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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Dec 14. 2024

나에게 복을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반전은 묘미가 있습니다.

재미있다고 하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을 봐도 그렇습니다. 그 안에는 반드시 반전이 있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수록 집중하게 되고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너무 과하거나 근거 없는 반전으로 흥미를 급감시키는 때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스포츠 경기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승패가 갈린 것으로 판단했는데, 조금씩 혹은 한순간에 경기를 뒤집어 버립니다.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가 됩니다. 지고 있던 팀은 환성으로 바뀌고, 이기던 팀은 탄식으로 바뀝니다. 서로의 감정이 전과는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이것이 바로, 반전의 매력입니다. 역전당한 팀에게 매력이라고 표현하기는 뭣하지만 말이죠.     


스포츠 반전만큼이나 감동적인 반전 이야기가 있습니다.

훈훈한 이야기죠. 내용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어떤 식당에 한 노인이 들어왔습니다. 행색은 매우 초라했고, 정신도 온전치 않아 보였습니다. 식당 주인은 입구에서 우물쭈물하는, 이 노인을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행색으로 봐서는 밥값을 낼 형편은 안 돼 보였지만, 친절하게 따듯한 밥을 내어드렸습니다. 맛있게 밥을 다 먹은 노인이 무안하지 않도록, 그냥 가셔도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배가 고프면 언제든지 오시라는 말도 함께요. 노인은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식당을 나섰습니다.      


노인이 다녀가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식사 시간이 지날 무렵 한 중년 남자가 혼자 식당에 들어왔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온 음식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밥을 다 먹은 중년 남자는 주인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며칠 전에 찾아온 노인에 관해서 말이죠. 노인의 행색과 식당에서 내어준 밥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자기가 찾은 식당이 맞는 것을 확인한 중년 남자는, 자기 정체를 밝혔습니다.      


행색이 초라한 노인의 아들이라고 말이죠.

자기 어머니가 치매가 있으셔서 가끔 밖을 나가시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식당 근처까지 온 거였습니다. 배가 고파서 몇몇 식당을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합니다. 행색을 보자 묻지도 않고, 그냥 쫓아낸 거죠. 할머니는 돈을 가지고 있으셨다고 합니다. 가끔 이런 일이 있어, 항상 돈을 주머니에 챙겨주셨던 거죠. 이 식당에서 친절하게 대해주고 밥도 그냥 줬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고마움을 전하러 식당에 왔다고 했습니다.

식당 주인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런 거라며,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밥값을 주러 온 것으로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중년 남자는 밥값을 치르러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안하기 위해 온 것이었지요. 중년 남자는 제법 규모가 있는 중견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구내식당이 있는데, 그곳을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습니다. 자기 어머니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고마움과 함께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확인한 제안이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당황스럽긴 했지만, 지금 식당을 운영하는 것보다 회사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고, 구내식당 운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꽤 매력적인 반전이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른 식당 주인이 만약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행색이 초라한 할머니가 중견 기업 사장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말이죠. 극진하게 대접하지 않았을까요? 매일 오시라고 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죠. 겉모습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느끼는 대로 판단했던 거죠. 사실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당연한 반응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복은 사람에게서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회도 그렇습니다. 사람을 통해서 온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을 통해서 올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무작위 추첨 같은 거죠. 언제 어느 때 누구에게서 올지 모릅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복 받을 행동을 하면 됩니다. 임의로 판단해서 재고 따지지 말고, 복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대하는 거죠. 항상 그렇게 하긴 쉽지 않겠지만, 마음에 새기고 있으면 하지 않는 날보다 하는 날이 더 많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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