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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Nov 16. 2024

식별의 지혜와 기다림의 인내로 갖춰야 할 도리

마음에 걸린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뭔가 찜찜하다는 말인데요. 과속방지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갈 때, 덜컹거리는 울렁임처럼 그렇습니다. ‘아차!’ 싶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잘못한 건 아닌데, 잘못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데, 자기 마음에서 뭐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이런 생각이나 말을 할까요? 누군가가 부탁했는데 거절했을 때,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거나 깊은 관계가 아니라면, 그나마 좀 낫습니다. 마음에 불편한 파동이 일어날 때가 있는데요. 시간과 여력이 되는데 귀찮다는 이유나 별나지 않은 이유로 거절했을 때와 깊은 관계일 때입니다. 마음에서 계속 덜컹거립니다.      


마음에 걸리는 두 가지 이유가 나옵니다.

거절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없을 때와 관계에 따른 이유입니다. 전자가 명분이라면, 후자는 친분이 되겠네요. 명분 없는 거절이 마음에 걸린다는 건, 사람은 본래 선한 품성을 지녔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줍니다. 약자에게 마음이 가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악한 품성에서는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마음이 가는 대로 실행하고 하지 않고는, 다음 문제입니다. 마음이 올라오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쑥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요.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하는 게 그렇습니다. 마음은 양보하고 싶은데, 말을 건네는 것과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하는 게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관계가 깊은 사이는, 이유를 떠나 그 자체로 불편합니다.

가족이 될 수 있고 친한 친구나 지인이 될 수 있는데요. 하거나 말거나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해야 하는데 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지만 해주지 못할 때, 거절당하는 사람보다 더 불편해집니다. 거절했는데, 오히려 맞은 느낌이 듭니다. 거절당한 사람이 맞은 건데 말이죠. 이 마음이 커지면, 마음에 걸리는 것을 넘어, 마음에 얹힙니다. 지나가지 않고 머무는 거죠. 묵은 마음이 되는 겁니다. 어르신들이 당신 가슴을 치면서 말할 때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묵은 마음이 해소되지 않아 그러시는 겁니다. 묵은 마음이 풀리지 않으면, 한이 되는 거죠.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볼까요?

거절하는 이유, 아니 들어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주 드는 비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사탕을 좋아한다고, 곧이곧대로 사탕을 계속 주는 부모가 있을까요?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걱정한다면 말이죠. 울고불고 떼쓰는 아이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더는 줄 수 없는 이유를 말한 겁니다. 아이는 수긍하지 못하지요. “엄마(아빠)는 나만 미워하고.”라면서 가슴에 못을 박아도 견뎌냅니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마는 게 더 나으니까요. 원하는 대로 줬다가 안 좋은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들 테니까요. 무엇보다 아이에게 좋지 않으니까요.     


다시, 처지를 바꿔보겠습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인 줄 알았지만, 독일 수 있습니다. 독버섯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요? 지금은 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맛있어 보이는 사과지만, 설익은 사과일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독을 달라고 하고 설익은 사과를 달라고 하는데, 달라니까 그냥 줄까요?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을까요? 조금 더 있으라고 말해주지 않을까요?     

 


식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아니 필요한 것을 얻는 방법은 이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독이 될 수 있고 설익은 사과일 수 있습니다. 잘 식별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필요한 약이나 잘 익은 사과를 얻도록, 지혜와 인내를 청해야 합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자녀 된 자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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