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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Dec 20. 2024

순종하는 삶과 감사하는 삶은 이음동의어

‘순종’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순순히 따른다는 의미입니다. 단어의 의미 때문인지는 몰라도, 단어 자체도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듭니다. 대비되는 단어인, ‘항거’는 약간 딱딱하면서 날이 선 듯한 느낌인데 말이죠. 이 단어를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단어와 사전적 의미는 다르지만, 맥이 같은 단어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발견이라고 해서 생소하거나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단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주 듣고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어떤 단어일까요?    

 

‘감사’입니다.

언뜻 들으면 생뚱맞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순종과 감사를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이 두 단어의 연관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단어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성 요셉의 생애>라는 책을 통해서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성 요셉 성월인 3월이 되면,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몇 번 생각은 했는데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두께도 그렇고 글씨도 작아서 마음에 부담이 된 거죠.   

  


부담이었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엊그제 복음을 읽고, 그렇게 무겁게 보이던 책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복음 내용은 성 요셉의 꿈 이야기입니다. 요셉은 약혼녀인 마리아의 임신 소식을 알고, 남모르게 파혼할 것을 결심합니다. 꿈에 천사가 나타났는데요.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라고 합니다. 성령으로 잉태된 아이이고 백성을 죄에서 구할 구세주라는 것이 이유입니다. 예언자를 통해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복음 마지막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마태 1,24)     


이 문장에서 꽂혔습니다.

잠에서 깬 요셉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꿈에서 나타난 천사가 말한 대로 따릅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 물음이 <성 요셉의 생애>를 읽게 만든 겁니다. 어떤 삶을 사셨기에 이런 상황에서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말이죠. 마리아는 예수님의 잉태 소식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즈가리아는 요한 세례자의 잉태 계시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성 요셉은 의문도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를 찾고 싶었던 거죠.     


‘순종’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직 초반 부분을 읽고 있지만, 성 요셉의 생애는 온전한 순종이었습니다. 한 치의 어긋남 없는 삶을 통해 순종을 몸소 실천하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순종의 출처는 감사였습니다. 성 요셉의 순종은 감사에서 왔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매 순간 감사했습니다. 마음이 힘들거나 불편한 상황이 오더라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거두어 가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잘 이겨낼 수 있기를 그리고 감사 기도드릴 수 있기를 청했습니다. 순종했기에 감사했고 감사했기에 순종할 수 있었습니다.      


순종과 감사의 깊은 연관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성 요셉의 생애가 점점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예수님의 탄생이 성모님의 잉태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성 요셉을 준비시키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어나기도 먼저 태어나셨으니까요. 이번 성탄은, 성 요셉의 생애를 제대로 알고, 깊은 묵상을 통해 더 뜻깊게 맞이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 또한 뜻이 있으리라 믿으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감사하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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