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사회부 기자는 매일 아침 경찰서로 출근한다. 형사, 수사, 정보과... 각 과 사무실 철문 앞에서 나는 양가적인 마음이 든다. 누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길 바란다. 누가 있어야 매운 껌을 씹어가며 운전해와 이 철문을 두드리는 용기에 가성비가 생긴다. 적어도 얼굴은 비췄다는 인사치레 값.
그런데 아무도 없어야 노련한 척 사람들을 응대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사라진다. 문을 두드리는 것만큼이나 열린 문 안으로 발을 딛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난 대개 그들보다 어리고, 혼자고, 방어기제부터 생기는 기자이므로.
"오랜만입니다." 여러 개의 파티션이 줄지어 선 공간에 쏟아지는 시선과 어색한 공기 속에 서면 나는 살갑고 담담한 척한다. 사실 의연한 척 도망치고 싶다. "또 뵙겠습니다." 느긋한 척 문을 닫았지만 크게 안도한다. 그래도 들어갔다 왔으니까 문을 두드리는 데선 한번 더 용기를 냈다고 위로한다.
문제는 성과가 없단 거다. 문이 닫혔거나 열렸거나 마음은 썼는데, 소위 얘기되는 기삿감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기자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안심시키기 위해서 과거 취재 관행만 좇는 건가 매일 아침 질문한다. 경찰과 기자의 관계가 바뀐 현시점에 서서, 사회부 기자가 몸과 마음으로 맞닥뜨리는 고민이다.
오늘자로 인사가 바뀌었다. 부서장이 새로 왔다. 출입처를 조정한다면서 "요즘 경찰서는 가냐?"라고 물었다. 이러니 나는 내일 아침엔 또 어느 경찰서로 갈까 생각한다. 그는 아침 보고 후면 전화 와 물을 것이다. "어디냐?" 거짓말을 못 한다면 어느 서에는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