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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요나 Oct 22. 2019

내성적인 엄마의 영어회화(4)그들은 나를 기다리지 않아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는 영어 커뮤니케이션

나의 미국 생활 이야기는 매일매일이 새로움에 넘쳐나는 외국 라이프 또는 로드트립과 맛집 기행기가 아니다. SNS에 올리는 사진들과 실제의 나의 삶은, 유유히 호수를 헤엄치는 백조 그리고 물 밑의 쉴 새 없는 물갈퀴질에 가깝다. 나는 이곳에서 영어라는 거대한 산을 정복해보고자. 그러나, 현실은 ‘안 되는 영어로 생존하는 서바이벌 라이프’를 사는 중이다. 미국에 온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나는 계속 배우 실패를 거듭하고 있으며 영어 실력이 월등히 좋아지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왜 이 글을 쓰고 있냐고? 실패기에 가까울지라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들과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미국에 와서 직접 경험한 실전은 생각과 달랐다.


점차 영어 소리에 적응해 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듣기 실력과 말하기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외국인과 대화할 때 느꼈던 어색함과 긴장감은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했다.  

한국에서 했던 1대 1 전화영어를 돌이켜 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은 외국인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생님들이다. 나의 수준에 맞춰서 느리게, 또박또박 말해주고, 어설픈 영어도 끝까지 들어주었기에 한국에서 나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실전으로 들어와 보니, 그들은 내가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거니와 나와 같은 100프로 외국인과 대화를 많이 안 해본 이들많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외국어 학습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지 배경지식도 니즈도 없다. 만약 첫 대화에서 영어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들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아니 지금도 힘들게 하고 있는 외국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첫 번째는, 전화이다. 듣기, 말하기가 어설퍼도 마주 보며 하는 대화의 경우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귀지가 있다. 그러나 전화는 못 알아듣는 발음은 끝까지 알아듣기 어렵고, 보통은 어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용건이 많다. 가끔 학교에서 아이가 다치거나 약간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 교내 클리닉에서 전화가 오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그것조차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런 경우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이한테 무슨 문제가 생겼는데 내가 정확하게 이해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억눌렀다. 예약이나 약속을 잡는 정도의 레벨은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들어서기라도 하면 그들이 말한 것의 한 개라도 이해하지 못하면 눈치껏 대화가 이어지지가 않는다. 또한, 상대방이 외국인과 대화를 많이 해본 경험이 없다면 더더욱 그들의 빠른 연음 처리는 들리지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리숙한 내 반응에 너 영어 할 줄 아?라는 질문 들었다. 모르면 ‘모른다, 다시 말해주세요’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소심해졌다. 또한, 어쩌다 용기 내어 말한 문장을 그들이 잘 못 알아들어 다시 한번 되묻는 경우도 참 많았다. 발음 상의 문제나, 어색한 표현으로 인한 문제도 있었겠지만 첫 번째 문제는 자신감 없는 어투였다. 나의 표정과 입모양,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때문에 그들에게 내 말이 더 잘 들리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있을 때의 대화가 1:1 대화보다 더 어웠다. 영어실력이 늘려면 어느 정도 내가 화자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다수와의 대화에서는 너무 빠른 주거니 받거니 때문에 대화의 흐름이 이미 남들에게 넘어가고, 못 알아들은 나는 어디서 어떻게 끼어야 할지 눈치만 보고 있다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그들은 내가 그들의 대화를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특히 나의 인간관계가 아닌, 남편을 따라 파티에 가거나, 아이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간 경우,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다가 돌아온 적도 많았다. 그래도 어떤 날은 술술 말이 잘 풀리는 것 같아서 용기백배가 되었다가 며칠 쉬고 갑자기 입을 열면 말더듬이가 되었다.


셋째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과의 대화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참, 나를 헷갈리게 하고, 영어 실력에 대한 자만심을 갖게 하는 것 중 하나다. 영어가 Second language 인 ESL인 사람들끼리는 단어 한 개만 말해도 기가 막히게 잘 알아듣는. 그들은 대화의 흐름상, 문맥상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티브 스피커들은 완전한 문장이 아니면 정확히 이해를 하지 못고 문장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멀뚱히 나를 보고 있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비정상적인 문장으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완전한 네이티브 스피커와의 대화를 피하고 싶은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는 듯하다. ESL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나의 영어실력이 괜찮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초등학교의 1학년인 아이의 영어 실력은 폭풍성장 중이다.

아이는 킨더 때부터 하루 8시간, 풀타임 퍼블릭 스쿨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종일 영어로 듣고 말하는 아이의 영어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아이라서 빠른 것도 있지만, 나와는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과 방법론 접근론 자체가 다르다. 학교는 매 순간순간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보다 더 거대한 생존의 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짜 영어'를 하는 중이다. 다행히도, 아이는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이제는 한국어를 정말 잘하던 아이가, 집에서도 영어를 쓰고 한국어를 잘 안 하려고 해서 오히려 꾸짖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비슷한 수준으로 뇌에 탑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뼈저리게 잘 아니까.


그나저나 내 코가 석자인데 아이 자랑 삼매경이네.

그래서 요즘 나는 아이와 같이 영어 공부를 해 가자는 심정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고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좋은 점은,  자체도 쉽게 써져 있기도 하고 영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진도를 빨리 뺄 수 있다. 단순한 서술이나 묘사 위주이기 때문에 깊게 이면의 의미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스토리 위주의 원서를 보는 것이 영어 공부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될지는 지나 봐야 알겠지만, 확실한 것은 어려운 원서에 비해 술술 읽혀 좋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에게 그림이 있지 않은 책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다. 나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면에서 큰 목소리로 책을 읽어준다. 아이도 공부하고, 나도 스피킹 연습할 수 있으니 좋은 학습법이 아닐까?라고 를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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