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영구 치아는 28개라고 합니다.
사랑니를 포함하면 32개라고 하는데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포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조: 나무위키) 그래서 ‘영구 치아’라고 표현하나 봅니다. 사랑니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는데요. 마음이 아니고, 이가 정말 아팠습니다. 10년도 더 됐습니다. 이가 아파 치과를 찾았는데요. 충치 치료를 포함해서, 사랑니를 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문제는 1개가 아니었습니다. 4개였습니다. 다른 곳은 통증이 있진 않지만, 빼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의 소견에 따라,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뺄 때 한 번에 빼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한 번에 4개를 다 빼진 못한다고 합니다.
힘들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출혈이 심할 수도 있다고 하고요. 2개씩 빼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생니를 빼는데 아무래도 고통이 심했겠죠? 1개는 30분이 지나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도 힘드셨는지 쉬어가며 몇 차례 시도하셨습니다. 빼는 선생님이 힘드셨으니, 저는 어땠을지 짐작되시나요? 1시간 가까이 씨름한 끝에 빠졌는데요. 철 받침에 떨어지는 치아의 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한 번 보세요.”
선생님은 이런 치아는 처음 본다는 투로, 한마디 던지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치아 아래 사방으로 뻗은 뿌리가 보였습니다. 나무뿌리처럼 말이죠. 꽤 길고 굵었습니다. 사방으로 뿌리가 뻗어있으니, 이가 잘 빠질 리가 없었던 겁니다. 고구마를 깨본 사람을 알 겁니다. 한참을 끙끙대며 뽑은 고구마 줄기에는 많은 고구마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런 느낌입니다. 이리저리 돌려가면 치아를 한참 빼셨던 선생님을 잠시나마 원망했는데요. 치아를 보니 되려 송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치과를 다녀온 사람들은 굳게 결심합니다.
‘앞으로는 치아 관리를 잘해서 다시는 치과에 오지 않으리라!’ 어떤 이유에서건 말이죠. 치과는 정말이지, 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곳입니다. 의자에 누워서 덮개가 얼굴에 씌워지는 그 순간부터가 두려움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말이죠. 옆 사람을 치료하는 기계음만 들어도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런데도 다짐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통증이 사라지면 두려움도 함께 사라지는 거죠. 점점 관리가 느슨해지고 나중에는 이전보다 더 관리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아픔이 사라지니, 긴장도 사라지는 거죠. 병원에 다시 가서 고생하고 비용을 내고 나서야 후회하지만, 또 그때뿐인 게 문제죠.
“다른 치아 관리 잘하세요.”
치료를 마치면 선생님이 꼭 하시는 말씀입니다. 상한 치아는 치료하고 때우지만, 상태가 괜찮은 치아는 잘 관리해서 온전하게 유지하라는 말씀입니다. 충치가 전이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경고이기도 하죠. 충치도 전이가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별개의 치아라 상관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충치를 빨리 치료해야 하는 이유인 거죠. 치과 치료는 빨리 받을수록 이득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 듯합니다. 한 개 치료할 걸 미뤄서 두 개 치료할 수도 있으니까요.
전이는 충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암도 전이가 되지요. 그 외에도 합병증이라고 해서 하나의 질병이 다른 질병을 만들기도 합니다. 당뇨병이 무서운 게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합병증을 불러오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전이나 합병증처럼 번지는 건 육체의 질병뿐만이 아닙니다. 마음의 질병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한 글자로 ‘죄’라고 명명합니다. 죄는 마음을 아프게 하고 병들게 합니다. 영혼까지 힘들게 하지요.
‘칠죄종’이 있습니다.
그 자체로 죄이면서 또 다른 죄를 짓게 하는 죄입니다. 종류는 이렇습니다. 교오(驕傲, 교만하고 오만하여 남을 업신여김), 간린(慳吝, 하는 짓이 소심하고 인색함), 미색(迷色, 성욕의 노예가 되어 사물을 올바르게 보지 못함), 분노(忿怒 · 憤怒, 분에 겨워 몹시 화를 냄), 탐도(貪饕, 음식이나 재물을 탐하여 지나칠 정도로 먹고 마심), 질투(嫉妬, 우월한 사람을 시기함), 나태(懶怠,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함) 등입니다. 이중, 교오가 가장 먼저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죄라는 거죠. 모든 죄의 근원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죄의 유혹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을지라도, 이제라도 깨어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썩은 치아는 치료받아서 잘 관리하면 되지만, 아직 멀쩡한 치아는 잘 보존해서 오래도록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내 마음이 가는 곳이 곧, 내가 있는 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 마음이 자주 향하고 있는 곳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거죠. 지금 내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어디에 머물고자 하나요? 그곳이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내가 머물 곳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