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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Dec 26. 2024

마음에 젖어있는 것이 드러나는 말과 행동

글을 쓸 때,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쓰고자 하는 글의 글감을 발견하게 되는 일입니다. 놀랍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근래 경험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읽는 책이나 근래에 읽었던 책이 그렇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나눈 사람들과의 대화나 경험이 그렇습니다. 잊고 지낸, 오래된 옛 기억이 그렇습니다.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 혹은 대략적인 내용을 설정하면, 미리 준비된 것처럼, 머릿속에 글감이 떠오릅니다. 항상 글감이 떠오르면 좋겠지만, 아닐 때도 많습니다. 이런 날은 머리를 쥐어짜면서, 글감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하얼빈>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영화인데요. 이 이야기를 다룬 다른 영화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영웅>이 아닐지 싶습니다.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매우 감명 깊게 봤습니다. 뮤지컬 영화라 그런지 음악이 참 압도적이라 느꼈습니다. 같은 스토리지만, 두 영화의 느낌은 매우 달랐습니다. <영웅>은 말 그대로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인 모습을 다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얼빈>은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전에서 계속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실패하게 된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포로병을 풀어준 겁니다.

초반에 나오는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하고, 포로병을 풀어줍니다. 다른 독립군의 반대가 심했지만, 포로병을 죽이는 것은 야만인이 하는 짓이라고 하며 풀어줍니다. 그 대가가 참으로 컸습니다. 전투에서 돌아가는 길에 남아있던 동료가 거의 죽임을 당합니다. 풀어준 포로병 중 ‘모리’라고 하는 장교가 있었는데요. 이 사람은, 안중근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독립군 중 한 명을 포로로 잡아 밀정으로 만들어 투입하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이때 독립군 중 한 명이, 모리에게 잡힙니다. 독립군은 모리에게, 왜 그렇게 안중근을 잡기 위해 집착하냐고 묻지요. 암살을 막기 위함보다, 안중근을 잡는데 더 집착하는 것으로 본 겁니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대사가, “안중근은 어디 있냐?”일 정도였으니까요.     


“안중근은 당신보다 고귀한 존재이다.”

잡힌 독립군이 모리에게 날린, 한 마디입니다. 참고로 이 말을 한 독립군은, 포로를 풀어준 일로 안중근을 매우 불신하는 것으로 비쳤습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말한 것이죠. 모리의 표정으로 보고, 당신도 알고 있었냐고 묻습니다. 고귀한 존재라고 말한 이유는, 그의 성품 때문으로 보입니다. 목숨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끝까지 신뢰하는 마음. 배신자에게 자비를 베풀어 스스로 뉘우치게 하는 마음 등이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작전을 실패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 이유가 성품 때문이라는 것이죠.      


고귀한 존재라는 표현이 계속 생각납니다.

사사건건 시비 거는 동료로부터, 고귀한 존재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가 뭘지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보여준 몇 가지 사례만 봐도 짐작하게 하는데요. 그렇게 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런 마음으로 삶을 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시적으로 한두 번 자비를 베풀고 포용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 여겨집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도 없고요.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표현처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삶 자체가 그래야 합니다. 마음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하기 어려운 거죠.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랑비는 아주 미세하죠. 별거 아닌 것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계속 맞으면 어떻게 되나요? 옷이 흠뻑 젖기도 합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을 젖어 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젖어 든 마음은,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긴박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죠. 되고자 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면, 가랑비에 옷 젖히듯 해야 합니다. 보는 것, 듣는 것, 가는 곳 등등,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신경 써야 합니다. 쓰고자 하는 글을 쓸 때 글감이 떠오르듯, 하고자 하는 말과 행동할 때도 그렇습니다. 지향하는 마음이 떠오르게 하려면, 평소 그 마음으로 젖어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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