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사용을 중지해야 할 온라인 서버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데, 계속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서둘러 중지해야 했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을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담당자의 몫이라 여겼으니까요. 그러다, 직접 처리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중지에 관한 이야기가 이전부터 나왔기에, 지금까지 업체와 논의된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두 개 업체와 관계됐는데요. 자신들은 서버 업체기 때문에 보관만 할 뿐, 프로그램 자체를 어찌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겁니다. 얼핏 들으면 수긍이 됩니다. 창고업체는 물건을 보관만 할 뿐이지 그 안에 내용물을 어찌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죠.
담당자 연락처를 받아 통화를 했습니다.
회사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IT 관련 직원이 없는 것도 이야기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난감한 표정이 느껴졌습니다. 미세하게 들리는 숨소리가 표정을 알려줬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지 질문했습니다. 우리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니,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냐고 했지요.
한 업체에서는 두 가지 옵션을 알려줬습니다.
한 가지는 비용이 들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백업하고 추후 사용할 때 올려서 사용하는 거였는데요. 문제는 90일이 지나고 나서 복구 요청하지 않으면, 모든 데이터가 삭제된다는 말이었습니다. 깜박하고 일정을 잊으면 모든 게 사라지는 거죠. 비용이 들진 않지만, 매우 위험한 방법이었습니다. 다른 방법은 최소한의 부분은 남기고 정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비용은 기존 금액에 30%만 나가면 됐습니다. 데이터가 삭제될 위험도 없는 거죠. 30%도 아깝긴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염려는 없으니 그 방법으로 선택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더 복잡했습니다.
본사가 외국에 있는 업체였습니다. 국내 총판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죠. 데이터에 접속하는 데 필요한 인증 코드를 받아야 했습니다. 문제는 그 메일이 이미 예전에 삭제한 메일 계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메일을 살리고 다시 인증 코드를 받으려 했지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방법이 없냐고 몇 차례 문의하면서 귀찮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하던 업체로부터, 본사에 특이 사례로 문의해 보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인증받는 메일 변경 허가를 받았습니다.
곧 인증 코드가 들어왔는데요. 그렇게 몇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백업을 받고, 추후 사용할 때 복구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백업하고 보관하는 비용은 기존 금액에 3% 정도였습니다. 30%가 아닌 3%인 거죠. 두 업체에서 최종적으로 줄인 비용은 80%가 되었습니다. 연으로 따지면, 직원 1명 월급이 나오는 정도입니다. 엄청난 거죠. 몇 번을 묻고 요청하면서 귀찮게 했더니 해결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어렵다는 말만 듣고 포기했다면, 할 수 없었던 거죠. 한두 푼도 아니고, 엄청난 금액을 말이죠.
‘귀찮겠는걸?’
계속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면서, 상대방이 느꼈겠다고 짐작한 생각입니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도 그랬을 겁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빠르게 해결해 주는 겁니다. 원하는 것을 쥐여주는 것이죠. 원하는 전부를 해주면 좋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의 무게를 내려줄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요청에 시달려야 했을 테니까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단, 생떼를 쓰는 건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