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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Dec 11. 2024

진정한 쉼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생각은 발끝에서 시작된다.”

생각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라는 말인데요. 무슨 의미일까요? 생각은 당연히 머리로 하는 것인데 말이죠.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표현된 발은, 가만히 있는 발이 아니라, 움직이는 발입니다. 걷거나 뛰는 등의 활동을 발로 표현한 것이죠. 니체 등 유명한 철학자들이 오랜 시간 산책을 즐겼다는 말은 잘 알려졌는데요. 철학자들의 산책도 이 말에 신빙성을 더해줍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서재에 박혀있는 것이 아니라, 산책을 통해 정리했다는 말이 되니까요. 작가들의 집필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오전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달리기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건강을 위한 것도 있지만,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주로 할까요?      


산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은 꽤 효과가 있습니다.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됩니다. 어제도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외부 미팅을 통해, 중요한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현재의 문제 해결은 물론, 앞으로 벌어질 문제에 관한 부분까지 생각해야 했던 거죠. 사무실 복귀까지는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가 됐는데요. 걸어서 복귀했습니다. 역 간격이 아주 멀지는 않아, 30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정리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옵션으로 선택해야 할지를 말이지요. 명확하게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들여왔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였는데요. 생각할 거리가 있을 때, 산을 찾았습니다. 정확한 기억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혼자 도봉산에 7번 올랐다는 기록이 머릿속에 담겨있습니다. 실제 7번을 올랐는지 7번까지 세고 다음부터는 세지 않았는지 알 순 없지만 말이죠. 이른 아침, 집을 나섭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산으로 이동합니다. 입구부터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올랐는데요. 쉴 새 없이 흐르는 땀과 함께,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등장했다 퇴장했습니다. 연결됐다 떨어지기도 하고, 새롭게 결합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정상에 오르면, 풀리지 않던 생각의 실타래가 깔끔하게 풀려서 정리됐습니다.      


경험의 확신이 있으니, 산에 계속 오르게 됐습니다.

산에 오르고 내려오는데 대략 4~5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상에 올라서는 그리 오래 있진 않았습니다. 정리된 생각을 다시 정리하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정리한 요약본을 한 페이지로 정리하는 느낌이랄까요? 오전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주말 하루를 그렇게 보냈던 거죠.     


경험으로만 알던 정보가 객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도 있고, 뇌과학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명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뇌의 활동과 육체 활동의 깊은 연관을 말이죠. 책이 많이 팔리고 영상을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뇌와 활동의 연관성에 관심이 쏟고 있으며 공감한다는 것을 증명해 줍니다. 고민거리가 있거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가장 좋은 곳은, 책상이 아니라, 밖입니다. 움츠러들고 움직이기 싫어도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걸어야 합니다.      

억지로 생각을 끄집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걷기 시작하면 머리에서는 필요한 생각을 하나씩 꺼냅니다. 내 생각이지만 내가 주체가 아니라 뇌가 주체가 되어 생각을 정리하는 느낌입니다. 뇌가 생각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주관해야 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 생각은 이러저러하고 저 생각은 저러저러하다고 정리해 줍니다. 서로 공감하기도 하고 반대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옥신각신하면서 얽히고설켰던 생각들이 자기 자리를 잡으면서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합니다. 흩어져 있던 블록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오븐이 제 역할을 다했다며 알람을 울리는 것처럼 “띵”이라는 신호와 함께 생각이 잘 익혀져 나옵니다. 이제 해야 할 건 실행뿐인 거죠.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 꼭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나요?”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데이터가 많진 않지만, 대체로 전자의 사람이 잘 적응합니다. 스트레스받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혼자 가만히 있어도 스트레스받기도 하니까요. 따라서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방법이 아니라, 그것을 풀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활동적인 것도 좋고 정적인 것도 좋습니다. 그것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면 되는 겁니다. 풀린다는 것은, 한쪽으로 묵혀두는 것이 아니라, 털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묵혀두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더 크게 무너지고 말 테니까요.      


자기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찾고 실행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기도와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겠습니다. 매일 새벽, 30분 정도 갖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커다랗고 푹신한 쿠션에 온몸을 맡긴 느낌입니다. 그 느낌으로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습니다. 진정한 쉼은 바로 여기에서 온다는 것을 믿고 그렇게 합니다. 일시적으로 털어내는 쉼과 진정 털어내는 쉼을 병행하면 좋겠습니다. 건강을 위해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처럼 말이죠. 몸과 마음의 쉼도 필요하지만, 진정 필요한 쉼은 영혼의 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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