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리성 김작가 Nov 21. 2024

지금 나의 알고리즘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아이를 보면 부모가 보인다고 합니다.

친구 몇 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도 하고요. 지금 자주 만나는 사람 5명이 곧 나를 설명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건데요. 왜 이런 말이 있는 걸까요? 관계의 연관성 때문입니다. 상관관계라고 할까요? 가족은 많은 시간 함께하며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포장된 모습이 아닌, 날 것의 모습을 보게 되죠. 대체로 아이가 부모의 영향을 받습니다. 영향을 주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흘러갑니다. 스며드는 거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죠? 가장 작은 사회가 어디인가요?      


가족처럼 지내는 곳도 있습니다.

군대 혹은 기숙하는 환경이 그렇습니다. 가족처럼 아니,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군대 가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있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군대에 가서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사투리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 자기 방식으로 말하는데 알아듣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지고 그 말투를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더라고요. 누군가는 사투리를 따라 하다가 아예 자기 말투가 되었다는 사람도 봤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했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젖어버린 거죠.     


함께 지내는 힘이 이렇게 큽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거죠.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함께 지낸다고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함께 지낸다고 해서 깊은 관계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시간과 공간은 함께 공유해도, 마음을 공유하지 않으면 깊은 관계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성향이 맞지 않은 사람끼리는 아는 사이로 지낼 순 있어도, 친구 관계가 되긴 어렵습니다.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부분입니다.     

 

학창 시절, 같은 학년 같은 반이면 다 친구였습니다.

친하진 않아도 누군가 물어보면, 친구라고 대답한 거죠.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더군요. 같은 학년 혹은 같은 반 아이를, 덤덤하게 말하는 걸 들을 때가 있습니다.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철저하게, 삼인칭 시점으로 표현하는 거죠. 그래서 묻습니다. “친구 아니야?”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합니다. “친구는 아닌데요.”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이라도 친구는 아니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습니다. 친구라고 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성향이 다르고 자신과 결이 맞지 않으면, 친구가 아니라는 거죠.  

    

모두와 친구여야 하는 법은 없습니다.

물리적 그리고 심적 한계도 있습니다. 어르신들 말씀처럼, 모두하고 친하게 지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에서 강조하는, 최소한 적은 만들지 말라는 정도로만 지내도 다행입니다. 최소한 다툼은 없을 테니까요.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인맥이라는 명분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다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는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으로 마주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깊은 관계를 맺으며 지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자주 만나는 사람,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자주 소통하며 지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살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라고 하는 게 좋겠네요. 이 사람들의 성향과 가치관이 나의 결과 잘 맞는지 아니면 전혀 그렇지 않은지 말이지요. 잘 맞는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글쎄요. 관계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알고리즘이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정보기술 분야만 알고리즘이 작동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 관계도 알고리즘이 작동됩니다. 다른 말로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하기도 하지요. 한 번쯤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관심을 가진 분야의 사람 혹은 정보가 계속 보이게 되는 것 말이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표현과도 비슷한 맥을 가질 수 있지만, 그보다 알고리즘이나 끌어당김의 법칙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지금 나에게 오는 사람이나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이고,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그것이 지금 나의 존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서평 <람 다스의 바가바드 기타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