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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요나 Jun 30. 2019

아저씨의 바베큐와  Stairway to heaven

추천 음악엔 라디오헤드가 흘러나오고.

음악을 좋아하지만 평 분석을 즐기진 않는다. 아니 못한다. 음악평론가들의 칼럼도 잘 읽지 않고 음악의 역사나 가수의 첫 데뷔시기, 그 곡의 발매 시기 같은, 하드웨어적인 것은 잘 모른다. 잘 만들어진 완성품을 사용하는 것을 철저히 즐기지만 그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관심이 없는 일인 중 하나랄까.


나에게 음악은 '듣기 좋은 음악그저 좋은 음악'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음원 시대에 추천곡이나 추천 채널은  더없이 좋은 콘텐츠다. 나는 카세트테이프에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서 좋아하는 친구에게 고백하던, 그러한 10대를 보냈다. 그 시절에는 추천받는, 또는 추천해 주는 한곡 한곡이 참 귀하디 귀했고

컬렉션은 말 그대로 "개취"였다.


얼마 전 우연히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가 인터뷰 글을 읽게 되었는데 그가 말하기를, 음악평론은 객관성을 가장한 주관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문학 평론가는 텍스트를 텍스트로 평론하지만 음악은 본질이 텍스트가 아니기에 텍스트로 객관적인 평론을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평론가의 '개취'그 어떤 평론보다 한껏 녹아있는 글이 음악 칼럼이다. 최애곡을 테이프에 담아 돌리던 그 시절처럼, 취향에 맞는 곡을 선택해 객관성이라는 옷을 입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주관적인, "추천 음악" 글로 표현한 느낌이랄까.




우리 집과 뒷마당을 마주 보고 있는 이웃이 한 달 전쯤 백 야드 수영장을 팠다. 오픈 빨 인지 모르겠지만 매주 바베큐 파티를 열고, 매일 수영을 하며 더운 텍사스의 여름을 식힌다. 상반신의 많은 면적을 타투로 장식한 집주인 아저씨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반나절 꼬박 정성을 들여야 하는 전통 텍사스 바베큐 통에 불을 피운다. 그런데 어느 날 어디서 많이 들어본 가락이 들리기 시작했다. 


Led Zepplin의 Stairway to heaven, 이어지는 곡은 Gun's n Roses의 Knocking on heaven's door. 90년대 이전 락발라드 채널을 켜놓은 것 같았다. 이웃이긴 하지만 인사 한번 나누지 않은 그가 나와 비슷한 세대를 지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꽤 반갑다. 잘 모르는 사람과 듣는 음악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음악은 이렇게 추억을 소환한다. 카세트테이프로 레드 제플린을 듣던 나를 말이다. 이웃 덕분에 그 시절의 음악들이 생각나서 자주 이용하는 음악 앱의 '얼터너티브 락' 채널을 재생했다. Radiohead의 97년 OK Computer 앨범의 Let down이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이 곡은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 라디오헤드의 곡 'No surprises'와 분위기가 많이 비슷하다 싶어 찾아보니 같은 앨범에 수록된 곡이었다. 또 이렇게 라디오헤드를 듣던 그 시절의 나를 한번 더 러왔다.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 입력되는 음악 데이터는 그 양이 너무 방대해더 이상 담아지지 않는다. 좋은 노래를 만나도 어떨 때는 가수도, 노래 제목도 다 까먹는다. 그럼에도 그때 그 추억, 그 멜로디는, 가사의 한 소절은 남아 있다. 라디오헤드의 팬은 아니었지만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그 곡들은 너무나 선명하게 소환된다.



20년 후에 콜드플레이를 듣는 나는 어떨매우 궁금해진다. 그땐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가 모두 같은 옛 추억이 될까. 어쩌면 20년 후의 내가 stairway to heaven을 듣게 된다면 텍사스 바베큐를 하던 타투 이웃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던 이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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