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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요나 Dec 13. 2019

게으름에 대한 예찬(?)

어쩌면 자조.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자고 푸석푸석 눈곱 낀 얼굴로 일어난다. 잠자기 전 블라인드를 완벽히 닫아 놓는 것을 잊지 않아서인지, 지금이 당최 몇 시인지 알 수가 없다. 블라인드를 치지 않으면 아침에 비추는 햇살 때문에 잠을 더 많이 잘 수 없다. 잠자기 전 알람을 설정할 이유가 없고 수시로 메일과 캘린더를 체크할 필요도 없다. 

잠옷 바람으로 간신히 양치질을 한 입에 블랙커피 한잔을 써빙한다. 향 좋은 미디엄 로스팅의 예가체프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기 조차 귀찮은 늦은 아침 시간엔 빠르게 서빙하는 커피가 더 효율적이다. 캡슐 하나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현대 시대가 너무 좋다. 이조차도 매번 물 채우기가 귀찮아서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채워 놓는다.


샤워와 머리 감기는 주로 밖에 나갈 일이 있을 때 직전에 한다. 하루 종일 밖에 안 나가는 날은 한나절이 다 지나고 나서 씻기도 한다. 이조차 나를 보는 가족들이 없으면 안 할 거야 아마도..


커피를 한번 더 리필해 마시면서 뉴스를 듣는다. 게으르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알아야지. 나름 생산적인 삶이다. 어제와 오늘은 슈팅 사고가 두 개나 연달아 일어났다. 이런.. 미국 사니 총기사고가 항상 걱정된다.


Medium의 새 글과 Amazon에서 사야 하는 아이템들을 한번 더 체크한다. 매일 하나씩은 사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3일을 검색하고 한 개의 아이템을 산다.  장바구니에 담았던 많은 물건들을 다시 ‘Save for later’로 옮긴다. 언젠가는 사게 되겠지만 분산해야 한다. 절약 모드이다.. 직접 보고 사는 쇼핑도 좋아하지만 사지도 않을 물건을 보는 그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


오늘은 페이스북 친구가 공유한 wall street journal의 새 글이 굉장히 맘에 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브런치에 쓸 어떤 글감들이 있을까 검색하기도 한다. 프리랜서 작가와 저널리스트들의 여러 글들을 주르륵 읽어 본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지루함이 느껴질 때는 내가 무엇을 하며 사는 것인가, 무엇을 위해 앞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시간에 빠져든다. 이것은 아마 시간이 너무 많아서 잡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리라.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을 할 시간조차 없다. 정신없이 하루를 마감하고 눈뜨면 바로 회사로 달려간다.

게으른 내 삶이 좋기도 하면서 가끔 싫어지기도 한다.

그냥 생각 없이 바빠지고 싶을 때가 있다. 삶과 인생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시간들이, 그 감정소비가 귀찮아진다.


게으름에 대한 예찬이라기보다
열심히 살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이다.


바쁘다고 해서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바쁘게 살던 시절, 그때의 나는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았다. 이분법적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었는데, 이제야 뒤늦은 후회를 한다.


게을러도 보고, 바빠도 보고.

바빠서 못 본 것들을 게을러지니 보게 되고.

게을러지니 바쁨의 소중함을 알게 다.


바쁜 그대들이여, 한가함을 부러워하지 마세요.

오늘도 의미 있게 삽시다.



P.S:  한참을 게으르게 살던 시절(불과 몇 달 전이지만)

쓴 글이다. 나의 게으름이 부끄러워 한동안 서랍 속에 간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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