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새 악보를 받는다.
짧으면 70마디, 길면 100마디 남짓한 길이의 합창과 피아노를 위해 누군가에 의해 작곡된 곡들은 실제로는 3분에서 4분 정도의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연주된다. 이 짧은 곡을 교회에서 일요일에 드려지는 예배 때 연주하기 위해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시간을 정해 모여서 연습을 하고 집에서 악보를 보며, 음원을 들으며 연습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이란게 있듯이, 악보를 처음 받았을 때에도 '첫인상'이 있다. 합창 파트와 피아노 파트가 읽기 좋게 잘 편집되어 있을 때, 음악이 일정한 목표를 향해 이러저러한 형식을 거쳐 너무 장황하지도, 너무 소소하지도 않은 멜로디와 화성들을 다루는 것을 볼 때, 주로 좋은 첫인상을 갖게 된다.
그런데 때로는 악보를 받았을 때에는 첫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반주를 처음으로 합창과 맞춰보았을 때 예상외의 감동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아, 내가 오해했었구나. 작곡자는 이런 느낌을 원했던 거구나' 하고.
그리고 일요일이 되기 전 평일 동안의 혼자만의 피아노 연습 시간 동안,
우선은 악보를 펼쳐서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쳐 본다.
느리게도 쳐 보고, 빠르게도 쳐 본다.
페달을 떼고 가볍게도 쳐 보고, 끈적끈적하게 레가토로도 쳐 본다.
합창 파트의 멜로디 부분을 직접 불러보면서 피아노를 치면 어디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지, 어디에 힘을 싣고 어디에서 힘을 빼야 할지 알 수 있다. 작곡자가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을 것 같은 멜로디나 화성은 더 잘 드러날 수 있게 신경쓰면서 연주한다. 템포나 박자가 바뀌는 부분은 그냥 기계적으로 악보를 읽지 않고 어떻게 연주해야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여러 번 쳐 본다.
이렇게 혼자 피아노를 연습하는 동안, 처음에 어색하게 잘 돌아가지 않던 손가락도 악보에 익숙해져서 어느 정도는 악보를 보지 않고도 주요한 화성이나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이 연습 시간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이 순간인데...
마치 좋아하는 책의 어떤 글귀를 낭독하듯이 연주해보는 것이다.
모든 작가에게는 자기 글의 모든 부분이 소중하겠지만 들어가는 말에서는 특별히 힘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가다가 이런저런 이벤트를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소위 클라이막스에서는 그간의 에너지를 통합 혹은 발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작가(혹은 작곡가)가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그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다소 힘을 주어,
최대한의 표현력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연습을 하고 나면 일요일에 성가대원들 앞에 섰을 때 지휘자와 함께 이렇게 음악을 이끌어 나가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실제 함께 하는 연습 시간이 되면 지휘자와 나의 생각이 약간 다를 수도 있고 다른 변수들도 생길 수 있지만 우리가 대단히 어렵고 복잡하고 난해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는 나의 연주와 지휘자, 성가대원들, 오케스트라의 해석이 접점을 찾는 것 같다.
밴드나 합창단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떤 한 사람이 내는 소리가 이유 없이 도드라져서는 안 되고 이건 분명히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연주이지만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게 어려운 점이면서도 재미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소리와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리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 때 뿌듯한 쾌감이 있다.
하나의 톤(음색)을 내기 위해 우리는 연습을 통한 의견 교환을 하고 그런 노력이 3분에서 4분 사이의 음악을 연주한 후, 각각의 마음에 '오늘 잘했어' 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매주 이렇게 연습을 할 여유가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매번 이런 목표와 기분을 가지고 연습하려고 한다.
- 어떤 피아노 반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