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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May 09. 2024

취미로 스페인어 공부 중 잡생각

1. 고등학교 1학년 때 잠깐 중국어 조금 배웠던 거 제외하고, 영어 이외의 외국어를 배우는 게 오랜만이다. 그것도 시험을 위한 외국어 공부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처음이다. 새로운 걸 배우는 건 언제나 재밌고 설레는 일이지만 처음 주도적으로 하는 외국어 공부여서 그런지 더욱 설렌다. '스페인어 공부하기'는 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서 왠지 뿌듯한 느낌도 있다. 집에서 인강을 들으면서 따라 읽는데 내 입에서 나오는 새로운 외국어가 너무 신기한 요즘이다.


2. 지금 내 스페인어 실력은 한국에서 교과과정 중에 배우는 영어로 치자면 중학교 1학년 수준 정도 되는 것 같다. 스페인어 커리큘럼도 영어 처음 배울 때처럼 처음에 발음 공부하고 기본적 단어들 외우고 간단한 문장 만들기로 시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영어를 처음 배웠을 때 생각이 나게 된다. 다만 영어처럼 오래 공부해 놓고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참사만은 막고 싶다. 취미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싶다. 기초 문법도 공부하긴 하지만, 일단 스페인어로 '말'을 하고 싶기에 문장 전체를 외우려고 하는 중이다.


3. 스페인어는 대부분의 명사와 형용사가 남성형&여성형으로 나뉜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에서는 볼 수 없는 거라 매우 신기했다. (중국어는 거의 기억이 안 나지만..) 말하는 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말해야 하고, 사물을 지칭하는 명사도 남성명사면 남성관사, 여성명사면 여성관사를 붙여서 말해야 한다. 그러니 차라리 그냥 예문으로 나오는 문장들을 통째로 외우는 게 마음 편하다. 그런데 왜 굳이 같은 뜻인 단어를 남성형&여성형으로 나누는 걸까? 스페인 문화권에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한국이 나이를 중시하는 문화이기에 존댓말이 있는 것처럼.


4. 한국으로 교환학생 왔던 스페인 친구와 잠시 썸이 났던 적이 있다. 10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인데 요즘 스페인어를 공부하다 보니 가끔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알고 보니 그 친구 이름이 스페인어 교재 예문에 많이 등장하는 흔한 이름이더라. 덕분에 그 친구 이름도 여전히 기억한다.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그 친구가 가끔 스페인어 단어들을 알려줬었는데, 그 당시엔 스페인어에 전혀 관심 없었던 터라 흘려 들었다. 내가 취준으로 힘들던 때라 마음을 열 여유가 없었고, 결국 썸은 흐지 부지되었었다.'아, 그때 그 친구 만나면서 스페인어 공부했었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 친구는 지금쯤 애 아빠가 되어있을 듯.


5. 2019년 말에 중남미 여행 갔을 때 중남미로 어학연수 온 한국인들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중에 한국인 대학생 커플이 있었는데 그들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 여자애는 스페인어를 알아듣지만 말은 못 하고, 남자애는 스페인어를 못 알아듣지만 말하기는 된다고 했다. 그래서 스페인어로 이야기해야 할 때 여자애가 듣고 한국어로 남자친구한테 전달해 주면, 남자애가 스페인어로 대신 말을 해주는 것이었다. 어쨌든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귀여운 커플이었다.


6. 중남미 여행했던 때를 떠올리다 보니 문득 '나도 남미로 어학연수가 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의 욕심...) 어쨌든 지금 당장은 갈 수 없지만, 미래의 나에게 선택지로 남겨둘 생각이다. 어느 순간 '지금이다!' 하는 시기가 올 수 있으니. 그동안은 열심히 스페인어 공부하고 돈이나 모아놓아야겠다. 그러다가 또 요즘에는 '당장 어학연수는 못 가니까 그럼 스페인어 학과에 진학을 해볼까?' 하는 깜찍한 생각도 들었다. 요즘 사이버외대 스페인어 학과 편입을 검색해 보면서 고민 중이다. 물론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정규 교과과정을 들어야만 스페인어를 공부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좀 망설여진다.


7.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델레 시험에 응시해 볼 생각이다. 학위와 마찬가지로 시험 점수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뭔가 목표가 필요할 것 같긴 해서 시험은 응시해 보려 한다. 기왕 하는 거 성취감 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델레 시험은 토익과 달리 듣기/읽기/말하기/쓰기를 전부 보고, 자격증의 유효기간도 없다고 한다. 토익이 2년밖에 못써서 2년마다 계속 토익 봤던 거 생각하면 이건 대박이다. 좀 더 공부를 해봐야 알겠지만 델레 B1, B2 정도를 준비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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