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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 Aug 04. 2022

고창의 젖줄 인천강

杏仁의 길 담화_복분자 풍천장어길

 저수지 길이 끝나고 장살비재에 오르면 내리막길 아래 산으로 둘러싸인 평야가 펼쳐져 있다.

 이 들판에 고창의 젖줄 인천강(주진천)이 흐른다. 오로지 고창 땅에서 시작해 고창 바다로 흘러가는 물줄기다.     

 인천강의 발원은 10여 km 떨어진 고창 고수면 은사리 칠성마을 수랑동 명매기골이다. 수랑동 입구에 있는 은제 박공(隱齊朴公)의 비문에 수랑동을 물 수(水), 물 흐를랑(浪)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물이 많이 흐르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명매기골은 제비의 일종인 명매기가 알을 낳으면 구렁이가 먹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은 지명이다.     

이 명매기골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방등산, 벽오봉, 문수산, 구황봉, 고산, 삼태봉, 산운산, 소요산, 화시산 등 명산을 따라 31km를 흐른다. 

바로 강을 만났으니, 발원지는 나중에 따로 찾아보기로 하고 강을 따라 걷는다.       

 이 물줄기에서 고창의 풍천장어(風川長魚)가 자란다. 곰소만과 만나는  인천강은 바다와 민물이 섞이는 구간이 무려 10km가 넘는다. 그래서 산란기의 장어가 짠물에 적응하는데 매우 훌륭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고창하면 떠오르는 풍천장어(風川長魚)에 담긴 '풍천'이란, 인천강 민물이 짠물과 섞이는 하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곳 풍천은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 장어의 맛이 더욱 좋으며, 풍부한 갯벌의 영양과 담수의 교차로 장어 서식지로 최적이라고 한다. 풍천에서 잡히는 장어는 약재로 쓰일 만큼 영양가가 높고 맛도 훌륭하다.     

 지도상에서는 주진천으로 표기되고 있는 '인천강'이란 이름은, 조선 영조 36년에 편찬된 ‘여지도’에 처음 등장한다. 조선 명종 때 이퇴계 선생의 문하인 변성진(卞成振)이 이 강의 경치에 매료되어 지금 아산초등학교 옆 강변의 병바위(호암,壺岩) 옆에 초당을 짓고 친형인 변호암과 함께 지내, 성진의 호인 ‘인천(仁川)’에서 유래해 인천강이라 했다고 한다. 그의 형 호암은, 초당 옆에 있는 큰 바위가 큰 병처럼 툭 튀어 나왔다해서 병 호(壺), 바위 암(岩)으로 지은 호라고 한다.     

할매바위

 강을 끼고 걷다 보면 강가에 드리운 커다란 바위가 나타난다. 할매바위다. 90도로 강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차라리 절벽이라 부르는 게 낫다. 할매바위 그늘은 낚시 명당으로 유명했다 하는데, 지금은 암벽 타는 사람들만 눈에 띈다. 암벽 등반하는 이들에겐 성지라고 한다.  암벽 등반 루트가 무려 41개나 개척돼 있어서 초중급자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놀랍게도 할매바위는 소유주가 따로 있어서 이곳에 암벽등반 캠핑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1km 정도 지나 아산초등학교를 돌아 오르는 나지막한 뒷산에, 사람 모습 같은 바위가 학교를 내려다보고 있다. 앞서 말한 병바위(호암,壺岩)다. 술 취한 신선이 집어던진 병이 거꾸로 세워져 지금의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길을 지나는 나그네가 보기에는, 아래에서 보아 그런지 아무리 봐도 병보다는 사람 머리 같다.      

병바위

 길은 강을 따라 이어지다 연기마을에 닿는다. 

연기마을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요업이 발달했던 도요지다. 가마가 모두 넷 있었다고 하는데 그중 1호기는 아궁이와 소성실, 굴뚝이 보전돼 있다. 고인돌의 고장답게 밭에 고인돌이 놓여 있는 마을이다.

강 주변으로 장어집 간판들이 화려하다. 가히 풍천(風川)이다.     

 걸음을 멈춘 나그네 앞에서, 짠물을 머금은 강물은 바다를 향해 유유히 북진하고 있다. 겨우 10리 앞이 곰소만이다.  

        

<길 안내>

복분자 풍천장어길(고인돌질마재100리 길 2코스)

: 장살비재 -> 할매바위 -> 마명마을, 반암 -> 아산초교 -> 병바위 ->인천강길  -> 강경다리-> 연기마을 입구 (수변로 입구) 

-총 거리 : 8.18km, 소요 시간 : 2시간 10분

김행인(杏仁길 안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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