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상담전화가 왔습니다.
늘 그렇듯 여쭤보았습니다.
"어느 분 소개로 전화하셨나요?"
"검색하고 전화했는데요."
약속된 상담일에 아이와 함께 오셨고
어머니께서는 살고 계신 곳 근처의 센터들을 검색하시다가
거의 끝에 있는 <온맘>을 발견하시고 상담전화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드문 경우였습니다.
아이가 또래에 비해 발달이 조금 느린 것이 발견이 되었고
이후 병원, 발달센터들을 다니면서 몇 년간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아이를 향한 어머니의 관심과 노력의 텐션이 높은 편이었고
그에 따른 정보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한 해 두 해가 지나며 치료를 시작했던 처음에 비해 발전은 있었지만
2년 후 있을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큰 과업을 앞두고 있다 보니
엄마의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셨습니다.
언어치료를 통해 예전에 비해 발전은 있었으나
수동적인 표현들 때문에
언어치료를 더 늘이고 싶어서 찾아오신 것이었습니다.
이미 다른 언어치료실 한 군데를 다니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어머니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조심스레 'RT중재'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직 생소한 중재에 대해 고개를 기우뚱하셨습니다.
"저도 원래 언어치료사이고 지금도 언어치료를 해드릴 수 있지만
민이를 위해 저만이 해드릴 수 있는 것이 RT중재입니다."
그렇게 민이와의 RT중재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2회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인지/사회적 놀이/인지학습은 두 사람이 함께하는 과정입니다.
RT전략/거울처럼 반영하며 평행놀이하기
민이와 내가 직접 상호작용을 하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시던 어머니께서
"선생님 손발이 오글거려요~"라고 표현하셨으나
나에게는 소름이 돋을 만큼 의미 있는 상호작용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그걸 보셨습니다.
나와 함께 놀고 있으나 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민이가
옆에서 민이처럼 똑같이 반응하고 있는 나를
느끼고 있었던 것을 어머니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엄마가 상호작용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민이랑 이런 방식으로 놀아준 적이 없어서 어색하다고 하던 엄마는
막상 상호작용 장면에서는 침묵이 흐르는 순간에서도 잘 견뎌(?)내셨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의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가지 않으려는 민이를 달려서 겨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녁 시간
민이 엄마에게서 깜짝 놀란만한 내용이 담긴 카톡이 왔습니다.
평소 엄마에게 먼저 놀자는 말을 하지 않았던 민이가
"엄마, 같이해"라고 말을 했답니다.
그 한마디에 놀라고 감동받아서
나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그냥 언어치료 타임 늘이고 싶어요.
민이 언어가 늘어야 해요.
RT가 뭐예요?
선생님 손발이 오글거려요.
앞으로 펼쳐질 민이와 민이 엄마와의 반응적인 상호작용의 시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역시 그냥 아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과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
수년간 여러 가지 치료를 받으면서 느끼지 못했을 작은 감동을 안겨준 오늘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민이 어머니도 오늘을 오래오래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