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글태기가 왔다. 3,6,9의 권태기가 진리라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6개월 차일 때 제대로 글태기가 왔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읽어도 지치고, 책을 읽는 것도 지치고, 그냥 지침의 나날들이었다.
책상 앞에 앉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글도 써지지 않으니, 키보드의 지우기 자판만 몇십 번을 두드려야만 했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글태기가 전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작가님들이나 글을 오랫동안 쓰시는 분들에게는 일상이겠지만...
하지만 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정하지 않으면 어쩔 건가?
무엇이든 냉정히 받아들여야, 그다음이 나아지지 않겠는가.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그 의무감은 나의 사고를 짓누르고 압박하며,
나를 점점 더 지치게 만들었다. 그 시간들을 참고 견뎌왔지만, 결국 터져버렸다.
그럼에도 글을 쓰긴 써야 했다, 이젠 딱히 거창한 이유가 없다. 그저 늘 그래왔으니까.
"정해진 시간 없이. 내가 편하게 쓸 수 있는 시간에 하나 쓰자. 그거면 돼. 지금은."
"모든 것을 다 잘할 순 없어, 괜찮아."
시간에 맡겨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훨씬 마음이 가벼워진 채로 다시 돌아왔다.
글태기의 고통도 글감 소재가 되었다.
내 글은 분명 더 좋아질 것이다.
고통이 있어야 진정한 창작이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어쩌면 글태기는 나에게 '글쓰기의 근육'을 키워준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였을지도 모른다.
그 아픔을 온전히 마주하고 나니, 글쓰기는 더 이상 나를 짓누르는 숙제가 아닌, 나를 표현하고 성장시키는 온전한 과정이 되었다.
이제 나는 한결 자유롭고 단단해진 나로 돌아와, 다시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