설렘과 책임, 이 역시 학생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아닌가? 여행자들이 여행으로부터 소외되어있는 것이다.



학교와 학원이 다른 점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소풍지는 에버랜드이다. 대부분 에버랜드는 필수 현장학습지여서 어떤 학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김포공항에서 내려서 에버랜드를 다녀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런데 에버랜드는 유치원 때도 가고, 그보다 더 어린 시절 가족과도 가고, 초등학교 때도 가고 중학교 1학년 때도 가는 장소이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어서 새로 사귄 친한 친구와 가는 에버랜드는 그 의미 외에 또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학교 프로그램들이 가정의 것과 다른 이유는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의논하고 합의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선택에 따른 행복감이나 시행착오를 결과를 오롯이 맛보고 책임도 지는 학교교육과정으로서의 특징들이 있다. 그러므로 그 교육과정을 무시하면 공동체적 감수성을 배우는 학교교육의 장점도 사라지게 된다. 학교교육을 학원교육과 구분을 지을 요소가 없어지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 재앙 앞에 학교 온라인 교육의 생소함의 보상으로 사교육을 찾으면 우리 교육은 망(?)하는 것이며 그 결과 학교는 존재감을 잃을수밖에 없다.
 
서울 교육청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들은 그 학교가 만든 기본 계약에 대해서 교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친구들과 생각하고 토의하고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떤 프로그램을 할 것인지 어디서 자고 어디서 먹고 비용은 얼마가 들것인지, 어떤 교통편은 이용해서 어떤 교육적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인지를 학생 간의 토의를 해서 장소 결정을 하고 프로그램 결정하게 되어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교육과정이긴 하나 거의 지켜지지 않는 단계이기도 하다. 수학여행에 대한 교육청 관심도 지극하여 안전사고 방지 문제는 운전기사 알코올 섭취 여부검사실시 등 구조적으로 안전장치가 잘되어있다. 학교마다 음주측정기가 구비되어있을 정도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현장학습을 대체로 만족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이 크다.
현장학습 후 학생들 평가는 숙소, 음식점 , 교통기관, 프로그램 평가 등 4-5개 분야로 이루어진다.
요즘 숙소가 많이 개선되고 청결해서 숙소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다. 음식에 대한 부분은 늘 2%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 단체급식의 한계가 있는 만큼 음식 양과 음식 질에 대한 불만들이 간혹 있다.
그런데 가장 불만인 것은 현장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족이다. 학생들은 현장학습이 학생의 의견이 프로그램 선정에 반영되는 구조였는지, 프로그램은 실제 학습에 연계되어 있는지, 그리고 학습과 연계되는 흥미 있고 재미있는 것인지를 평가하는데 이 부분에 점수가 박하다. 이는 어느 학교나 거의 동일한 현상이다.  일까?

여행으로부터 당사자들이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이 만든 여행에 나는 객체로서 참가하기 때문에 흥미로울게 없다.

물론 모든 학교가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용산구 성심여고 등 몇몇 학교는 그 과정을 잘 밟아서 교육적인 체험학습이 되는 경우도 많다. 뜻있는 교사들의 노력으로 학생들이 부쩍 성장하는 것이다. 지금도 학교현장에는 이런 뜻을 가진 교사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대부분은 관행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판에 박힌 놀이터가 아닌 ‘모험놀이터’라는 것도 생겨나고 있다. 학생들 탈선을 막고 싶다면? 학생들을 안전을 돕고 싶다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호한다고 학생들을 대상화시킬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판을 깔아주고 자율적으로 놀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제 어른들은 더 이상 결정을 할 것이 아니라 ‘어른들은 결정을 멈추고’ 어린 학생들이 현장학습이라는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강한 자아, 남과 더불어 사는 사회적 자아를 가진 행복한 민주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코로나로 인해 많은 기존 사회 질서가 흔들리면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학교도 코로나 재해를 계기로 학생이 학교의 주체가 되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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